칼럼

인간 네비게이터

지역내일 2009-04-22
오늘날 일상생활에 거의 필수품처럼 활용하는 장치가 네비게이터다. 이것은 전국의 모든 도로와 지형물을 자동적으로 안내하여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전혀 모르는 곳까지도 거침없이 운전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네비게이터가 짜증이 날 때도 있다. 어떤 곳에서는 차가 잘 빠지는 도로나 더 빠른 샛길을 잘 알아서 운전하고 있는데도 자꾸 잘못 가고 있다고 안내 멘트를 반복하는 것이 그런 경우이다. 이럴 때면 간단히 스위치를 눌러 작동을 중단시키면 된다. 즉 본인이 도움이 필요하다면 켜고 굳이 도움이 필요 없다면 끄면 된다.
알코올중독인 사람들 중에는 그의 아버지가 마치 인생살이의 네비게이터 같은 역할을 하려는 수가 많다. L씨의 아버지가 바로 그런 사람이다. 그는 정년을 맞을 때까지 조그마한 실수 하나 없이 모든 일을 잘 처리하고 은퇴한 분이다. 그는 다른 자녀들과 달리 자신의 장남인 L씨에게 자신의 삶의 원칙을 그대로 기대하고 요구하였다.
그런 기대를 가진 아버지로서는 L씨가 하는 것마다 미더워 보이지 않고 못마땅하기만 했다. 그래서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조그마한 일까지도 세심하게 개입하여 완벽하기를 요구하였다. 그러다 보니 부자 관계는 번번이 일방적으로 지시하고 명령하고 간섭하는 것만이 전부였다. 술 문제까지 생긴 후부터는 무슨 일이든지 사사건건 지적하고 냉소적으로 비판하고 핀잔하고 깎아내리게 되었다.
아들에게 운전을 시키고서도 뒷자리에 앉아서 아들의 운전 하나하나를 일일이 좌지우지한다. 결코 목적지를 미리 알려주지 않고 교차로 약 50미터 앞에 이르러서야 ‘좌로 깜박이’ 혹은 ‘직진’ 이라고 지시하기도 하고, 속도가 조금만 빠르다 싶으면 ‘감속’ 하고 명령한다. 그래서 오죽하면 그는 자신의 아버지를 인간 네비게이터 라고 하겠는가?
L씨가 술에 의지하게 된 이유의 하나는 이 인간 네비게이터의 끝없는 작동을 결코 중단시킬 수가 없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적어도 취해 있는 한 아무리 네비게이터가 떠들어도 귀에 들리지 않을 수 있고 인간 네비게이터도 더 이상 잔소리를 하지 않으니까. 그런데 문제는 그 운전 경로가 언제고 되돌아 올 수도 있는 도로가 아니라 흘러가버린 그의 인생이라는 사실이다.
아버지가 더 이상 네비게이터이기를 포기하지 않는 한 또 L씨가 그러한 네비게이터로부터 스스로를 떼어내 버리지 않는 한 그의 단주 시도는 또 무위에 그치기 쉬워 보일 뿐이다.

강원알콜상담센터 신정호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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