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진단>근조(謹弔), 북한산국립공원(남준기 2001.07.18)

<내일진단>

지역내일 2001-07-18
<내일진단>근조(謹弔), 북한산국립공원(남준기 2001.07.18)
남준기 편집팀장


경기도 양주군 교현리 북한산국립공원 경계에는 두 기의 커다란 장승이 서 있다. 97년 7월 환경·산악단체들이 주최한 ‘북한산국립공원을 살리기 위한 하늘 큰굿’ 행사 때 세워져 유명한 무속인의 기도와 함께 신성(神性)이 부여된 장승들이다.
북한산국립공원을 8차선 터널로 관통하는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는 현재 계획대로라면 이 장승들을 뽑아내고 건설된다. 장승들이 정확하게 도로공사의 실시설계노선 중앙선에 서 있기 때문이다. 97년 하늘 큰굿에 참가한 이들은 “이 장승의 죽음은 곧 북한산국립공원의 죽음”이라고 말해왔다.
물론 장승이 뽑혀나간 뒤에도 봄이면 산들꽃이 다투어 피어나고 여름이면 무서운 천둥번개가 몰아칠 것이다. 가을에는 단풍이 아름답게 물들 것이고 낙엽이 진 뒤에는 하얀 눈이 잎을 떨어낸 나무들을 덮어줄 것이다. 그러나 효령대군의 후손들이 수백년 동안 터를 잡고 살아온 마을이며 7월이면 온통 <은방울꽃> 군락으로 뒤덮이는 교현리 뒷동산 왕손의 무덤들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산국립공원 서북쪽 아름드리 <서어나무> 숲에 깃들어 살아온 <장수하늘소>들도 매연에 찌든 숲에서 더 이상 먹이를 찾을 수 없게 될 것이다.
세월이 더 흐른 뒤에는 이 도로가 이런 가슴아픈 사연을 안고 건설되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후손들이 도봉산―수락산―불암산을 관통하는 터널을 시속 100km의 속도로 신나게 달릴 것이다. 혹 어떤 이들은 ‘선조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국립공원을 관통하는 8차선 고속도로를 놓았을까’ 고개를 갸웃거리기도 하겠지만.

터널공사는 수도권 녹색허파에 말뚝박는 꼴
1859년 찰스 다윈이 《종의 기원》을 발표한 이래 많은 논란이 거듭되었지만, 그래도 한가지 분명해진 것은 있다. 사람은 조물주가 만든 ‘만물의 영장’이 아니라 지구라는 행성에서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 수많은 생물종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국립공원 제도는 이런 인식의 반영이다. 인간의 손길로 인해 망가지는 자연환경과 멸종위기에 놓인 생물종을 국가가 지정하는 공원으로 묶어 보호하려는 것이다. 북한산국립공원 홈페이지는 스스로 이렇게 소개한다.

북한산국립공원은 세계적으로 드문 도심 속의 자연공원으로, … 생태적으로는 ‘고립된 섬’이지만, 도시지역에 대한 ‘녹색허파’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고 있으며 … 연평균 탐방객이 500만에 이르고 있어 ‘단위면적당 가장 많은 탐방객이 찾는 국립공원’으로 기네스북에 기록되어 있다.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일산―퇴계원 구간에 대한 환경영향평가가 7월 11일자로 환경부 협의를 통과했다. 98년 12월 15일 한국도로공사가 환경부에 1차 환경영향평가 협의요청을 한 지 2년 7개월만의 일이다.
그 동안 환경부는 모두 3차에 걸쳐 보완요구를 했지만, 결국 7월 11일의 최종 협의사항은 ‘국립공원 통과지역을 박스형 터널로 시공하고 그 위에 나무를 심으라’는 것으로 나왔다. 수도권의 녹색허파에 길이 4.6km, 왕복 8차선 크기의 구멍을 뚫되, 구멍 양쪽을 대롱으로 하고 그 위에 나무를 심자는 것이다.
이런 결정에 이르기까지 환경부나 도로공사 관계자들 모두가 “너무 힘들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지난 2년 7개월 동안 국립공원을 지켜야 할 주무부서인 환경부가 무엇을 했는지, 이미 97년부터 본격적인 문제제기를 받았던 도로공사가 국립공원 우회노선 검토를 위해 어떤 조치를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북한산 살리기 위해 관통도로 계획 철회해야
“지난 2년 반 동안 한국 도로건설의 최고 실력가들이 모인 도로공사가 ‘국립공원 우회노선은 없다’는 말로 환경부를 속였고, 이 문제에 대해 전문성이 부족한 환경부는 그 말만 믿고 엉뚱한 보완요구만 하고 있었다.”
지난 몇달 동안 환경부, 도로공사와 함께 시민환경단체 대표로 국립공원 우회노선 검토작업에 참여했던 어느 환경단체 관계자의 말이다.
더 말문이 막히는 것은 국내 최고의 도로 전문가들이 끝까지 없다고 주장하던 ‘국립공원 우회 대안노선’이 환경단체의 의견으로 제시되었으며, 설계상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일이 이쯤 되었다면 한국도로공사는 책임있는 국가기관으로서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한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경기북부지역의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북한산국립공원도 보존하기 위해서는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는 의정부시 북쪽으로 우회해야 한다.
남준기 편집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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