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관(棺)을 메고 개혁에 나선 주룽지(김기수 2001.07.19)
김기수 금융팀장
중국 경제가 쾌속항진을 하고 있다. 세계 경제의 침체에도 불구하고 중국 경제는 올 상반기 중 7.9%의 성장률을 기록하는 등 호황이 지속되고 있다. 중국은 향후 10년간 매년 7~8%대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예약해놓고 있다. 게다가 올림픽 개최로 매년 0.3%의 추가 성장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올림픽 유치에 이어 오는 11월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앞둔 중국 경제의 지속성장 비결에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벌써부터 주식시장에서는 수혜주가 거론되고, 중국시장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암살위협 속에 추진한 ‘거시조정 조치’
중국 경제 호황의 원동력은 국내 수요와 인프라 투자이다. 상반기 중 국내 소비는 10.3%, 인프라 등 고정자산 투자는 15.1% 증가했다. 외국인들의 직접 투자액도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0% 이상 늘어나 207억 달러에 달했다.
중국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은 90년초 중국 국무원 총리 주룽지(朱鎔基)의 ‘거시조정 조치’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주룽지는 90년대 초 보수파와 기득권 세력의 저항과 반발, 10여 차례의 암살 기도에도 불구하고 거시조정 정책을 실시, 고성장·저물가를 실현해 중국 경제를 연착륙시키는 데 성공한 주인공이다.
92년 봄, 덩샤오핑(鄧小平)이 이른바 남순강화(南巡講話)를 통해 ‘개혁과 발전의 재가속’을 요구하면서 중국 경제는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93년 봄 중국대륙에는 주식, 부동산투기, 개발구 설립이라는 3대 과열이 발생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물가는 폭등하고 중국은행은 금융시장에 대한 통제력을 잃었다.
당시 일부 은행 대출담당자와 각종 사업의 심사·승인권자, 태자당 출신 사업가 및 중앙과 지방의 일부 고위간부들은 대출금의 5~10%를 수수료로 챙겼다. 이들은 또 공금을 빼돌려 부동산에 투자하고, 증권에 손을 대는 등 제멋대로 온갖 불법을 저지르고 사리사욕을 채우는 데 급급했다.
이러한 거품을 걷어내기 위한 주룽지의 거시조정 조치는 특권계층의 큰 반발을 샀다. 주룽지는 중앙정부의 거시조정 조치에 따르지 않는 사람의 관직을 박탈하고 문제가 있는 사람은 법에 따라 처벌했다. 또 대출금을 회수하고 공금을 사용하지 못하게 했고, 대출금리를 올려 그들의 돈줄을 막았다. 그 결과 어떤 사람은 본전까지 날리고 어떤 사람은 권력의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다.
그러자 주룽지를 암살하려는 시도가 잇따라 발생했다. 암살단은 처음에는 칼과 독약이 든 협박장 250여장을 계속해서 주룽지에게 보냈다. 주룽지가 가는 길목에 시한폭탄을 장착하거나 총격을 가했다. 또한 주룽지의 사돈을 살해했고, 그의 고향에 잠입해 조부의 무덤에 불을 질렀다. 그러나 10여 차례에 걸친 암살 기도는 미수에 그치고 범인 중 일부는 현장에서 자살했다.
주룽지는 이에 굴하지 않고 당중앙정치국 회의에서 이렇게 선언했다. “지금 백 개의 관을 준비하고 있고, 그 중 하나는 나를 위한 것이다. 우리가 다 같이 희생한다면 오랫동안 안정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우리 경제팀 책임 묻고 새 진용 짜야
주룽지의 개혁정책은 또 다시 위기에 직면하고 있는 한국 경제에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왜 중국 경제는 안정적인 성장을 지속하는데 한국 경제의 성장률은 급락하는 것일까.
답은 간단하다. 구조조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구조조정이 지지부진한 까닭은 주룽지처럼 “관을 메고 개혁에 나서겠다”는 각오로 개혁에 임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 정부에서 장관을 지냈고, 이번 정부에서도 경제관련 부처를 두루 섭렵하고 다음 정부에서는 국회의원을 하겠다는 마음자세를 가진 사람이 개혁을 제대로 추진할 수 있겠는가.
심지어 일부 관료는 구조조정을 추진하다 정부지출이 필요해지면 허리띠를 졸라매기보다 공적자금과 같은 일종의 ‘빚’으로 해결하려 들고 있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아르헨티나 경제위기의 핵심은 과도한 재정적자와 경제정책의 실패 때문이 아닌가.
지속적인 주가하락을 ‘미국증시 탓’으로 돌리고 구조조정과 경기부양 중 어느 하나도 책임지고 마무리할 의지가 없는 경제관료에 대해 책임을 묻고 새로운 진용을 짜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중국 경제는 우리에게 ‘기회’보다 초강대국을 곁에 두고 경쟁해야 하는 ‘심각한 위기’로 다가올 것이다.
김기수 금융팀장
내일시론>
김기수 금융팀장
중국 경제가 쾌속항진을 하고 있다. 세계 경제의 침체에도 불구하고 중국 경제는 올 상반기 중 7.9%의 성장률을 기록하는 등 호황이 지속되고 있다. 중국은 향후 10년간 매년 7~8%대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예약해놓고 있다. 게다가 올림픽 개최로 매년 0.3%의 추가 성장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올림픽 유치에 이어 오는 11월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앞둔 중국 경제의 지속성장 비결에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벌써부터 주식시장에서는 수혜주가 거론되고, 중국시장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암살위협 속에 추진한 ‘거시조정 조치’
중국 경제 호황의 원동력은 국내 수요와 인프라 투자이다. 상반기 중 국내 소비는 10.3%, 인프라 등 고정자산 투자는 15.1% 증가했다. 외국인들의 직접 투자액도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0% 이상 늘어나 207억 달러에 달했다.
중국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은 90년초 중국 국무원 총리 주룽지(朱鎔基)의 ‘거시조정 조치’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주룽지는 90년대 초 보수파와 기득권 세력의 저항과 반발, 10여 차례의 암살 기도에도 불구하고 거시조정 정책을 실시, 고성장·저물가를 실현해 중국 경제를 연착륙시키는 데 성공한 주인공이다.
92년 봄, 덩샤오핑(鄧小平)이 이른바 남순강화(南巡講話)를 통해 ‘개혁과 발전의 재가속’을 요구하면서 중국 경제는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93년 봄 중국대륙에는 주식, 부동산투기, 개발구 설립이라는 3대 과열이 발생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물가는 폭등하고 중국은행은 금융시장에 대한 통제력을 잃었다.
당시 일부 은행 대출담당자와 각종 사업의 심사·승인권자, 태자당 출신 사업가 및 중앙과 지방의 일부 고위간부들은 대출금의 5~10%를 수수료로 챙겼다. 이들은 또 공금을 빼돌려 부동산에 투자하고, 증권에 손을 대는 등 제멋대로 온갖 불법을 저지르고 사리사욕을 채우는 데 급급했다.
이러한 거품을 걷어내기 위한 주룽지의 거시조정 조치는 특권계층의 큰 반발을 샀다. 주룽지는 중앙정부의 거시조정 조치에 따르지 않는 사람의 관직을 박탈하고 문제가 있는 사람은 법에 따라 처벌했다. 또 대출금을 회수하고 공금을 사용하지 못하게 했고, 대출금리를 올려 그들의 돈줄을 막았다. 그 결과 어떤 사람은 본전까지 날리고 어떤 사람은 권력의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다.
그러자 주룽지를 암살하려는 시도가 잇따라 발생했다. 암살단은 처음에는 칼과 독약이 든 협박장 250여장을 계속해서 주룽지에게 보냈다. 주룽지가 가는 길목에 시한폭탄을 장착하거나 총격을 가했다. 또한 주룽지의 사돈을 살해했고, 그의 고향에 잠입해 조부의 무덤에 불을 질렀다. 그러나 10여 차례에 걸친 암살 기도는 미수에 그치고 범인 중 일부는 현장에서 자살했다.
주룽지는 이에 굴하지 않고 당중앙정치국 회의에서 이렇게 선언했다. “지금 백 개의 관을 준비하고 있고, 그 중 하나는 나를 위한 것이다. 우리가 다 같이 희생한다면 오랫동안 안정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우리 경제팀 책임 묻고 새 진용 짜야
주룽지의 개혁정책은 또 다시 위기에 직면하고 있는 한국 경제에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왜 중국 경제는 안정적인 성장을 지속하는데 한국 경제의 성장률은 급락하는 것일까.
답은 간단하다. 구조조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구조조정이 지지부진한 까닭은 주룽지처럼 “관을 메고 개혁에 나서겠다”는 각오로 개혁에 임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 정부에서 장관을 지냈고, 이번 정부에서도 경제관련 부처를 두루 섭렵하고 다음 정부에서는 국회의원을 하겠다는 마음자세를 가진 사람이 개혁을 제대로 추진할 수 있겠는가.
심지어 일부 관료는 구조조정을 추진하다 정부지출이 필요해지면 허리띠를 졸라매기보다 공적자금과 같은 일종의 ‘빚’으로 해결하려 들고 있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아르헨티나 경제위기의 핵심은 과도한 재정적자와 경제정책의 실패 때문이 아닌가.
지속적인 주가하락을 ‘미국증시 탓’으로 돌리고 구조조정과 경기부양 중 어느 하나도 책임지고 마무리할 의지가 없는 경제관료에 대해 책임을 묻고 새로운 진용을 짜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중국 경제는 우리에게 ‘기회’보다 초강대국을 곁에 두고 경쟁해야 하는 ‘심각한 위기’로 다가올 것이다.
김기수 금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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