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일꿈-계양산 풍경 그리고 롯데골프장

지역내일 2009-05-18
계양산 풍경 그리고 롯데골프장

노현기(계양산 골프장 저지 및 시민자연공원 추진 시민위 사무처장)

# 수출산업단지 부평4공단이 마지막 피크를 올릴 때, 그러니까 20년이 채 안됐을 거다. 대우자동차와 4공단을 중심으로 산곡, 청천, 효성, 작전, 갈산동 일대가 크고 작은 공장들로 둘러 쌓여있었다. 계양산 정상을 오르면 경인고속도로부터 시커먼 연기로 차 아무것도 보이질 않았다.
일주일 동안 폭우가 쏟아진 뒤 어느 날 해가 활짝 갰다. 라디오에서 남산타워에서 인천앞바다가 보인다는 뉴스가 흘러나왔다. 정상에 올랐을 때 펼쳐진 서쪽 풍경이 정말 아름다웠다. 리아스식해안과 섬들 사이로 인천앞바다가 호수같이 펼쳐있었고, 호수에는 작은 배들이 평화롭게 떠있었다. 인천 앞바다가 그렇게 아름다운지 처음 알았다.
고려시인 이규보는 ‘망해지’라는 글에서 계양산에서 바라본 풍경은 ‘삼면이 물’이라고 했다. 호수같은 서해 앞바다. 바다처럼 넓은 하구 갯벌이었을 김포일대 한강하구유역. 게다가 굴포천인 부평과 김포도 썰물 때면 바닷물이 밀려들어오는 얕은 습지였다.

# 2006년 10월 계양산 롯데골프장 반대 시민산행이 있었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오랜만에 계양산 정상을 올랐다. 날이 화창했다. 호수같이 아름다웠던 인천앞바다를 상상했다. 그런데 정상에서 본 풍경은 그 옛날 봤던 조각배-사실은 유조선이었을-떠 있던 호수가 아니었다. 수도권매립지, 청라매립지, 연수, 남동 등 리아스식 해안이었던 인천해안선은 ㄴ자로 연결되도록 매립됐다. 계양산에서 본 인천 앞바다도 밋밋한 직선이었다.
단층집과 공장 그리고 논밭이었던 계양, 부평과 부천 풍경도 바뀌었다. 성냥곽같은 아파트 숲이 빽빽이 들어섰다. 그 많던 공장이 사라지고 저렇게 많은 아파트가 들어섰는데, 사람들은 어디서 무슨 일을 하며 먹고살까?
달라진 것은 풍경만이 아니었다. ‘정붙지 않은 인천’이라며 특별시민을 꿈꿨던 이들의 아들딸들이 또 다른 일가를 이룰 정도로 성장했다. 여전히 특별시민이 되지 못한 채, 이제 인천이 고향이 됐다.

# 계양산 하느재 고개에 100일씩 이어가는 계양산 롯데골프장 반대 릴레이 단식농성장을 차렸다. 두 번째 100일을 향해 치닫고 있다. 그곳에서 앉았던 사람들은 한결같이 ‘사람 참 많다’는 소감을 적는다.
가족끼리, 학교단위로, 직장사람끼리, 때로는 마을사람끼리, 또 때로는 산악회나 향우회 단위로 청소하러 오는 사람, 캠페인하러 오는 정치인. 주말이면 사람들이 줄을 서서 산을 오른다.
그런데 하느재 고개를 거쳐 가는 이들 중, 눈에 띄는 이들이 또 있다. 회사가 휴업해 쉬는 이들, 일터를 잃은 이들, 그리고 같은 이유로 한가해진 자영업자들. 사는 게 팍팍해 오는 사람들이다.

계양산은 예로부터 그랬을 것 같다. 있는 이들보다 서민들이, 잘될 때보다는 삶이 팍팍하고 답답할 때 찾는 산. 건강의 소중함이 절실한 사람들이 찾는 산. 딱히 돈이 없어도 1~2시간 땀흘린 뒤 긴 한숨 날리고 가는 산. 그런 산이 계양산이다.
초대형 자동차 회사들이 문을 닫느냐 마느냐한다. 이에 따라 많은 인천시민들이 불안한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런데 세계적인 불경기에도 초고층 제2롯데월드를 짓겠다는 재벌에게는 계양산에 올라와 잠시 시름을 털어내는 서민들의 한숨이 들리지 않나보다. 아니면 ‘우리 회장님 30년 뒤를 내다봤던 긴 안목’으로 일찌감치 사놓은 땅에 머슴같은 것들이 고마움도 모르고 떼거지로 올라오는 게 싫은 것이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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