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정치판 ‘카게무사’가 뜬다

지역내일 2009-04-15
유력정치가 ‘대리인’ 역할 의원 맹활약 … 외모보단 철학 빼닮아

여의도에 유력정치가의 뒤에서 그를 돕는 ‘카게무사’가 뜨고 있다. 16세기 일본 전국시대 영주가 자신과 비슷한 외모를 가진 무사를 전쟁터에 데리고 나가 적을 속였는데, 이 가짜 영주가 카게무사다. 여의도의 카게무사는 물론 외모가 닮은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자신이 따르는 유력정치가의 철학을 비롯 일거수일투족을 쏙 빼닮았다. 유력정치인의 ‘입’ 역할을 하는 덕분에 유권자들에겐 유력정치인보다 더 친근하게 다가오기도한다.

◆진수희 “인간적 매력에 빠졌다” =
진수희 의원은 짧은 기간 카게무사로 활약했지만 가장 강한 이미지로 남아있는 경우다. 진 의원은 자타공인 이재오 전 의원의 최측근이다. 이 전 의원이 해외에서 체류하던 10개월간 그는 한국과 이 전 의원을 잇는 유일한 연결통로였다.
진 의원이 처음부터 이 전 의원과 가까웠던 것은 아니다. 2005년말 당 여성위원장 선거에 출마했는데, 이 전 의원측에서 다른 후보를 내세우는 바람에 경선에서 진 것. 이 전 의원에 대해 실망했었다고한다.
하지만 진 의원은 “이듬해 원내대표에 당선된 이 전 의원의 강권으로 원내공보부대표를 맡아 함께 일하면서 인간 ‘이재오’의 매력에 빠져버렸다”고 말했다. 함께 일해보니 강경하고 투쟁적인 이재오는 선입관에 불과하고 열정적이면서도 낭만적인 사람이더라는 것. 진 의원은 “독재시절엔 민주화투쟁에 앞장서고 야당 초선시절엔 만년여당이었던 의원들을 이끌고 대여투쟁을 주도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에 투사이미지가 고착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진 의원은 “이 전 의원의 지역구(은평을) 민심이 이 전 의원 초선 때와 비슷한 분위기라고 한다”며 좋아했다. 이 전 의원은 15대 총선에서 43.6%란 비교적 높은 지지율로 금배지를 달았다.
정몽준 최고위원의 카게무사로는 안효대 의원이 꼽힌다. 정 최고위원이 5선을 지낸 울산 동구 사무국장으로 10년 넘게 일하다가, 지난해 지역구를 물려받았다. 선거운동 과정에서 ‘정심안심(鄭心安心, 정몽준과 안효대는 한마음)이란 구호를 사용했을 정도로 두 사람은 가깝다.
안 의원은 “정 최고위원은 서민적이고 소탈한 사람” “고급음식점보단 재래시장 국밥을 즐기는 스타일” “한번보면 좋아할 수 밖에 없는 편안한 인상” 등 정 최고위원에 대한 칭찬을 쏟아내는데 바빴다. 정 최고위원이 큰 꿈을 이루도록 능력껏 돕는게 인간적 도리 아니겠냐는 말도 덧붙였다.
김문수 경기지사에겐 차명진 의원이 있다. 차 의원은 공개적인 자리에서 “차기 대통령은 김문수”라고 얘기할 정도로 ‘김문수 사람’임을 숨기지 않는다. 김 지사의 노동운동 후배이고 의원보좌진을 지냈다. 지역구(부천소사)도 물려받았다.
차 의원은 의정활동에서 김 지사의 ‘입’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차 의원은 행정중심복합도시인 세종시를 놓고 ‘망국론’까지 제기하며 반대했다. 김 지사의 세종시 반대를 구체화시킨 것. 최근엔 행정구역개편특위에 들어가 도 폐지를 적극 반대했다. 김 지사의 이해를 대변한 것은 물론이다.
박근혜 전 대표에겐 여러 측근이 존재하거나 또는 존재했지만 현재 ‘입’을 꼽으라면 단연 이정현 의원이라는 평이다. 이 의원은 당직자 시절 ‘소신발언’을 한 것이 박 전 대표 눈에 띄어 발탁된 뒤 당 부대변인과 박근혜 경선캠프 대변인을 거치면서 온 몸을 던져 박 전 대표를 도왔다. 그는 말끝마다 ‘대표님’에 대한 존경을 감추지않고 의원회관 사무실도 박 전 대표 사무실(5층) 바로 아래(4층)로 잡았을 정도다.
최근 박 전 대표의 근황을 알고싶거나 정국에 대한 입장을 들으려면 이 의원에게 물어보면된다. 당연히 이 의원의 휴대전화는 기자들로 인해 24시간 쉴 틈이 없다.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정동영 전 장관에겐 최규식 의원이 있다. 두 사람은 신기할만큼 비슷한 인생경로를 겪어왔다. 초등학교(진주초)-중학교(전주북중)-고교(전주고)-대학(서울대)를 함께 다녔다. 첫 직업도 같은 기자였다. 최 의원은 최근 정 전 장관의 귀국과 무소속 출마과정에서 ‘입’ 역할을 자처했다.

◆누린만큼 피해도 큰 케케무사 =
과거에도 카게무사는 있었다. 김영삼 전 대통령에겐 ‘좌동영 우형우’라고 불렸던 김동영, 최형우 전 의원이 있었고, 김대중 전 대통령에겐 권노갑 전 고문과 박지원 의원 등이 존재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겐 ‘좌광재 우희정’으로 알려진 이광재 의원과 안희정 최고위원이 존재했다. 이들은 ‘모시는 분’이 권력의 정점에 있을 땐 역시 권력핵심으로 활약했지만 그 대가로 검찰수사를 받는 등 곤욕을 치르기도했다.
카게무사는 ‘모시는 분’을 등에 업고 빨리 뜨는 장점이 있지만, 정치태풍에 휩쓸려 난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실제 카게무사처럼 영주 대신 칼을 맞기도하는 것이다. 큰 그늘에 가려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는데 실패하는 바람에 정치생명이 짧게 끝나기도한다. 안효대 의원은 “정 최고위원은 먼저 ‘내 사무국장 시절을 떠올리면안된다. 독자영역을 구축해 의정활동을 해야한다’고 조언하더라”며 “주민이 뽑아준 사람으로서 최선을 다하는게 당연하고 앞으로 19대, 20대 총선에서도 당당히 평가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닫기
(주)내일엘엠씨(이하 '회사'라 함)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지역내일 미디어 사이트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에 대한 귀하의 동의를 받고자 합니다. 내용을 자세히 읽으신 후 동의 여부를 결정하여 주십시오. [관련법령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7조, 제22조, 제23조, 제24조] 회사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중요시하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통하여 회사가 이용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어떠한 용도와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1) 수집 방법
지역내일 미디어 기사제보

2)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이용 목적
기사 제보 확인 및 운영

3) 수집 항목
필수 : 이름, 이메일 / 제보내용
선택 :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아래 개인정보 항목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수집될 수 있습니다. (IP 주소, 쿠키, MAC 주소, 서비스 이용 기록, 방문 기록, 불량 이용 기록 등)

4) 보유 및 이용기간
① 회사는 정보주체에게 동의 받은 개인정보 보유기간이 경과하거나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이 달성된 경우 지체 없이 개인정보를 복구·재생 할 수 없도록 파기합니다. 다만, 다른 법률에 따라 개인정보를 보존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존합니다.
② 처리목적에 따른 개인정보의 보유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문의 등록일로부터 3개월

※ 관계 법령
이용자의 인터넷 로그 등 로그 기록 / 이용자의 접속자 추적 자료 : 3개월 (통신비밀보호법)

5) 수집 거부의 권리
귀하는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수집 거부 시 문의하기 기능이 제한됩니다.
이름*
휴대폰
이메일*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