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강좌 주문하신 분~”
대전 대덕구가 전국 지자체 가운데 처음으로 주민들에게 ‘배달 강좌제’라는 새로운 개념의 학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지난 3월 16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이 제도는 주민 5명 이상이면 누구든 원하는 강좌를 신청할 수 있고, 대덕구는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 강사를 무료로 보내주는 학습 서비스다.
이 서비스는 시행한지 불과 40여일 만에 300건이 넘는 강좌가 신청됐고, 이 중 100여건 이상의 강의가 현재 진행 중일 정도로 대단한 인기를 끌고 있다.
대전 대덕구 송촌동의 한 아파트 주민들이‘배달강좌제’를 신청, 무료 강사에게
오카리나를 배우고 있다. 사진 대덕구청 제공
◆인프라 부족해도 학습지원 가능해 = 실제 대덕구 송촌동 선비마을에 사는 30대 주부 도해리씨는 자신의 아파트에서 이웃 주민들과 함께 오카리나를 배우고 있다. 목상동 다사랑아파트에 사는 이소영씨는 ‘교육 북 아트’ 강좌를 신청, 친한 이웃들과 예쁜 책 만드는 것을 배우고 있다.
가족단위 신청도 늘어나고 있다. 송촌동 선비마을에 사는 김정아씨는 가족들끼리 강좌를 신청, 패션 핸드 페인팅을 배우고 있다. 아이들과 함께 예쁜 옷을 만들어 입는 일은 생각만으로도 즐겁다.
강의 종류도 다양하다. 현재 인기 있는 분야는 오카리나 플루트 클라리넷 등 악기연주를 비롯해 예쁜 글씨 쓰기, 아이들과 함께 책 만들기, 어학, 독서논술 등이다. 학교나 기업, 경로당 등 단체의 경우 요가나 웃음치료, 노래교실 등도 인기다.
이밖에도 미술치료, 행복한 가정 만들기 상담치료 프로그램 등 다양한 분야의 강좌가 마련돼 있다. 지금까지 마련된 강좌는 모두 54개.
한 강좌당 20회 이내에서 서비스가 제공된다. 한 강좌가 끝나면 다른 강좌를 배달 요청할 수 있다. 실제로 주민들이 연간 이용할 수 있는 강좌 수에는 제한이 없다.
배달강좌 서비스는 ‘배달 강사’라는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효과도 거두고 있다. 대덕구 평생학습원 홈페이지에 강사등록을 하면 누구나 배달강사로 활동할 수 있다. 배달강사는 강좌에 대한 자격이나 면허를 갖고 있으면 가능하고, 학력이나 거주 지역에 제한이 없다.
강사료는 시간당 3만원. 추가로 한 시간을 더 할 경우 2만1000원을 더 받는다. 강사 한 명이 동시에 두 강좌를 운영할 수 있다. 한 강좌(20시간)에 최대 60만원씩 120만원을 받을 수 있다. 무료 배달강좌가 끝나고 배우던 사람들이 요구할 경우 유료 수업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강사로 등록한 인원도 360명을 넘어섰다.
정용기 대덕구청장은 “대덕구는 재정자립도가 낮아 평생학습을 위한 인프라 구축이 쉽지 않았다”며 “이런 조건에서 특별한 인프라 없이도 주민들이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원하는 내용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이 배달강좌제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말했다.
◆최고 평생학습도시 자리매김 = 대덕구는 배달강좌제를 위해 올해 1억4500만원의 예산을 확보했다.
하지만 강좌가 인기를 끌면서 1달 반 만에 벌써 6000여만원이 들어갔다. 조만간 예산이 바닥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대덕구는 조만간 추경예산으로 1억원 정도를 더 마련할 계획이다.
지난 2007년 교육인적자원부가 평생학습도시로 선정한 대덕구는 2년이라는 짧은 경력에도 불구하고 눈부신 성과를 거두는 등 전국 최고의 평생학습도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지난해 평가에서 전국 최우수 평생학습기관으로 선정된 것 외에도 평생학습계좌제 전국 5대 시범도시로 선정돼 국비 2억원을 지원받았다. 이를 통해 평생학습에 참여한 주민들의 학습이력을 관리해 주는 ‘학습계좌 인정 프로그램’을 개설, 5월부터 운영에 들어갔다. 매주 목요일 진행하고 있는 ‘대덕구민 아카데미’도 인기를 끌고 있다.
주민들의 대표적인 숙원사업이던 송촌 평생학습도서관도 이달 중 착공해 내년 4월 준공된다. 앞서 지난달 27일에는 안산평생학습도서관을 리모델링해 개관했다.
대전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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