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죽음 그 후 3일

지역내일 2009-05-25 (수정 2009-05-25 오전 9:27:01)
노무현 전 대통령이 죽음으로 살리려 한 것
민주주의 그리고 관용
“민주주의 지키는 심정으로 죽음 선택” … 유서 통해 ‘갈등해소’ 촉구

노무현 전 대통령을 조문하기 위해서는 마을 입구에서 분향소에 이르는 1km에 이르는 길을 걷고 또 걸어야한다. 서울에서 부산에서 대구에서 광주에서 봉하마을을 찾아온 조문객들은 이 길을 때로는 1km가 넘는 긴 대열을 만들어 꼬리에 꼬리를 이었다. 마치 순례길을 가듯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 대통령이 우리 사회에 남긴 화두’를 풀어보듯 걷고 또 걸었다.

◆“후퇴하는 민주주의 제자리로 돌려놓고자 했을 것” =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은 우리 사회에 깊고 무거운 과제를 던졌다.
노 전 대통령의 정치적 동지이기도 한 안희정 민주당 최고위원은 “그분은 (죽음을 앞두고) 민주주의와 대한민국의 명예를 지켜야 한다는 백척간두의 심정이었을 것”이라며 “낡은 수사관행과 통치관행, 국가권력의 폭력, 끊임없이 양산되는 대한민국 대통령에 대한 불신, 공격과 음해에 대해 민주주의의 역사를 지키는 심정으로 뒷산에 오르셨을 것”이라고 말했다.
24일 오후 분향을 마친 참여정부 청와대 의전비서관 출신인 정윤재씨는 “왜 이렇게 갑자기 세상이 달라졌는지 모르겠다”며 “마치 시대의 틈바구니에 끼어버린 것 같다”고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참여정부의 부동산 조세정책 입안자이기도 했던 민주당 이용섭 의원은 “자연과학에는 후퇴가 없지만 사회에서는 단 몇 개월 만에도 후퇴가 일어난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민주주의의 후퇴가 그것이다”며 “후퇴하는 민주주의를 제자리에 돌려놓는 우리 사회의 큰 숙제를 노 대통령은 자신의 죽음으로 알리고자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갈등의 현장이자 격정토론장 된 봉하마을 =
장례기간 내내 빈소 곳곳에서는 노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고 간 원인과 장례문제를 놓고 격렬한 토론이 오갔다. 봉하마을에 속속 모여든 참여정부의 핵심 주역들은 주역들대로 노사모 회원들과 일반 시민들은 또 그들 속에서 밤을 새워가며 격정토론을 이어갔다. 23일 오전 9시 30분,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한 시간 이후 24일 오후 ‘국민장’이 결정되기까지 봉하마을은 우리사회의 뿌리 깊은 갈등의 현장이자, 1987년 6월 민주화운동 이후 20여년의 역사가 가진 의미와 과제 미래를 묻고 되묻는 거대한 ‘토론의 장’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의 화환을 짓밟고, 조문을 온 김형오 국회의장에게 물을 뿌리고, 때로는 KBS 방송차량에 의자를 던지고, 여당 정치인의 문상을 가로막고, 야당 정치인에게도 야유를 보내는 울분과 격앙의 거친 감정이 출렁였다. 사람들 마음 한 구석에는 검찰 수사와 이에 맞장구친 언론이 노 전 대통령을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분노가 자리잡고 있었다.
노 전 대통령을 죽음에 이르게 검찰과 이를 생중계하듯 보도한 일부 언론에 대해 표출해내는 격앙과 분노의 분위기는 여전히 사람들의 마음 한구석을 차지하고 있었다.
참여정부의 후원자라고 자신을 밝힌 중소기업인 최두호씨는 “대통령을 죽게 한 저 사람들 손에 장례를 맡겨야 하느냐”며 “우리 손으로 노 대통령의 뜻을 기리고 이어가겠다”며 격정을 토로했다.

◆ “정치권이 통합의 미학 발휘해야” =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이 죽음으로서 남긴 또 다른 메시지는 ‘갈등해소’였다. 노 전 대통령은 유서를 통해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며 ‘관용’을 촉구했다. ‘갈등’을 한 축으로 대통령에 당선됐고, ‘갈등’의 희생양이 됐지만, 그는 ‘갈등해소’를 죽음으로 호소한 것이다.
이 유지는 국민장이라는 장례형식을 통해 노사모만의 대통령이 아닌 ‘국민의 대통령’이 될 수 있도록 화해와 용서 관용이 이루어진 상생의 미래로 가자는 흐름으로 이어졌다.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냈던 전윤철 전 감사원장은 조문을 마친 후 내일신문 기자와 만나 “조문을 못할 정도로 갈등의 골이 깊다, 정치권이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 전 원장은 “국가위기에 정적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국가발전의 걸림돌이었던 대립갈등을 넘어 국격에 걸맞는 위상정립을 위해 정치권이 통합의 미학을 발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명박정부도 참여하고 전국 곳곳에 분향소가 세워지며 전국민의 장례행사로 결정된 ‘7일간의 국민장’은 노 전대통령이 당대에 이룩한 업적과 동시에 새롭게 제기된 시대적 과제가 부딪히고 충돌하며 방향을 모색하는 장을 열 것이다.
봉하 = 안찬수 기자 khae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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