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화, 구피, 달팽이, 개미…

생태 감수성 키우는 우리 집 자연학습장

지역내일 2009-05-28 (수정 2009-05-28 오후 3:19:17)


초등학교 1학년이 된 둘째 딸 주하. 얼마 전, 집에 있는 자그마한 화분에 목화씨 하나를 심었다. 하얀 솜덩이 꽃을 기대하며 씨앗을 심어놓고 싹이 트기를 기다리자니 어찌 그리 시간이 더딘지. 일주일이 지나도록 싹이 트지 않아 아이들 마음을 바짝바짝 태우더니 드디어 이틀 전, 콩나물 줄기처럼 통통한 싹이 흙 위로 고개를 내밀었다. “엄마, 정말 너무너무 기뻐요!” 새싹이 텄다는 작은 사실에 감동받는 아이 모습이 참 예쁘다. ‘우리 집 자연학습장’에서 생명체를 돌보며 사랑을 배우고, 호기심을 키우는 아이들을 만나봤다.
소박한 기쁨을 알게 해준
‘씨앗 키우기’
지난 겨울 체험했던 지리산 한옥 민박 주인장이 날씨가 풀리면 심어보라며 목화씨 한 줌을 선물했다. 목화씨는 유난히 딱딱하다. 모종을 사다 심거나 화분을 키워본 적은 많지만, 씨앗을 심어보기는 처음이라 통 요령이 없었다. 덜렁 꽃집에서 파는 배양토만 사다 씨앗을 파묻었으니 발아가 더딜 수밖에.
씨앗을 심고 싹을 틔우기까지 며칠간 바짝 애를 태우는 과정을 겪다 보니, 싹이 트는 작은 일도 아이에겐 소박한 기쁨이 된 모양이다. 씨앗을 심고, 물을 주고, 햇볕을 쪼이고, 바람을 쏘이는 일처럼 작고 일상적인 일에 정성을 들이는 모습도 좋았다. 작은 변화라도 놓치지 않고 세심하게 관찰하는 습관이 생긴 것은 씨앗 가꾸기의 또 다른 소득이다. 작은 씨앗 하나가 선물해준 고마운 변화들이다.

씨앗은 하루 정도 물에 담가놓기
씨앗이 마른 상태로 심으면 수분 접촉이 균일하지 못해 발아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수분을 충분히 흡수시킨 후 심는 게 좋은데, 그렇다고 물에 너무 오래 담가두면 산소가 부족하기 쉽다. 미세한 씨앗이라면 그냥 심어도 되고, 목화씨처럼 종피가 굵고 딱딱한 씨앗류는 하루 정도만 침종(물에 담가놓기)했다가 흙으로 옮겨 심는 게 좋다.
보통 4월 날씨가 파종하기 좋지만, 요즘 날씨에도 해바라기나 바질 같은 허브류, 한련화 등은 발아가 잘 되고, 파종부터 생육 기간이 짧아 아이들이 키우기에 적당하다. 파종 시기는 섭씨 25~30도일 때가 좋은데, 너무 고온인 여름에는 오히려 씨앗이 휴면에 들어가 발아가 안 된다. 여름에는 실내에서 어느 정도 온도를 떨어뜨려 심는 게 좋고, 겨울철에는 온도를 높여주면 발아시킬 수 있다. 화분에 비닐을 씌워 비닐하우스처럼 만들어주는 것도 방법. ‘쏘우씨즈’(www.sowseeda.co.kr) ‘나만의 씨앗’(www.myseed.biz) 등에서는 자연 관찰에 적당한 씨앗류나 미니 채소 등과 같은 희귀 씨앗을 구입할 수 있다. 

작은 어항에서 구피 가족이 벌써 몇 대째?
초등학교 3학년 민성이에게 어항이 생긴 것은 2년 전. 외할아버지에게 구피 6마리를 선물 받았다. 특이하게도 물고기지만 새끼를 낳는 구피, 작은 어항 안에서 새끼를 낳고 치어가 자라 또 새끼를 낳아 벌써 몇 대나 흘렀는지 모를 정도다. 식구들은 밖에 나갔다 돌아오면 오늘은 어항 속에 몇 마리가 있는지부터 체크한다. 구피가 들어오면서 가족 대화에 빠지지 않는 얘깃거리가 됐다고.
구피는 보통 한 달에 한 번꼴로 새끼 약 50마리를 낳는데, 이제는 요령이 생겨 구피 배가 빵빵해지면 살짝 다른 수조로 옮겨 산란시키기도 한다. 알처럼 생긴 구피 새끼가 어미에게서 나오는 과정, 한 달에 한 번씩 돌아오는 생명 탄생의 과정이 아이뿐 아니라 엄마 눈에도 신기할 뿐이라고. “솔직히 조금 귀찮을 때도 있지만, 자신이 아닌 다른 생명의 소중함을 알고 돌봐주는 마음을 갖는 건 참 좋은 경험이에요. 자기밖에 모르고 마음이 삭막한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아요.” 민성이 엄마 정영미(41·서울 서초구 방배본동)씨의 말이다.

물갈이는 조금씩 자주
초보자는 어항과 물고기를 한꺼번에 구입해 어항을 세팅하자마자 물고기를 넣기 쉽다. 일단 기본 구성을 완료하고 일주일이 지나 물고기가 살 수 있는 환경을 충분히 갖춘 다음, 물고기를 구입해 넣어주는 것이 좋다.
물갈이는 ‘조금씩 자주’가 포인트. ‘하루에 종이컵 한 컵’ 분량, 이런 식으로 조금씩 자주 물갈이를 해준다. 이때 실내에서 자연 건조된 분량도 있으므로, 줄어든 물의 양이 한 컵이라면 한 컵 빼고 두 컵을 보충하는 식으로 물갈이를 한다. 사용하는 물은 수돗물을 받아 하루 이틀 지난 후 사용하면 되고, 염소 소독제가 있다면 수돗물을 받아 염소 소독제를 넣고 한두 시간 뒤 바로 사용할 수도 있다. 초보라면 잘 죽지 않고 키우기 쉬운 구피 종류나 제브라 다니오부터 시작하는 게 적당하다. 

이제는 ‘달팽이 전문가’,
친구들에게 분양도~
지난 2월 말 친구에게 식용 달팽이를 한 마리 얻어다 키우는 초등학교 1학년 승현이. 처음엔 눈에 잘 띄지도 않던 작은 녀석이 어느새 어른 주먹만 한 크기로 자란 모습이 그저 신기하다고. 유치원 때 원감선생님이 달팽이 한 마리를 얻어다 키웠는데, 어떤 먹이를 먹었는지에 따라 배설물의 색깔이 달라지는 게 신기해 관심이 생겼단다.
승현이 엄마 박성숙(39·서울 서초구 잠원동)씨는 “달팽이를 키우면서 ‘얘는 왜 혼자 있는데도 알을 낳지?’ 하고 묻는 등 궁금증이 많아졌다”고 말한다. 해답을 찾는 과정도 달라졌다. 예전엔 단순히 엄마에게 지식을 전달 받는 입장이었다면, 이제는 스스로 궁금증이 생기니까 자기 의지로 책을 찾아보는 게 가장 큰 변화. 백과사전을 뒤져가며 달팽이가 좋아하는 먹이를 주고, 알을 낳고 자라는 과정을 지켜보는 사이에 달팽이 박사가 다 된 승현이. 달팽이의 각 기관과 구조, 생태에 대해 훤히 꿰뚫고 있을 뿐 아니라, 달팽이가 좋아하는 먹이를 찾아주고, 건조하지 않도록 물도 뿌려주고, 심지어 달팽이가 알을 많이 낳게 해달라고 기도까지 한다.

달팽이는 환경 지표생물!
투명한 사육통에 흙을 깔아주고 사육통은 뚜껑을 잘 덮어 습도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스프레이로 물을 뿌려주는 게 좋고, 사육할 때 특별히 주의할 점은 없다. 먹이는 청경채, 배추, 당근, 사과 껍질, 달걀 껍질 등을 조금씩 넣어준다. 달팽이는 아주 청결한 곳에서 자란다. 담배 연기나 매연이 심한 곳에서는 죽을 수도 있으므로 주의!
강현정 리포터 sabbun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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