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힘 겨루기와 권리 겨루기(권선필 2009.05.18)

지역내일 2009-05-18
힘 겨루기와 권리 겨루기
권선필 (목원대 교수·행정학)

사회에서 갈등이 나타날 때 그 해결방식으로는 힘겨루기와 권리겨루기의 두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힘겨루기는 글자 그대로 갈등을 힘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방식이다. 소위 말하는 벌거벗은 힘(naked power)이라는 것으로 이는 갈등의 대상이 되는 상대방의 상태나 생존을 무시하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힘을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아침 산책길에서 보는 길가의 들풀들도 아름답고 평화롭게 보이지만 사실 같은 지역에서 태양이나 수분을 누가 확보하냐에 따라 생존과 번식이 결정되므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동물의 세계에서도 식물과 비슷한 벌거벗은 힘의 경쟁이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식물보다는 한 차원 높은 사회체계를 보인다. 동물들에게는 어느 정도 분업체계가 이루어져 있어서 그 분업체계 안에서 갈등이라는 것은 예외적 현상으로 나타난다.
꿀벌의 세계에도 조직이 있어서 벌집 하나에는 한 마리의 여왕벌과 100여마리의 숫벌, 그리고 만여마리의 일벌들로 구성되어 있다고 한다. 여왕벌과 숫벌 그리고 일벌들은 각각 본래 타고난 유전적 본능에 따라 일정한 기능을 수행한다.
예를 들어 일벌은 화장(몸통과 더듬이 등의 먼지를 소제), 벌집방의 청소, 유충의 보육 등을 도맡아 하는 살림꾼이다. 일벌은 나이에 따라 변하는 체내의 생리 조건에 맞추어 벌집의 청소, 육아, 파수 등의 역할을 하는 내역봉과 꽃을 찾아 화밀이나 꽃가루를 운반하는 외역봉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사람에게 나타나는 갈등현상
꿀벌의 경우 유전적으로 정해진 기능을 수행하기 때문에 권리라 이름 붙이기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권리라는 것은 권리소유자의 자율성과 그로 인한 책임을 포함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권리겨루기는 사람에게 나타나는 갈등현상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사람의 경우 법이라는 제도를 통해 권리를 명확히 하고 있기 때문에 갈등의 해결을 법에 의존할 때에는 당연히 갈등당사자들 간의 권리유무에 대해 판단하고 그 권리행사로 인한 문제점을 판단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상 권리를 규정하고 판단하는 기준인 법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또 해석하며 적용하는 권한을 누가 갖느냐에 따라 권리겨루기는 힘겨루기로 되돌아 갈 수도 있게 된다.
요즈음 촛불재판에 관련된 판사에 대해 부당한 압력을 가했던 신영철 대법관에 대한 소장판사들의 집단행동이나, 용산사태에 대한 재판부에 대해 기피신청을 한 사례가 보여주는 것은 모두 권리겨루기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힘겨루기로 퇴보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들이 아닌가 한다.
사실 우리의 지난 경험을 되돌아 볼 때 사실상 권력자를 중심으로 한 힘겨루기 사회가 80년대 민주화를 거치면서 정부권력의 분권화로 이어졌고, 이 과정에서 시민들의 권리도 향상되어왔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지방정부간, 정부와 시민간에 권리겨루기도 상당부분 진행될 정도로 변화되었다고 보여진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출범이후 우리 사회는 권리겨루기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로 퇴보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힘겨루기로 퇴보하는 양상
현재 우리 사회의 분화나 성장수준으로 볼 때 힘겨루기로의 퇴보는 사회 내 다양한 주체들간의 갈등을 증폭시키는 정도가 휠씬 커질 위험이 있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 이제는 과거 권위주의 시대처럼 소수만 참여하는 힘겨루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권력구조가 느슨해질 때 나타날 수 있는 힘을 행사하는 주체는 단순히 정부권력만이 아니다. 경제권력, 사회문화적 권력 등 다중의 권력들이 모두 나타나 힘을 겨루게 된다. 또 이 힘들 간의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사회적 메커니즘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분석도 있다.
따라서 오늘날 한국 사회의 갈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는 다원화된 사회에 맞는 갈등 인식 및 갈등해결 방식 모색에서 찾아야 한다.
갈등에 관련된 모든 이해관계자들의 참여를 바탕으로 상호 충분한 논의와 숙의를 통해 모두가 동의하고 만족할 수 있는 대안이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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