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육과 사교육의 ‘역설적 공생’
내일신문 신문로칼럼
심재웅(한국리서치 상무이사)
교육은 뜨거운 감자다. 공교육이건 사교육이건 모두가 문제라고 인식하지만 마땅한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다. 교육문제에 관한 한, 전 국민이 모두 나름대로의 전문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교육문제는 많은 사람의 관심사이지만 대다수 사람들이 수긍할 만한 방안을 찾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아무리 좋은 제도, 아무리 좋은 방안을 내어 놓아도 내 자식만큼은 더 좋은 점수를 받고, 더 좋은 학교에 진학하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학부모들의 기대를 무시할 수 없는 것도 현실이다. 그렇게 생각하는 많은 학부모들은 공교육 만으로는 부족하고 많은 돈을 들여서라도 사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녀의 학업성취에 대한 기대와 사교육 비용의 경제적 부담 사이에서 학부모의 고민은 깊어진다.
사교육 기관들은 학부모에게 선택권을 주고 수준별 학습을 할 수 있다는 사교육의 장점을 내세운다. 공교육인 학교가 채워주지 못하는 교육수요를 사교육이 담당한다는 주장이다. OECD 국가 중에서 사교육비의 지출이 상위권에 속하는 우리 나라 사교육 시장의 규모만큼이나 사교육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숫자와 영향력도 만만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학교도 할 말은 많다. 획일적인 교과과정과 각종 행정업무에 매여있는 교사들이 수업준비에 전념할 시간도, 여건도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예전에 비해 많이 줄기는 하였지만 아직도 학급당 학생수가 35명 남짓한 상황에서 학생 한 명, 한 명에게 충분한 지도와 상담을 하기가 벅차다는 입장이다.
교육당국은 십 수년 동안 사교육의 부담을 줄이고 공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하여 여러 가지 대책을 내어 놓았다. 특히 입시제도를 바꾸어서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겠다는 것이 교육당국의 생각이었다. 지금까지의 결과는 그러나 교육당국의 예상과 달랐다.
입시제도를 아무리 변경하여도 변경된 입시제도에 대응하는 사교육은 늘어만 갔다. 논술을 강화하면 논술대비 학원이 생기고, 수능을 강화하면 수능준비 학원이, 내신을 강화하면 내신준비 학원이 생겨났다. 아마도 봉사활동이나 효행을 강화하면 봉사활동평가나 효행평가를 지도해주는 사교육이 출현할 것이다.
교육당국이 지난 달 내놓은 사교육비 경감대책도 이런 배경 속에서 나온 고육지책이다. 주요 내용은 사교육의 수요를 유발하는 특목고 입시제도를 변경하고, 자율학교를 확대하고, 교과교실제를 도입하며,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대학입시와 특목고 입시의 전형과정에 입학사정관 제도를 도입한다는 내용도 들어있다.
교육당국이 발표한 사교육비 경감대책에 대한 반응은 예상대로다. 언론은 이전에 검토되었던 여러 정책들을 한 데 모아 놓은 것이 아닌가 하는 유보적 입장이다. 심야교습의 금지와 같은 강력한 조치에 반대하는 사교육 관계자들은 심야교습 금지방안이 포함되지 않은 이번 대책에 크게 염려하지 않는 분위기다. 자녀를 공교육과 사교육에 보내야 하는 학부모들은 이 정도 대책으로 과연 사교육비 부담이 줄어들까 하는 표정이다. 교육현장의 일선 교사들도 이번 대책에 포함된 사교육비 절감 성과평가나 사교육 유발 영향평가로 또 다른 교육행정업무만 늘어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반응이다.
사실 우리 나라에서 공교육과 사교육은 오랫동안 ‘역설적인 공생관계’를 유지해 왔다. ‘역설적 공생’은 서로 상대방의 문제를 지적하며 그것으로 자기 편의 존재가치를 주장하는 데서 유지된다. 공교육은 사교육의 비중이 너무 커서 공교육 현장이 위축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사교육은 공교육이 제대로 공교육 구실을 하지 못하는 데서 사교육의 필요성을 주장한다.
’역설적 공생’은 그러나 자신의 책임을 남에게 전가하여 그 책임을 회피하는 쉽고안이한 생존방법이다. 사교육은 공교육의 문제점을 제기하는 대신 투명하고 책임있는 입장을 보일 필요가 있다. 공교육도 공교육의 문제를 정말 해결하려면 사교육의 탓 만을 하기 보다 공교육 내부의 구성원들이 진짜 문제를 정말 솔직하게 이야기 하여야 한다. 역설적 공생의 틀을 깨고 진짜 고민을 하여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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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웅(한국리서치 상무이사)
교육은 뜨거운 감자다. 공교육이건 사교육이건 모두가 문제라고 인식하지만 마땅한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다. 교육문제에 관한 한, 전 국민이 모두 나름대로의 전문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교육문제는 많은 사람의 관심사이지만 대다수 사람들이 수긍할 만한 방안을 찾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아무리 좋은 제도, 아무리 좋은 방안을 내어 놓아도 내 자식만큼은 더 좋은 점수를 받고, 더 좋은 학교에 진학하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학부모들의 기대를 무시할 수 없는 것도 현실이다. 그렇게 생각하는 많은 학부모들은 공교육 만으로는 부족하고 많은 돈을 들여서라도 사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녀의 학업성취에 대한 기대와 사교육 비용의 경제적 부담 사이에서 학부모의 고민은 깊어진다.
사교육 기관들은 학부모에게 선택권을 주고 수준별 학습을 할 수 있다는 사교육의 장점을 내세운다. 공교육인 학교가 채워주지 못하는 교육수요를 사교육이 담당한다는 주장이다. OECD 국가 중에서 사교육비의 지출이 상위권에 속하는 우리 나라 사교육 시장의 규모만큼이나 사교육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숫자와 영향력도 만만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학교도 할 말은 많다. 획일적인 교과과정과 각종 행정업무에 매여있는 교사들이 수업준비에 전념할 시간도, 여건도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예전에 비해 많이 줄기는 하였지만 아직도 학급당 학생수가 35명 남짓한 상황에서 학생 한 명, 한 명에게 충분한 지도와 상담을 하기가 벅차다는 입장이다.
교육당국은 십 수년 동안 사교육의 부담을 줄이고 공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하여 여러 가지 대책을 내어 놓았다. 특히 입시제도를 바꾸어서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겠다는 것이 교육당국의 생각이었다. 지금까지의 결과는 그러나 교육당국의 예상과 달랐다.
입시제도를 아무리 변경하여도 변경된 입시제도에 대응하는 사교육은 늘어만 갔다. 논술을 강화하면 논술대비 학원이 생기고, 수능을 강화하면 수능준비 학원이, 내신을 강화하면 내신준비 학원이 생겨났다. 아마도 봉사활동이나 효행을 강화하면 봉사활동평가나 효행평가를 지도해주는 사교육이 출현할 것이다.
교육당국이 지난 달 내놓은 사교육비 경감대책도 이런 배경 속에서 나온 고육지책이다. 주요 내용은 사교육의 수요를 유발하는 특목고 입시제도를 변경하고, 자율학교를 확대하고, 교과교실제를 도입하며,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대학입시와 특목고 입시의 전형과정에 입학사정관 제도를 도입한다는 내용도 들어있다.
교육당국이 발표한 사교육비 경감대책에 대한 반응은 예상대로다. 언론은 이전에 검토되었던 여러 정책들을 한 데 모아 놓은 것이 아닌가 하는 유보적 입장이다. 심야교습의 금지와 같은 강력한 조치에 반대하는 사교육 관계자들은 심야교습 금지방안이 포함되지 않은 이번 대책에 크게 염려하지 않는 분위기다. 자녀를 공교육과 사교육에 보내야 하는 학부모들은 이 정도 대책으로 과연 사교육비 부담이 줄어들까 하는 표정이다. 교육현장의 일선 교사들도 이번 대책에 포함된 사교육비 절감 성과평가나 사교육 유발 영향평가로 또 다른 교육행정업무만 늘어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반응이다.
사실 우리 나라에서 공교육과 사교육은 오랫동안 ‘역설적인 공생관계’를 유지해 왔다. ‘역설적 공생’은 서로 상대방의 문제를 지적하며 그것으로 자기 편의 존재가치를 주장하는 데서 유지된다. 공교육은 사교육의 비중이 너무 커서 공교육 현장이 위축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사교육은 공교육이 제대로 공교육 구실을 하지 못하는 데서 사교육의 필요성을 주장한다.
’역설적 공생’은 그러나 자신의 책임을 남에게 전가하여 그 책임을 회피하는 쉽고안이한 생존방법이다. 사교육은 공교육의 문제점을 제기하는 대신 투명하고 책임있는 입장을 보일 필요가 있다. 공교육도 공교육의 문제를 정말 해결하려면 사교육의 탓 만을 하기 보다 공교육 내부의 구성원들이 진짜 문제를 정말 솔직하게 이야기 하여야 한다. 역설적 공생의 틀을 깨고 진짜 고민을 하여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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