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칼럼>고위 공직 사정, 성공할 것인가(이성춘 2001.07.25)

<신문로 칼럼>

지역내일 2001-07-26
<신문로 칼럼="">고위 공직 사정, 성공할 것인가(이성춘 2001.07.25)
이성춘 / 언론인


리콴유(李光燿) 전 싱가포르 총리의 부친은 생전에 시계상인이었다.
그는 아들이 30여년간 총리로 재임하는 동안 매일 아침 총리관저 앞에서 버스를 타고 친구와 동업하는 시내 번화가의 조그만 시계점으로 출근했다. 주위에서 재상인 아들의 체면을 고려해 장사를 그만두고 손자들과 어울리는 게 어떻느냐고 권고할 때마다 노인은 아들의 일과 내가 하는 일은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손을 저었다. 리 전총리도 “뭐가 부끄러운가”라며 일체 간섭을 하지 않았다.
국제사회는 일찍부터 그가 국가발전을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언론과 비판의 자유, 그리고 자유로운 정치활동을 억압해온 비민주적 통치자 내지는 독재자로 분류했다. 재임중 야당 등 반대파를 집요하게 탄압했으나 그의 청렴성과 공직사회에 대한 부패퇴치의 공로만은 호평을 받았다.
국가의 흥망은 정치 사회의 지도층과 공무원들의 청렴여부와 직결돼 있다는 신념아래 그는 총리직속으로 탐오(貪汚)조사국(OPIB)을 설치하고 부패추방에 나서 싱가포르를 세계에서 A급의 청렴국가로 만들었다. 홍콩의 염정공서(廉政公署 ICAC)와 같은 기구로 두 기구 모두 영장없이 부패분자를 연행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을 지녀 인권침해라는 비난을 받기는 하지만 공직사회를 투명하게 하는 파수꾼의 역할을 맡아오고 있다. 이들 뿐인가. 모든 선진국들은 나름대로 공직부정을 색출 방치하는 기구를 운영하고 있다.

구정권 공직사정 모두 태산명동 서일필
그런데 이들 기구들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 첫째, 정치적 영향과 권력으로부터 완전 독립, 둘째,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비리 관련자는 엄벌, 셋째, 부정 척결을 국민들이 모르게 조용히 연중 내내 지속한다는 것, 넷째, 엄정 공정한 법집행으로 국민들로부터 전폭적인 신뢰와 아낌을 받고 있는 점 등이다.
연일 찌는 무더위 속에 한국 공직사회가 사정한파에 긴장하고 있다. 이달초부터 정부가 공직사회 전반에 대해 부정비리와 나태를 뿌리뽑기 위해 대대적인 사정작업에 나섰기 때문이다. 밝혀진 사정계획은 매우 거창하다. 청와대는 경찰청 등과 함께 90여명의 장차관급 고위 공직자들의 인사 및 부서운영 직원 근무기강, 재산조성 경위에서 여성관계와 음주 습관까지, 총리실은 법무부 행자부 등과 합동점검반을 만들어 31개 중앙행정기관과 16개 광역자치단체의 고위 공직자 및 지방유력인사들의 기강상황을, 감사원은 각급 지방자치단체장들의 내년선거를 앞둔 선심행정과 예산유용 여부 등을 감사한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부패방지법 공포를 전후해서 부정부패의 척결 없이는 국가경쟁력의 강화는 기대할 수 없다며 국가생존과 발전 차원에서 공직 풍토를 전면 쇄신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함께 고위 공직자들의 정치쪽 눈치보기, 대통령 선거를 앞둔 줄서기, 특정 정파에 기밀 넘겨주기 등에 쐐기를 박고 1년반 정도 남은 김대중 정권의 레임덕 현상을 방지하려는 뜻이 담겨있다.
김대중 대통령은 취임 1년이 지나기도 전에 중상위(中上位) 공직풍토는 비리가 거의 없어져 맑아진 만큼 앞으로는 하급 공직사회의 정화에 진력할 것이라고 했었는데 이번 고위공직자들에 대핸 대대적인 사정은 오히려 비리와 태만과 실태(失態)들이 크게 증가했다는 얘기가 아닌가.
공직 사정에 대해 한나라당은 신경을 곤두세우며 연일 비난하고 있다 “언론세무조사-공직사정-야당사정으로가는 수순이다.”, “야당사정-야당탄압 분열을 위한 명분쌓기다”, “야당을 분열 무력화시키려는 대선전략의 일환”이라며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권력핵심과 야당정치인에 대한 조사도 진행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어쨌든 여전히 전체적으로는 무사안일 태만 복지부동(伏地不動)의 풍조가 만연된 공직사회의 기강을 쇄신하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정부의 요란한 사정선언, 깨끗한 국정 운영과 몸가짐으로 유리알 같은 행정풍토가 선보인다는 무시무시하면서도 화려한 사정에 대해 국민은 익숙하다. 역대정권의 판에 박은 사정작업에 식상할 지경이다.

싱가포르와 홍콩의 사정제도가 타산지석
청와대에서 수천억 원의 검은돈을 챙기면서 입으로만 요란하게 떠벌렸던 전두환 노태우 정부의 형식적인 공직사정, 그리고 한줌의 부정도 용납 않겠다며 하급 공무원들까지 재산등록의무를 넓혔던 김영삼 정부 등등 사정의 뒷끝은 씁쓸하기만 했다. 언제 끝난지 모르게 늘 결과는 태산명동(泰山鳴動)에 서일필(鼠一匹), 용두사미(龍頭蛇尾)로 흐지부지되고 만 것이다.
김대중 정부는 임기 1년반을 남기고 사정의 칼을 뽑았다. 부정 비리 태만을 단 10%라도 척결할 것인지, 아니면 으름장만 놓고 잔뜩 겁주고 호통만 치다가 유야무야 될는지 두고 볼 일이다. 또다시 용두사미로 끝난다면 국민의 신뢰는 더욱 떨어지고 말 것이다. 우리는 언제 싱가포르나 홍콩 같이 부패척결의 제도를 갖게 될 것인가.
이성춘 /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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