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선출직으로 바꿔야
유승삼 (언론인)
“수사 지휘권이 강정구 사건 밖에 없다는 건 천만의 말씀이다.”“청와대와 직거래는 안하지만 법무부와 검찰은 항상 긴장과 갈등의 관계이다.”
퇴임한 임채진 전 검찰총장이 퇴임식 직전에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밝힌 솔직한 발언들은 검찰의 정치적 현 주소를 적나라하게 드러내 준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 사건에 관해서 청와대나 법무부로부터 수사 지휘나 압박을 받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노코멘트”라고 답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검찰책임론과 함께 개혁론이 대두되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검찰의 총수마저 ‘총장 자리는 치욕을 감내해야 하는 자리’라며 고뇌를 토로할 정도인 검찰의 실상을 방치할 수는 없는 것이다.
MB와 검찰이 현재 제기되고 있는 개선 방안이나마 수용할지조차 솔직히 의문이다. 더 답답한 것은 제기된 개선방안이 채택 된다고 해도 검찰의 민주화가 확고해지는 건 아니라는 점이다.
세계 최강의 검찰 권력
검찰의 반 인권적인 망신주기 수사 관행을 억제하려는 피의사실공표의 엄격한 제한, 정치권력의 칼로 쓰일 가능성이 큰 중수부의 대체, 법무부와 검찰의 민주적 통제를 위해 법무부 고위직, 검찰 인사위, 공소심의위나 구속심사위에 외부 인사 과반수 참여 등의 방안 등도 필요하긴 하다. 하지만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 검찰의 권한은 무소불위이며 세계 최강이다. 우리처럼 수사권, 영장청구권, 기소권을 한 손에 움켜쥐고 있는 검찰은 다른 어느 나라에도 없다. 기소권도 그냥 기소권인가. 기소독점주의와 기소편의주의를 내용으로 하는 전능의 기소권이다. 이러니 대통령 등 정치권력이 검찰을 통치의 도구로 쓸 유혹에 빠지고 독립시켰다가는 통치하기 어렵겠다는 생각을 할 만한 것이다. 그 결과가 검찰 권력의 정치 시녀화이다.
검사는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엘리트이다. 또한 지난 2003년 노무현 대통령과 평검사의 토론에서 한 평검사가 당돌하게 말했듯이 “검사만큼 열심히 사는 직업인도 없다.”
최근 한 검찰 간부는 신문 기고에서 “검사들은 늘 도검이 난무하고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전쟁터, 소위 아수라장을 끝없이 배회하는 수라의 길”을 “국가와 공익을 위하여 자신을 희생하면서 가겠다는 각오를 다진 사람들”이며 “일부러 날카로운 눈과 무서운 모습으로 꾸미면서 따뜻한 본성을 감추어야 하는 귀면불심(鬼面佛心)”이라고 썼다.
많은 검사들이 그런 다짐으로 살고 있다고 믿고 싶다. 하지만 검찰의 역사와 다수 국민의 인식은 불행히도 그와는 거리가 멀다. 검찰청법 제4조 2항은 ‘검사는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며 부여된 권한을 남용하여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97년 1월 13일자로 신설됐다. 뒤늦게, 생뚱맞게 추가된 이 신설 조항이 검찰의 역사와 현실을 역설적으로 웅변 하고 있다.
자부심을 내세우기에 앞 서, 검찰의 독립을 지키려는 자기희생과 노력이 부족했다는 지적은 겸허히 받아 들여야 한다. 일본 검찰은 비교도 안 되는 적은 권한을 갖고도 정권을 네 번이나 무너뜨린 사실도 직시해야 한다.
그러나 검찰도 할 말은 있을 것이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체제와 환경의 피조물이다. 위인이나 영웅처럼 그것을 뛰어넘는 사람도 없진 않지만 거개가 체제와 환경에 적응하기 마련이다.
그런 점에서 검찰상을 헌법 정신 그대로, 검찰청법의 검사 정의 그대로 정립하려면 먼저 그럴 수 있는 체제와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부당한 정치적 요구에 불복하라’ ‘승진에 연연하지마라’고 하기 전에 그런 부당한 요구나 환경이 빚어지지 않게 해야 한다.
검찰의 ‘국민 통제’ 절실하다
그 방법은 한마디로 말해 검찰을 임명직에서 선출직으로 바꾸는 것이다. 헌법 제1조는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되어 있다. 국가 최고의 강제력을 지닌 검찰이 국민의 직접적인 통제에서 벗어나 있는 것부터가 비민주적이고 위헌적이다.어찌 대통령이나 검찰총장 개인의 도덕성과 인격에 모든 것을 맡길 것인가. 검찰권은 마땅히 국민의 직접적인 통제 아래 두어야 한다.
현재 제기되고 있는 방안들은 단기적, 잠정적 방안이어야 한다. 궁극적 방안은 전국 18개 지방 검찰청장(검사장)을 우리 교육감 선거처럼, 미국에서처럼 주민 선거로 뽑는 것이다. 이를 서둘러 추진해야 한다. 검찰의 민주적 통제와 민주화는 이런 혁명적 체제 개혁이 이뤄져야만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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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삼 (언론인)
“수사 지휘권이 강정구 사건 밖에 없다는 건 천만의 말씀이다.”“청와대와 직거래는 안하지만 법무부와 검찰은 항상 긴장과 갈등의 관계이다.”
퇴임한 임채진 전 검찰총장이 퇴임식 직전에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밝힌 솔직한 발언들은 검찰의 정치적 현 주소를 적나라하게 드러내 준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 사건에 관해서 청와대나 법무부로부터 수사 지휘나 압박을 받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노코멘트”라고 답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검찰책임론과 함께 개혁론이 대두되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검찰의 총수마저 ‘총장 자리는 치욕을 감내해야 하는 자리’라며 고뇌를 토로할 정도인 검찰의 실상을 방치할 수는 없는 것이다.
MB와 검찰이 현재 제기되고 있는 개선 방안이나마 수용할지조차 솔직히 의문이다. 더 답답한 것은 제기된 개선방안이 채택 된다고 해도 검찰의 민주화가 확고해지는 건 아니라는 점이다.
세계 최강의 검찰 권력
검찰의 반 인권적인 망신주기 수사 관행을 억제하려는 피의사실공표의 엄격한 제한, 정치권력의 칼로 쓰일 가능성이 큰 중수부의 대체, 법무부와 검찰의 민주적 통제를 위해 법무부 고위직, 검찰 인사위, 공소심의위나 구속심사위에 외부 인사 과반수 참여 등의 방안 등도 필요하긴 하다. 하지만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 검찰의 권한은 무소불위이며 세계 최강이다. 우리처럼 수사권, 영장청구권, 기소권을 한 손에 움켜쥐고 있는 검찰은 다른 어느 나라에도 없다. 기소권도 그냥 기소권인가. 기소독점주의와 기소편의주의를 내용으로 하는 전능의 기소권이다. 이러니 대통령 등 정치권력이 검찰을 통치의 도구로 쓸 유혹에 빠지고 독립시켰다가는 통치하기 어렵겠다는 생각을 할 만한 것이다. 그 결과가 검찰 권력의 정치 시녀화이다.
검사는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엘리트이다. 또한 지난 2003년 노무현 대통령과 평검사의 토론에서 한 평검사가 당돌하게 말했듯이 “검사만큼 열심히 사는 직업인도 없다.”
최근 한 검찰 간부는 신문 기고에서 “검사들은 늘 도검이 난무하고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전쟁터, 소위 아수라장을 끝없이 배회하는 수라의 길”을 “국가와 공익을 위하여 자신을 희생하면서 가겠다는 각오를 다진 사람들”이며 “일부러 날카로운 눈과 무서운 모습으로 꾸미면서 따뜻한 본성을 감추어야 하는 귀면불심(鬼面佛心)”이라고 썼다.
많은 검사들이 그런 다짐으로 살고 있다고 믿고 싶다. 하지만 검찰의 역사와 다수 국민의 인식은 불행히도 그와는 거리가 멀다. 검찰청법 제4조 2항은 ‘검사는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며 부여된 권한을 남용하여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97년 1월 13일자로 신설됐다. 뒤늦게, 생뚱맞게 추가된 이 신설 조항이 검찰의 역사와 현실을 역설적으로 웅변 하고 있다.
자부심을 내세우기에 앞 서, 검찰의 독립을 지키려는 자기희생과 노력이 부족했다는 지적은 겸허히 받아 들여야 한다. 일본 검찰은 비교도 안 되는 적은 권한을 갖고도 정권을 네 번이나 무너뜨린 사실도 직시해야 한다.
그러나 검찰도 할 말은 있을 것이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체제와 환경의 피조물이다. 위인이나 영웅처럼 그것을 뛰어넘는 사람도 없진 않지만 거개가 체제와 환경에 적응하기 마련이다.
그런 점에서 검찰상을 헌법 정신 그대로, 검찰청법의 검사 정의 그대로 정립하려면 먼저 그럴 수 있는 체제와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부당한 정치적 요구에 불복하라’ ‘승진에 연연하지마라’고 하기 전에 그런 부당한 요구나 환경이 빚어지지 않게 해야 한다.
검찰의 ‘국민 통제’ 절실하다
그 방법은 한마디로 말해 검찰을 임명직에서 선출직으로 바꾸는 것이다. 헌법 제1조는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되어 있다. 국가 최고의 강제력을 지닌 검찰이 국민의 직접적인 통제에서 벗어나 있는 것부터가 비민주적이고 위헌적이다.어찌 대통령이나 검찰총장 개인의 도덕성과 인격에 모든 것을 맡길 것인가. 검찰권은 마땅히 국민의 직접적인 통제 아래 두어야 한다.
현재 제기되고 있는 방안들은 단기적, 잠정적 방안이어야 한다. 궁극적 방안은 전국 18개 지방 검찰청장(검사장)을 우리 교육감 선거처럼, 미국에서처럼 주민 선거로 뽑는 것이다. 이를 서둘러 추진해야 한다. 검찰의 민주적 통제와 민주화는 이런 혁명적 체제 개혁이 이뤄져야만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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