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서열화와 획일화
조진표 (와이즈멘토 대표이사)
고삐 풀린 사교육비를 잡겠다며 정부가 최근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정부 안의 뼈대를 보면, 공교육내실화, 선진형 입시제도, 사교육대체서비스 강화, 학원운영의 효율적 관리 등을 위해 교원평가제 전면 시행, 교과교실제 운영, 사교육없는 학교 도입, 특목고 입시제도 개편 등을 실현해 사교육 부담을 완화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늦어도 2010년부터는 사교육비 부담이 줄어드는 것을 학부모가 체감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늘 그랬듯이 이번 정부 대책 발표도 많은 국민들의 기대를 충족시켜주지는 못하고 있는 듯하다. 서민층은 말할 것도 없고, 웬만한 중산층도 이제는 사교육비로 인해 노후가 위태로운 지경에 이르게 된 상황임을 감안하면 이 정도론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이 당연한 반응이다.
유명한 놀이동산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A B C 세개의 놀이기구가 있는데 A는 이용객들의 만족도가 높은 놀이기구이다. B는 ‘보통’, C는 ‘재미없다’고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어떤 행태를 보일까? 당연히 A라는 놀이기구의 매표소 앞에 장사진을 이룰 것이다.
다양한 대학 등장 독려해야
매표소는 몰려든 사람들 때문에 줄서는 방법을 바꿔보기도 하고, 매표소를 중간에 하나 더 만들기도 하고, 돈을 더 받고 별도의 빠른 줄에 설수 있는 ‘프리미엄’ 티켓을 팔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다양한 시도에도 불구하고 기다리는 사람들의 불만을 근본적으로 해결해줄 수는 없다. 지금 우리나라 고등교육의 전체적 틀이 바로 이런 상황에 놓여있는 것은 아닐까 싶다. A라는 대학과 B와 C대학에 대한 선호 격차가 너무 크다. 명문대의 독과점 구조가 여간해서 깨지지 않자 비명문대학들은 일부 명문대 따라하기에 전력을 쏟지만, 오히려 명문대의 위상은 더 강력해진다.
어떤 사람은 이를 두고 ‘대학의 서열화’의 문제점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나는 이로 인해 파생되는 ‘대학의 획일화’가 더 근본적 문제라고 본다.
대학 서열구조가 고착화된 판국에 B와 C가 A에 비해 서열의 후순위에 있다고 눈총을 주는 것은 논리의 앞뒤가 바뀐 데다, 대한민국 고등교육의 거시적 발전을 위해 개별 대학이 취할 수 있는 방향설정도 ‘A 따라하기’식이 되기가 십상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서열 구조에서 상대적인 아래에 위치한 B와 C가 자신만의 독자적인 특성화전략과 커리큘럼으로 A와는 다른 차별성을 가지려고 노력한다면 어떨까?
사교육비 급증은 결국 극소수 명문대 진학을 위한 과열 경쟁과 여기서 살아남은 일부 ‘승자’들이 모든 것을 차지하는 ‘승자독식 구조’에서 비롯된다. 이런 구조는 아이들이 자신의 적성에 따라 갈 수 있는 교육 기관에 대한 선택지가 극도로 좁아진다는 점에서 진로를 제약한다. 국가적인 불행이기에 앞서 아이들의 꿈을 뺏는 잔인한 현실을 빚어내는 셈이다.
자기 대학만의 고유한 경쟁력
사교육 종합대책의 핵심은 대학의 구조조정과 다양한 대학의 등장을 독려하는 것이 핵심이 돼야 한다.
즉, 대학들이 차별화된 교육과정을 개설해 현재 재학생들이 자기 대학만의 고유한 경쟁력을 갖도록 탈바꿈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아이들이 자신의 적성에 맞는 고등교육을 잘 찾아주는 진로교육이 병행돼야 한다.
물론, 고착화된 서열구조에 기대어 세계 최고수준에 가까워진 학비를 받으면서 대학 졸업 후에 실업자만 양산하고 있는 대학들도 응답을 내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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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표 (와이즈멘토 대표이사)
고삐 풀린 사교육비를 잡겠다며 정부가 최근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정부 안의 뼈대를 보면, 공교육내실화, 선진형 입시제도, 사교육대체서비스 강화, 학원운영의 효율적 관리 등을 위해 교원평가제 전면 시행, 교과교실제 운영, 사교육없는 학교 도입, 특목고 입시제도 개편 등을 실현해 사교육 부담을 완화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늦어도 2010년부터는 사교육비 부담이 줄어드는 것을 학부모가 체감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늘 그랬듯이 이번 정부 대책 발표도 많은 국민들의 기대를 충족시켜주지는 못하고 있는 듯하다. 서민층은 말할 것도 없고, 웬만한 중산층도 이제는 사교육비로 인해 노후가 위태로운 지경에 이르게 된 상황임을 감안하면 이 정도론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이 당연한 반응이다.
유명한 놀이동산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A B C 세개의 놀이기구가 있는데 A는 이용객들의 만족도가 높은 놀이기구이다. B는 ‘보통’, C는 ‘재미없다’고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어떤 행태를 보일까? 당연히 A라는 놀이기구의 매표소 앞에 장사진을 이룰 것이다.
다양한 대학 등장 독려해야
매표소는 몰려든 사람들 때문에 줄서는 방법을 바꿔보기도 하고, 매표소를 중간에 하나 더 만들기도 하고, 돈을 더 받고 별도의 빠른 줄에 설수 있는 ‘프리미엄’ 티켓을 팔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다양한 시도에도 불구하고 기다리는 사람들의 불만을 근본적으로 해결해줄 수는 없다. 지금 우리나라 고등교육의 전체적 틀이 바로 이런 상황에 놓여있는 것은 아닐까 싶다. A라는 대학과 B와 C대학에 대한 선호 격차가 너무 크다. 명문대의 독과점 구조가 여간해서 깨지지 않자 비명문대학들은 일부 명문대 따라하기에 전력을 쏟지만, 오히려 명문대의 위상은 더 강력해진다.
어떤 사람은 이를 두고 ‘대학의 서열화’의 문제점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나는 이로 인해 파생되는 ‘대학의 획일화’가 더 근본적 문제라고 본다.
대학 서열구조가 고착화된 판국에 B와 C가 A에 비해 서열의 후순위에 있다고 눈총을 주는 것은 논리의 앞뒤가 바뀐 데다, 대한민국 고등교육의 거시적 발전을 위해 개별 대학이 취할 수 있는 방향설정도 ‘A 따라하기’식이 되기가 십상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서열 구조에서 상대적인 아래에 위치한 B와 C가 자신만의 독자적인 특성화전략과 커리큘럼으로 A와는 다른 차별성을 가지려고 노력한다면 어떨까?
사교육비 급증은 결국 극소수 명문대 진학을 위한 과열 경쟁과 여기서 살아남은 일부 ‘승자’들이 모든 것을 차지하는 ‘승자독식 구조’에서 비롯된다. 이런 구조는 아이들이 자신의 적성에 따라 갈 수 있는 교육 기관에 대한 선택지가 극도로 좁아진다는 점에서 진로를 제약한다. 국가적인 불행이기에 앞서 아이들의 꿈을 뺏는 잔인한 현실을 빚어내는 셈이다.
자기 대학만의 고유한 경쟁력
사교육 종합대책의 핵심은 대학의 구조조정과 다양한 대학의 등장을 독려하는 것이 핵심이 돼야 한다.
즉, 대학들이 차별화된 교육과정을 개설해 현재 재학생들이 자기 대학만의 고유한 경쟁력을 갖도록 탈바꿈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아이들이 자신의 적성에 맞는 고등교육을 잘 찾아주는 진로교육이 병행돼야 한다.
물론, 고착화된 서열구조에 기대어 세계 최고수준에 가까워진 학비를 받으면서 대학 졸업 후에 실업자만 양산하고 있는 대학들도 응답을 내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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