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엄 모(여·34)씨 등 외국인 9명을 납치한 무장조직이 15일 엄씨를 포함, 인질들을 살해한 것으로 확인돼 충격을 주는 가운데 범행 단체나 납치 목적이 베일에 가려져 의문을 주고 있다.
자국민 7명이 모두 피살된 독일 일간 쥐트도이체 차이퉁이 16일 “예멘에서 발생한 외국인 납치 살해사건은 알-카에다의 소행인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지만 이 역시 정확한 근거는 제시되지 않았다. 이 신문은 “독일 정보기관들이 범행의 ‘잔혹성’을 볼 때 이번 사건이 알-카에다의 소행이라는 판단을 내렸다”며 “특히 독일인들이 알-카에다의 공격 목표가 되고 있고 이런 움직임이 더욱 강화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예멘에서 무장한 부족들이 그간 수감된 동료의 석방이나 구호품 지원 등 다른 특정한 목적을 관철하기 위한 지렛대로 활용하기 위해 외국인들을 납치했다가 짧게는 하루, 길게는 수주일 만에 대체로 무사히 석방해왔다는 점에서 이번 인질 살해는 매우 놀랍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번 납치 사건은 범인들이 자신의 정체를 밝히지 않은 것은 물론 예멘이나 관련국 정부에 구체적인 석방조건을 제시하지 않은 채 인질들을 살해했다는 점에서 충격을 주고 있다.
독일 dpa통신은 “외국인 납치는 예멘 부족들의 일반적인 관행이지만 대부분 평화적으로 해결됐었다”며 “이번 인질 살해는 매우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최빈곤국 예멘에서는 올 한해에만 모두 5건의 외국인 납치 사건이 발생했으나 인질이 살해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 때문에 이번 사건의 범죄조직이 애초 예멘 정부가 지목한 북부 사다 지역의 시아파 반군이 아니라 서방권을 상대로 ‘묻지마 테러’를 자행해온 국제테러조직 알-카에다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사다 지역에 근거지를 둔 시아파 반군 ‘후티’ 그룹은 자신들이 이 사건과 아무런 관련이 없으며, 정부가 자신들의 이미지를 왜곡하기 위해 술책을 부리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엄씨 등 외국인 9명이 납치된 지역은 이들 그룹의 근거지이기도 하지만, 알-카에다 조직원들의 은신처이기도 하다.
예멘의 한 당국자는 북부 사다 지역이 험준한 산악지형으로 이뤄져 알-카에다 조직원들이 은신해 있기도 하다고 AP 통신에 언급, 이번 사건에 알-카에다가 개입했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알-카에다는 지난 1월 사우디아라비아 지부와 예멘 지부를 하나로 통합하는 조직 재정비를 마친 뒤 ‘성전’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그로부터 두달 뒤인 지난 3월 15일 예멘의 시밤 유적지에서 한국인 관광객 4명이 자살폭탄테러로 숨지는 사건이 발생한 데 이어 같은 달 18일에는 사건 수습을 위해 예멘을 방문했던 한국 정부대응팀과 유족이 자폭테러의 타깃이 되기도 했다. 이들 연쇄 테러는 알-카에다가 국제사회에 충격을 주기 위해 10대 대원을 포섭해 저지른 것으로 예멘 정부는 파악하고 있다.
한편 납치 사건이 발생한 당일인 지난 12일 알-카에다 예멘과 사우디아라비아 통합지부의 자금담당 책임자인 ‘하산 수헤인 알완’이 예멘 보안당국에 체포됐다. 따라서 자금담당 책임자가 검거된 데 대한 보복으로 알-카에다가 인질을 살해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추정도 나오고 있다.
김은광 기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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