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바닥론과 ‘출구전략’
경제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각국 정부가 풀어놓은 천문학적인 유동성을 어떻게 부작용 없이 회수할 것이냐에 대한 이른바 ‘출구전략’ 논의가 활발하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경기가 회복세를 타면서 그동안 경기부양을 위해 풀린 돈이 주식 및 주택 가격을 끌어올리고 원자재 가격의 급등을 유발하는 등 인플레이션을 비롯한 부작용 발생 우려가 높아가기 때문이다.
출구전략은 최근 이탈리아 레체에서 열린 G8재무장관 회의에서 처음 제기됐다. G8재무장관회의는 “경제회복이 확인될 경우 경제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동원됐던 이례적인 재정지출과 경기부양책을 거둬들이는 출구전략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이 제안을 받아들여 미국 등에 출구전략 검토를 권고하는 등 논의를 본격화 해가고 있다. 경기부양 이후 인플레이션에 따른 피해를 줄이기 위해 재정 금리 등 선제적 대응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출구전략은 이제 세계적인 정책과제로 떠오른 것이다.
긴축으로의 갑작스런 정책전환은 성급
우리나라도 이 새로운 과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출구전략을 언제쯤 시행할 것이냐를 두고 아직은 의견이 엇갈리고 있기는 하지만, 시중에 풀린 막대한 유동성이 인플레이션을 일으켜 경기회복 이후의 경제에 발목을 잡는 일이 없도록 출구전략을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과 경기회복을 확인할 때까지는 확장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는 견해가 공존하고 있다. 정부는 아직 시기상조 쪽에 기울어져 있는 것 같다. “제비 한 마리를 보고 봄이 왔다고 단정할 수는 없는 만큼 대외 변수를 보면서 정책대응을 차분히 준비해야 한다”는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의 발언 속에서 그 같은 기울기가 읽힌다.
우리 경제가 회복국면을 타고 있다는 징후가 곳곳에서 감지된다. 성장률이 지난 1분기의 0.1%에 이어 2분기에는 2%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금융시장이 안정을 되찾고 산업생산이 4개월째 증가세를 기록했다. 신용카드 사용액이 느는 등 소비도 기지개를 켜고 있다. 부동산 경기도 눈에 띠게 살아나고 있다. 실업금여 증가세도 둔화되고 있다. 금융위기의 진원지인 미국도 소비와 고용지표가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U자형 회복이냐 W자형의 상승국면이냐의 문제일뿐 경제가 나아지는 방향으로 흐름을 타고 있는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그렇다고 마음 놓기에는 이르다. 바닥을 쳤다고 확신하기 어렵다. 더블 딥의 함정으로 몰고갈만한 위협요인이 지뢰처럼 널려 있기 때문이다.
우선 원유를 비롯한 국제 원자재가격의 동향이 심상치 않다. 두바이유가 이미 배럴당 70달러를 넘어섰다. 콩 등 곡물과 구리 알루미늄 등 금속류가 적게는 10%, 많게는 70% 이상 뛰었다. 고용시장은 여전히 찬바람이 돈다. 가계부채는 눈덩이처럼 부풀어 올랐다. 잠들 줄 모르는 노사갈등에 북한 리스크까지 겹쳤다. 환율이 내려가 수출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다. 도를 더해가는 정치 사회불안이 경제심리를 흔들고 있다. 2분기에 나타난 경기회복 기운은 환율과 금리효과, 그리고 수퍼 추경 등 정부가 막대한 재정을 쏟아부은 결과일뿐 내수주도의 본격적인 회복으로 보기 어렵다. 부양책의 거품을 걷어내면 허약체질이 그대로 드러나게 된다는 분석이다. 결국 자생력을 회복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빈부격차, 내수위축 등 구조적 문제 해소해야
때문에 긴축으로의 갑작스러운 정책전환은 아직은 성급하다 할 수 있다. 돈을 풀다가 급히 빨아들이는 변덕스러운 정책변화는 시장의 혼란과 부작용을 자초하기 마련이다. 경기가 바닥을 치고 올라선다는 확신이 설 때까지는 기존의 확장기조를 유지하면서 상황변화에 따라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출구전략을 미리 세워두어야 한다. 주요국가의 출구전략 진전 상황을 세심히 점검하면서 기업 구조조정과 실물경기 회복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
위기탈출 이후의 문제에 선제대응하기 위해서는 재정 금리 세제 등을 망라한 종합적인 처방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외생 변수에 흔들리지 않을 자생력과 체질 강화가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빈부격차, 내수위축, 성장동력 취약, 기술혁신 역량부족 등 경제성장을 저해하는 구조적 문제를 해소하는 데 정책적 노력을 집중해야 한다.
김진동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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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각국 정부가 풀어놓은 천문학적인 유동성을 어떻게 부작용 없이 회수할 것이냐에 대한 이른바 ‘출구전략’ 논의가 활발하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경기가 회복세를 타면서 그동안 경기부양을 위해 풀린 돈이 주식 및 주택 가격을 끌어올리고 원자재 가격의 급등을 유발하는 등 인플레이션을 비롯한 부작용 발생 우려가 높아가기 때문이다.
출구전략은 최근 이탈리아 레체에서 열린 G8재무장관 회의에서 처음 제기됐다. G8재무장관회의는 “경제회복이 확인될 경우 경제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동원됐던 이례적인 재정지출과 경기부양책을 거둬들이는 출구전략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이 제안을 받아들여 미국 등에 출구전략 검토를 권고하는 등 논의를 본격화 해가고 있다. 경기부양 이후 인플레이션에 따른 피해를 줄이기 위해 재정 금리 등 선제적 대응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출구전략은 이제 세계적인 정책과제로 떠오른 것이다.
긴축으로의 갑작스런 정책전환은 성급
우리나라도 이 새로운 과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출구전략을 언제쯤 시행할 것이냐를 두고 아직은 의견이 엇갈리고 있기는 하지만, 시중에 풀린 막대한 유동성이 인플레이션을 일으켜 경기회복 이후의 경제에 발목을 잡는 일이 없도록 출구전략을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과 경기회복을 확인할 때까지는 확장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는 견해가 공존하고 있다. 정부는 아직 시기상조 쪽에 기울어져 있는 것 같다. “제비 한 마리를 보고 봄이 왔다고 단정할 수는 없는 만큼 대외 변수를 보면서 정책대응을 차분히 준비해야 한다”는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의 발언 속에서 그 같은 기울기가 읽힌다.
우리 경제가 회복국면을 타고 있다는 징후가 곳곳에서 감지된다. 성장률이 지난 1분기의 0.1%에 이어 2분기에는 2%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금융시장이 안정을 되찾고 산업생산이 4개월째 증가세를 기록했다. 신용카드 사용액이 느는 등 소비도 기지개를 켜고 있다. 부동산 경기도 눈에 띠게 살아나고 있다. 실업금여 증가세도 둔화되고 있다. 금융위기의 진원지인 미국도 소비와 고용지표가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U자형 회복이냐 W자형의 상승국면이냐의 문제일뿐 경제가 나아지는 방향으로 흐름을 타고 있는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그렇다고 마음 놓기에는 이르다. 바닥을 쳤다고 확신하기 어렵다. 더블 딥의 함정으로 몰고갈만한 위협요인이 지뢰처럼 널려 있기 때문이다.
우선 원유를 비롯한 국제 원자재가격의 동향이 심상치 않다. 두바이유가 이미 배럴당 70달러를 넘어섰다. 콩 등 곡물과 구리 알루미늄 등 금속류가 적게는 10%, 많게는 70% 이상 뛰었다. 고용시장은 여전히 찬바람이 돈다. 가계부채는 눈덩이처럼 부풀어 올랐다. 잠들 줄 모르는 노사갈등에 북한 리스크까지 겹쳤다. 환율이 내려가 수출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다. 도를 더해가는 정치 사회불안이 경제심리를 흔들고 있다. 2분기에 나타난 경기회복 기운은 환율과 금리효과, 그리고 수퍼 추경 등 정부가 막대한 재정을 쏟아부은 결과일뿐 내수주도의 본격적인 회복으로 보기 어렵다. 부양책의 거품을 걷어내면 허약체질이 그대로 드러나게 된다는 분석이다. 결국 자생력을 회복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빈부격차, 내수위축 등 구조적 문제 해소해야
때문에 긴축으로의 갑작스러운 정책전환은 아직은 성급하다 할 수 있다. 돈을 풀다가 급히 빨아들이는 변덕스러운 정책변화는 시장의 혼란과 부작용을 자초하기 마련이다. 경기가 바닥을 치고 올라선다는 확신이 설 때까지는 기존의 확장기조를 유지하면서 상황변화에 따라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출구전략을 미리 세워두어야 한다. 주요국가의 출구전략 진전 상황을 세심히 점검하면서 기업 구조조정과 실물경기 회복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
위기탈출 이후의 문제에 선제대응하기 위해서는 재정 금리 세제 등을 망라한 종합적인 처방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외생 변수에 흔들리지 않을 자생력과 체질 강화가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빈부격차, 내수위축, 성장동력 취약, 기술혁신 역량부족 등 경제성장을 저해하는 구조적 문제를 해소하는 데 정책적 노력을 집중해야 한다.
김진동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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