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을 여는 책] 민주주의와 법의 지배

지역내일 2009-05-27 (수정 2009-05-29 오전 7:15:25)
권력독점이 법치를 도구화하는 까닭
김광원(칼럼니스트· 참미디어연구소 대표)
후마니타스/ 2만2000원


참 새삼스럽다. 요즘처럼 민주주의와 법의 지배가 자주 거론되는 시기도 없다. 이 시대는 분명히 민주주의를 요구하고, 법의 지배가 이루어져야 하는 사회다. 또 법의 지배가 이루어지지 않는 민주주의를 상정할 수도 없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가 이 문제들에 대한 논란을 벌이고 있는 이유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 것인가.
최근 나온 한국어판 ‘민주주의와 법의 지배(원제: Democracy and the Rule of Law)’가 이에 대한 이해를 돕는 지침서 중의 하나가 될 만하다. 이 책은 한국 사회에서 줄곧 규범적으로 이해되는 법의 지배에 관한 의미로부터 사법부의 성격, 정치의 사법화, 그리고 민주주의와의 관계를 조망하고 있다. 최장집 명예교수(고려대)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이 책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이번에 한국어판 서문을 위해 이 책을 다시 살펴보면서 오늘날 한국 현실과 관련성이 훨씬 잘 드러난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민주화 이후 어느 나라나 경험하는 것이지만, ‘민주주의’와 ‘법의 지배’라고 하는, 사회를 조직하는 두 원리 사이의 긴장이 점점 뚜렷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저서에 따르면 ‘법의 지배’에 대한 규범적 해석은 법학자들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허구다. 그런 해석은 사실에 대한 기술로서도 설득력이 없을 뿐 아니라 더욱 설명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법의 지배에 대한 실증적 견해를 발전시키려면, 정치세력들 특히 그들의 목적과 조직 및 그들 간의 갈등에서 출발해야 한다. 행위자들은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자신들이 동원할 수 있는 수단을 이용한다는 것이다.
법의 지배가 실현되고 있느냐를 판별하는 기준은 법의 안정성이 아니라 권력의 배분 여부에 있다는 사실이다. 권력이 독점될 경우, 법은 기껏해야 누군가의 지배를 위한 도구일 뿐이다. 상호 갈등적인 정치적 행위자들이 법에 따라 갈등을 해결하려 할 때, 그 때 법이 지배한다고 이 책은 강조한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강조되고 있는 법치주의의 한계를 보여주는 듯하다.
이 저서의 논의는 매우 복잡하지만 결론은 단순해 보인다. 즉 “법의 지배는 정치적 행위자들이 끌어 모을 수 있는 모든 자원을 이용해 갈등을 처리하는 상황의 한 결과일 뿐이다. 법이 지배한다고 할 때, 그것은 법이 정치적 행위에 선행하기 때문이 아니다. 법은 정치로부터 분리될 수 없으며 바로 그런 이유가 이 책의 출간동기”라고 대표저자는 설명한다.
이 책은 아담 쉐보르스키 뉴욕대 교수 등 13명의 저술로 이루어져 있다. 그 저술의 내용들은 모두 12장으로 구성됐으며 법의 지배에 관한 일반론으로부터 정치적 사건과 관련된 현실적 고찰에 이르기까지 다각적이고 입체적 접근을 시도한다. 정치와 법의 관계를 총괄적으로 분석하며 사법부의 문제 등에 관해서도 심도 있게 다루고 있다.
1장 ‘법의 지배의 계보’에서는 법의 성격을 예리하게 추적한다. 권력을 가진 정치행위자들이 법의 지배를 촉진하거나 저지하는 이유가 그들의 이익 때문이라는 점을 중심으로 법의 지배 과정을 설명한다. 저자는 법의 지배가 실제 역사에서 매우 드물게 볼 수 있으며, 거기에 이르기는 매우 어렵다고 진단한다. 거의 대부분의 경우, 법적 도구들은 정부와 부자들의 공동이익 및 그들의 다양한 개별이익들을 위해 쓰이는 것이 현실이라는 주장이다. 그 대표적 사례 중의 하나로, 정부가 비판자들의 입을 막기 위해 사용하는 게 법적 도구라는 점을 든다.
2장(권력 규칙 그리고, 준법)과 3장(법치국가의 복종과 의무)에서는 법의 지배의 의미를 분석하고 법에 의한 지배와의 차이점 등을 규명한다. 법을 운용하는 제도들은 사람들로 채워져 있고, 법은 이들의 해석에 의존한다. 즉 법에 의한 지배가 이루어진다. 이 점에서 루소가 지적하듯 법은 언제나 강자의 도구가 되기 마련이나 권력과 부(富)가 널리 분산될 경우, 보다 공정한 법의 지배가 출현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4장(민주주의 정치적 토대와 법의 지배)과 5장(정당은 왜 선거결과에 복종하는가)은 법의 힘이 의무적이어서가 아니라 그럴만한 유인이 있기 때문에 지켜지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정치적 공무원들이 법에 복종하는 것은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자신들의 정치적 장래가 위험해지기 때문이며, 바로 이것이 헌법적 규칙들을 자기 강제적인 것으로 만든다고 지적한다.
6장(법의 지배에 대한 다수제적 해석)과 7장(법의 지배는 어떻게 유지될 수 있나)및 8장(독재와 법의 지배)은 지금까지의 문제점을 집약하고 그 해결방법을 찾는다. 다수의지의 우월성은 파벌의 우월성과 연결되고, 파벌의 우월성은 당파적이고 중립적이지 못한 법의 제정으로 이어지며, 결국 ‘법의 지배’의 붕괴와 동의어가 된다. 이는 선거에 의한 다수제 민주주의의 문제점 등을 지적하는 것으로, 이를 극복하기 위해 광범위한 시민결사와 시민운동 및 언론의 역할에 대한 검토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9장부터 12장까지는 이러한 목적을 위한 제도적 조건들과 특히 사법부의 문제를 여러 각도에서 조명한다. 또 정치적 무기로서의 법의 지배에 대한 여러 가지 상황을 점검한다. 특히 민주주의와 독립적 사법부가 서로를 뒷받침하는 제도적 장치라는 논제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한다. 다수제 민주주의에서 권력독점의 최악시나리오 중 하나는 국민의 기본권 침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곧 ‘법의 지배’가 ‘인간의 지배’로 대체됨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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