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칼럼>권력 절제없는 정부감량 어림없다(송보경 2001.06.22)

<신문로 칼럼>

지역내일 2001-06-25
<신문로 칼럼="">권력 절제없는 정부감량 어림없다(송보경 2001.06.22)
송보경 / 서울여자대학교 교수 소비자문제를연구하는시민의모임 이사



우리에게 웃음을 선사해야 할 코미디언이 울음을 터트리는 모습을 보는 것은 즐겁지 않다.
최근에 있었던 한 개그우먼이 체중감량의 방법을 놓고 우는 모습에서 우리는 우리사회의 희·비극을 모두 보았다.
하기야 우리 사회에서 살 빼기를 하겠다는 것은 개인뿐만 아니라 정부도 마찬가지다.
우선 정부가 들어서면 작은 정부를 만들겠다며 호들갑을 떤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도 정부의 인력, 예산 업무영역에서 줄었다는 증거는 찾아보기 힘들다. 중앙부처에서 줄였다는 인력이 외곽에서 위성인력으로 아직도 빙빙 돌고 있다거나 어느 고위층 정부 부서는 더 늘었다는 것이 언론들의 지적이다. 어느 정부 기관은 인력도 예산도 업무영역도 더 늘리려고 지금도 애를 쓰고 있다.
개그우먼의 살 빼기와 정부의 몸집 줄이기의 공통점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
코미디언이 어떤 방법을 동원했던 살 빼기는 일단 성공했다. 우리 앞에 나타난 그는 살이 빠져 있었다. 그러나 정부의 살 빼기는 소리만 요란했지 빠졌다고 느껴지지도 눈에 나타나지도 않는다. 또 다른 점은 개인의 살 빼기는 개인의 부담이지만 정부기관의 비대화는 국민이 부담한다는 것이 다르다.
의사는 지방흡입수술로 코미디언의 지방질을 제거해서 빠졌다고 주장하고 그녀는 그것뿐만 아니라 식이요법과 운동을 해서 빠졌다고 하였다. 또 관련 전문가들도 지방 흡입수술만으로 살을 빼는 양은 일정하며 운동이 있어야 한다니 양측 주장이 다 일리가 있어 보인다.
그러나 개그우먼 쪽은 수술사실을 숨겼고 의사도 환자의 비밀을 폭로했기 때문에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우선 그녀는 수술 사실을 숨긴 것이 사실이었기 때문에 우는 것 외엔 다른 방법이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자신이 사회에 팽배해 있는 꼬드김의 수단으로 자기 자신을 동원하였다가 실패하였다는 낭패감이 울음으로 표현되었을 것이다.

개그우먼 살빼기소동 수술 숨겨 사회문제로
의사는 환자의 비밀을 지켜주어야 한다고 우리는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의사쪽에서는 수술로 살을 뺀 사실을 숨기고 운동으로 살을 뺐다고 언론을 통해 거짓말을 하는 것을 방지함으로써 공익에 도움이 되었다고 주장한다. 공익이라는 말이 이 경우에는 낯설게 느껴진다. 이것이 죄가 되고 안 되고는 법정에서 가려질 일이다. 그러나 시시콜콜한 환자의 병을 의사가 폭로한다면 이것이야말로 소비자를 불안하게 하는 일이다. 가끔 나타나는 부당 허위 청구보다 이것이 더 고약한 사건이라고 본다. 그러나 이 개그우먼의 살 빼기 사건을 보면서 소비자가 씁쓸한 느낌을 갖는 것은 젊은이에게 팽배해 있는 살을 빼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이다. 그리고 살을 자신의 노력 없이 쉽게 뺄 수 있다는 꼬드김이다. 그 꼬드김을 부추긴 사람은 누구인가? 날씬한 사람을 앞세우는 상술, 몸을 상품화하는 상술 등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이다. 전문가도 언론도 그 꼬드김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개그우먼은 바로 그 꼬드김에 동원되었다 일을 당한 것 같다.
전통적으로 소비자가 알고 있는 살 빼기 방법은 음식조절, 약물, 그리고 운동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지방흡입 수술로 체중을 줄일 수 있다는 사실이 온 천하에 알려졌다. 개그우먼의 울음을 통해 우리가 알게 된 것도 바로 수술을 통해 살까지 뺄 수 있다는 사실이다 (제키의 제왕 절개 수술로 새로운 출산방법이 알려진 것처럼).
상술로 동원되는 다이어트 방법은 이렇다.
첫째 「첫 배불리기」이다. 한천, 고구마 말린 것, 녹말가루 등을 먹으면 포만감 때문에 식사를 적게 하게 된다. 그럴듯한 사람을 내세워 소개되는 비싼 가격의 수입다이어트 식품을 꼼꼼이 따져보면 주성분은 녹말인 경우가 흔하다.
둘째, 이뇨제를 사용한다. 인체의 수분이 빠지니 몸무게가 줄어드는 것은 당연하다. 체중을 꼭 조절해야 하는 운동선수들이 급할 때 이 방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셋째 중추신경을 자극해서 식욕을 감퇴시키는 방법이다. 이것도 약물일 수도 있고 식품에 이 성분을 첨가시켜 사용할 수도 있다. 안전성으로 보면 이것이 가장 위험하다. 여기에 최근 지방제거 수술 방법까지 소개된 것이다.

날씬한 사람보다 군살빠진 정부 보고싶다
한편 정부는 몸집을 줄이기 위해 효율화를 위해 민영화를 하겠다고 하면서 정부기관들을 틈만 있으면 업무를 확장해야 하겠다고 한다.
소비자보호원의 경우가 그 대표적인 사례로 볼 수 있다. 소비자 상담업무를 지방에까지 확대하려 하는데, 이것을 차라리 민간단체 지원을 통해 하도록 하는 편이 훨씬 경제적이다. 민간소비자 단체도 이제는 방방곡곡에 317개소가 있고 현재도 182개소에서 소비자상담을 받고 있다. 정부가 교도소까지 민간에게 맡기는 과감한 조치를 한다면서 민간이 최소비용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정부기관이 하겠다는 것은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먹을 것을 보면 못 참는 식탐, 자신은 꼼짝 않고 앉아서 부려먹으려는 권력욕에 대한 절제 없이 개인도 정부도 감량은 어림도 없다.
우리 소비자는 날씬한 사람을 보며 부러워하기 보다 군살 빠진 정부를 보고 싶다. 뚱뚱이에게 박수를 홀쭉하게 빠진 정부에게 신뢰를!

송보경 / 서울여자대학교 교수 소비자문제를연구하는시민의모임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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