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 우리가 최고'']대전시 취약동네 재생전략 ‘무지개 프로젝트’

“가난했던 우리 동네에 무지개 떴어요”

지역내일 2009-06-23
첫 마을 판암동 ‘취약동네’ 옛말 … 주민들 자신감 회복 ‘성과’

“마을 환경도 많이 변했지만 무엇보다 사람들이 눈에 띄게 바뀌고 있어요.”
18일 대전시 동구 판암동에서 만난 주부 박희순(52)씨는 ‘무지개 프로젝트 시행 이후 마을에 어떤 변화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주민들의 표정이 밝아졌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겨나고 있다”고 말했다. 패배주의, 피해의식에 사로잡혀있던 주민들이 무지개 프로젝트가 시작되면서 의욕과 자신감을 되찾고 있다는 얘기다. 무지개 프로젝트가 마을 환경은 물론 주민들 삶의 태도까지 바꿔놓은 것이다.
판암동은 대전시가 취약동네 재생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무지개 프로젝트’의 첫 대상 지역이다. 영구임대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취약계층 집중화와 슬럼화가 고착화된 지역이다.
판암동 주민은 2만5000여명. 이 중 65.5%인 1만6000여명이 기초수급자와 노인, 장애인, 한부모가정, 새터민, 차상위계층 등 정부 지원 없이는 생활이 어려운 취약계층이다. 특히 주민의 15%가 넘는 3800여명이 기초수급자, 8%가 넘는 2000여명이 장애인이다. 노인 인구도 전체 인구의 12%에 가까운 2900여명이나 된다.
이런 판암동에서 무지개 프로젝트가 시행된 것은 2006년 9월. 민선4기 출범(6월)과 동시에 구상한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된 시기다.
그 전까지 이곳은 이른바 ‘패배자의 집합지’였다. 두 곳의 영구임대아파트 주변에는 대낮에도 술이 찌든 사람들이 거리를 메우고 있었다. 사람들의 얼굴에서 웃음을 찾기란 좀처럼 쉽지 않았다.
박희순씨는 “영세민아파트 주변에는 언제나 술 먹고 길에서 자는 사람, 욕하고 싸우는 사람들이 우글거렸다”며 “부녀자들이나 아이들은 마을 앞을 지나가는 것조차 겁을 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은 이런 사람들이 완전히 사라졌다. 주민들도 신기해했다.

◆ 주거·교육 환경 ‘상전벽해’ = 18일 판암동 주공4단지. 대전의 가장 대표적인 영세민아파트인 이곳은 바깥에서부터 몇 년 전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으로 변해있었다. 아파트 외벽은 화사한 색으로 칠해져있었고, 집집마다 도배도 새로 했고 싱크대와 전열기구도 바뀌었다. 단지 안에는 다양한 체육시설이 마련됐고, 장애인들이 많은 탓에 인도에는 점자블록이 깔려있었다. 판암동에 사는 시각장애인 이 모(48)씨는 “전에는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바깥에 나갈 엄두도 못 냈는데 요즘은 점자보도블록이 깔리고 소리 나는 신호등이 생겨서 그런 두려움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판암동에는 도시재생을 위해 행정기관이 할 수 있는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말 그대로 ‘융단폭격’이다. 투입된 예산만 410억원이 넘는다. 그 덕에 주거환경은 물론 교육여건도 크게 달라졌다.
판암동 학교들마다 어학실습실이 생겼고, 운동장에는 인조잔디와 우레탄 트랙이 설치됐다. 주민들의 오랜 숙원이었던 도서관 공사도 시작됐다. 학생들과 마을 주민들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문화센터 기능을 하게 된다.
대전시 공무원들을 중심으로 한 ‘무지개 튜터’들도 나섰다. 젊은 공무원들이 마을 학생들의 가정교사를 자청한 것. 학생들의 성적이 오르고 표정도 밝아졌다. 동신중학교 오두환 교장은 “아이들이 이 동네에 사는 것, 임대아파트에 사는 것을 창피해했는데, 그런 아이들이 변화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아이들의 변화는 교사들의 태도도 바꿔놓았다. 오 교장은 “교사들까지 이런 변화에 동화되는 것 같다”고 했다.
대전시 윤종준 무지개 프로젝트담당은 “우선 생활환경과 정주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역량을 일시에 집중해 확실하게 변화시키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진짜 효과는 자신감 찾은 주민들 = 대전시는 판암동 동신중학교의 교실 세 개를 터서 명품 주방공간을 마련했다. 학생들의 가사실습실로도 활용되지만 진짜 용도는 지역 주민들의 기술교육을 위한 공간이다.
대전시 평생교육문화센터에서 운영을 맡았다. 지난해 1·2기 한식 조리사반 운영 결과 주민 80여명이 도전해 26명이 조리사 자격증을 땄다. 올해는 가정요리반과 제과·제빵반이 운영되고 있다. 저소득층 여성을 대상으로 한 ‘무지개 기술교육’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는 사업이다.
주민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시행 중인 ‘무지개 마을가꾸기 사업단’도 같은 효과를 거두고 있다. 금융소외자 지원을 위한 ‘무지개론’도 주민들의 자활능력을 키우는데 한 몫 하고 있다.
진짜 변화는 지역공동체를 복원해가는 주민들에게 있다. 불가능할 것처럼 보였던 수십년 숙원사업들이 하나둘 이뤄지면서, 기술교육을 통해 일자리를 찾으면서, 주민들에게 서서히 ‘용기’가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활동은 지역공동체 복원으로 이어졌다. 마을신문이 생겼고 주민협의체도 결성됐다. 이동연 마을신문 편집장은 “주민들 간 결속력이 생겨나면서 참여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무엇보다 주민들이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무지개 프로젝트란
무지개프로젝트는 대전시가 추진하고 있는 ‘취약동네 재생전략’ 사업이다. 급속한 도시화로 빈곤층의 인위적 집중화가 이뤄진 영구임대아파트 지역과 달동네가 대상이다. 2006년 9월 1단계 동구 판암동을 시작으로 2단계로 대덕구 법동과 서구 월평2동에서 같은 사업이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3단계로 대표적인 달동네 지역인 대동 부사동 문창동으로 사업이 이어지고 있다.
낙후된 지역에 모든 행정역량을 집중해 지역 전체의 주거수준을 향상시키는 지역 재생 프로그램이다. 무지개라는 사업명은 희망을 상징하기도 하지만 다양한 분야의 주거여건을 동시에 개선시키는 다중 행정지원시책이라는 의미도 있다.
박성효 대전시장은 “저소득층 밀집지역을 싹쓸이 철거방식으로 개발했다면 부동산 가치는 올라갈지 모르지만 이곳에 거주하던 주민들은 또다시 눈물을 흘리며 또 다른 삶의 터전을 찾아 떠나야 했을 것”이라며 사업 추진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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