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동 재래시장

지역내일 2009-06-29
탐방기

대형마트 때문에 야채 가게 문 닫아
상인들, 소자영업자 살릴 단계적 정책 주문

지난 27일 오후 5시, 이명박 대통령이 24일 방문했던 동대문구 이문동 골목 재래시장. 이 곳은 오래 전부터 상권이 형성된 곳으로 슈퍼마켓, 부동산, 금은방, 야채 가게 등 작은 가게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전형적인 동네 시장 골목이다. 토요일 저녁이지만 골목에는 10여명의 사람들이 다닐 뿐, 한적했다.
상인들은 대통령이 찾아와 준 것은 고마운 일이지만 대통령이 한번 들른다고 갑자기 장사가 잘 되겠냐며 대형 마트가 들어선 후로 상권이 죽어 가고 있다며 분노했다. 이들은 서민을 위한 정책을 펴려면 대통령이 재래시장에 한번 들르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서민을 위한 정책을 단계적으로 구상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문어빵’ 가게를 하는 박 모(55)씨는 “대로변에 가게를 내면 좋겠지만 권리금 등이 비싸 골목으로 들어왔다”면서 “3개월밖에 안 돼 아직 자리 잡는 단계지만 잘 되지는 않는다. 막내가 대학생인데 등록금을 주고 나면 용돈은 최소한으로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씨는 “대통령이 다녀가신 후 인터넷에 올라온 글을 보면 ‘상권 다 죽여 놓고 온다니까 상대하기도 싫더라’는 내용의 글이 많다”면서 “인근에 야채 가게가 생겼었는데 몇 달 만에 문을 닫았다. 여론조사, 시장조사 등을 통해 소자영업자를 살릴 정책을 단계적으로 펴야 한다”고 주문했다.
부동산을 하는 김인순(41)씨는 “외대 학생들을 상대로 하다 보니 방학인 6월에는 괜찮은 편”이라면서도 “남편이 건설 시행사 쪽에 있었는데 실직을 했다. 경제가 안 좋고, 실업 상태인 사람들이 너무 많아 대통령이 와도 얼굴 보기 싫었다”고 말했다. 이어 김씨는 “이문동에서 자영업을 하는 분들은 참 힘들어한다. 월세 등도 다른 지역보다 이문동이 더 싸다”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한 슈퍼마켓 주인은 작년 대비 매출이 50~60% 정도 떨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담배가 주 수입원이었는데 편의점이 들어서면서 잘 팔리지 않는다. 소주도 며칠 전에 진열해 놓은 것이 그대로 있다”면서 “대형 마트들은 상품을 싸게 팔기 때문에 손님들은 다 그 쪽으로 간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요즘 장사가 잘 안 되니까 짜증이 늘었다. 대통령께서 들렀을 때도 고맙긴 한데, 짜증이 나니까 이런 저런 얘기도 제대로 못 했다”면서 “여기는 다들 세입자들인데 갈수록 벌어먹기 힘들다. 이제라도 대형 마트들은 외곽으로 내보내는 정책 같은 것을 펼 수는 없나”며 탄식했다.
분식집을 하는 손옥순(53)씨는 “고기집을 하다가 잘 안 돼 업종을 바꾸었다. 인건비를 줄이려 식구들끼리 운영한다”면서 “딸이 취업준비생이다. 졸업한 지 2년이 됐는데 취직이 안 된다. 남편도 나이가 드니 마땅히 할 게 없어 함께 가게를 하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손씨는 “열심히 살려고 한다. 그 수밖에 없다”며 애써 웃음을 지었다.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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