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너무도 한심한 정치문화(문창재 2009.07.03)

지역내일 2009-07-03
너무도 한심한 정치문화

비정규직 문제로 정치인들이 맞고함 치고 삿대질하는 국회 뉴스를 보면, 우리 정치문화의 수준이 부끄러워 얼굴이 화끈거린다. 차별과 신변불안에 우는 수백만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목이 걸린 문제에, 어쩌면 저렇게도 무관심·무책임·무능으로 일관할 수가 있을까 싶기만 하다.
우리 사회에서 비정규직 문제가 시급한 과제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은 오래다. 언제 해고될지 모를 일자리에서 몸과 마음을 졸이며 일하는 근로자가 수백만명인 시대다. 이 문제보다 중요한 일이 있을 수는 없다. 그런데 그들을 감싸고 어루만져 줄 의무를 진 정치인들이 뻔히 예견되는 해고사태를 알면서도 ‘마땅히 해야 할 직무’를 내팽개쳤다. 그래서 수많은 실업자가 길거리로 나오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국민의 권익을 보호할 정부와 국회의 직무유기를 목도하면서, 심각하게 묻고 싶다. “과연 정부와 국회는 왜 존재하는 것이냐”고. “당리와 당략이 수백만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생존문제보다 중요한 것이냐”고.

국민권익 보호할 정부와 국회의 직무유기
비정규직보호법의 비정규직 사용제한 기간(2년) 만료를 앞두고 시작된 법 개정 협상경과를 보면, 여야 정치인들이 해고위기에 내몰린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절박한 처지를 알기나 하는지 의심스러워진다. “정치인 자신의 일이거나 가족의 일이라면 그렇게 했겠느냐”는 실직자들의 항변을 들먹일 것도 없이, 정치인들은 직무유기라는 지탄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사용기간 만료는 재깍재깍 다가오는데 협상의 쟁점은 엉뚱하게도 “100만 해고대란이 온다” “그럴 리 없다” 하는 숫자놀음이었다. “개정안이 제때 처리되지 않으면 100만명 실업대란이 온다”는 노동부와 여당 측 주장에 대해, 야당 측이 “그렇지 않다”고 맞받으면서부터 시작된 지루한 공방으로 금쪽같은 시간을 허비했다. 정확한 실태조사도 없이 통계청의 비정규직 근로자 자료를 근거로 뻥을 친 노동부와 여당 측 주장이 사단이 되었다. 노동단체의 추산을 근거로 “30만명밖에 안되는데 왜 부풀리느냐”는 야당 측 반발도 한심해 보였다. 실업자가 100만명 나오면 큰일이고, 30만명이면 괜찮다는 논리 앞에 아연실색하는 사람들이 얼마일지 생각이나 해 보았는가.
100만, 30만명이 아니라 단 몇 사람이라도 차별에 우는 국민의 권익에 앞장서야 할 사람들이 본질을 젖혀놓고 말장난 감정싸움으로 허송세월을 하다가, 그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게 되는 사태를 자초하고 말았다.
유예기간을 놓고 지루한 줄다리기를 계속한 것도 마찬가지다. 사용제한 기간 만료 연기를 한나라당은 3년, 민주당은 6개월, 선진당은 1년 6개월 안을 내놓았다. 우선 유예를 시켜놓고 그 다음에 문제를 해결하자는 데는 뜻을 같이 하면서, 그 기간을 가지고 첨예하게 대치할 이유가 무언가.
1년까지는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는 민주당에 대한 한나라당의 반응은 정략의 극치였다. “법 적용이 1년 유예되면 내년 지방선거와 맞물리게 되는데, 그 때 민주당이 법을 선거에 이용하려는 의도가 있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 한나라당 지도층의 말이었다. 아직 오지도 않은 상황을 지레 의심해 미리 거부하는 것이 21세기 한국 정치문화의 현주소다.

‘100만 해고대란’ ‘30만명밖에 안된다’ 숫자놀음
정부입법안이 국회에서 상정조차 못되었던 사정도 마찬가지다. 당초 개정안은 한나라당이 의원입법으로 상정시키겠다고 약속했었다. 그런데 무슨 까닭인지 2009년에 들어와서도 아무 기척이 없었다. 기다리다 못한 노동부가 정부입법으로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것이 4월 1일이었다. 그래도 뚜렷한 이유 없이 법안이 상정되지 않아 파일에는 먼지만 쌓였다.
비정규직보호법은 시행 2년 동안 나름대로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차별을 없애고 정규직으로 전환한 기업과 기관도 있다. 정규직 전환 지원금 제도 같은 메리트 시스템이 가동되었으면 더 큰 성과를 거둘 수도 있었다.
변칙상정 문제로 정치권의 감정대립은 극에 달한 모양이다. 그렇다면 계속 그렇게 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정치에 신물이 난 국민이 지치고 지친 끝에 내릴 결론이 무엇인지 두렵지도 않은가.

문창재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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