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64호 16면
편리한 쇼핑시설·높은 서비스로 옛명성 회복
포인트제도 시행 ... 상인대학 통해 ‘친절경영’ 무장
대기업의 대형유통매장에 둘러싸여 위기에 직면했던 대구 서문시장이 상인들의 노력과 중소기업청, 대구시의 시설현대화 지원에 힘입어 옛 명성을 회복하고 있다.
서문시장은 유동인구가 상인과 쇼핑객을 포함해 하루 약 3만명에 이를 정도로 대구지역에서 가장 큰 전통시장이다. 현재 의류와 잡화 등을 중심으로 6개지구에 약 5000여명의 상인들이 활동하고 있다.
조선시대에는 대구장으로 불리며 평양장, 서울시전과 함께 3대 시장으로 꼽혔다. 100여년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이곳도 19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밀어닥친 ‘유통공룡’들의 십자포화 앞에 심한 고통을 겪었다.
최근 몇 년 사이 반경 2km내에 백화점과 대형마트가 들어섰다. 이에 서문시장 상인들은 전통시장의 낙후된 이미지와 환경을 탈피하는데 힘을 모았다. 하지만 대형소매점에서 느낄 수 없는 푸근함과 정겨움을 지닌 예전의 시장 모습 그대로다.
◆시설현대화로 낙후된 환경 탈피 =
서문시장은 중소기업청의 시설현대화 대상으로 선정돼 2002년부터 2007년까지 총 156억3200만원(국비 93억7300만원, 지방비 56억8900만원, 자부담 5억7000만원)을 지원받아 현대식 아케이드를 새로 만들어 쇼핑 편의성을 획기적으로 높였다.
특히 서문시장 2지구 화재를 교훈으로 새로 마련한 소방시설은 최첨단을 자랑한다. 구간마다 연기센서와 열센서를 설치하고, 소방관도 전 구간으로 연결했다.
서문시장은 최근 교환·환불을 해주는 소비자고발센터와 놀이방, 수유실, 휴게실 등을 갖춘 고객지원센터를 열었다. 쇼핑한 물건을 보관할 수 있는 보관함도 설치해 고객들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
서문시장 주차빌딩 앞에 마련된 관광안내센터에서는 시장을 찾는 내·외국인 누구나 서문시장 쇼핑 정보 및 여행에 대해 자세한 안내를 받을 수 있다. 영어·일어·중국어가 가능한 문화해설사 7명이 친절한 안내를 한다.
서문시장에서 산 물건들은 택배서비스를 통해 전국으로 배달이 가능하다. 낑낑거리며 물건을 들고 다니는 수고가 더 이상 필요 없다. 여러 가지 편의성이 좋아졌지만 뭐니 뭐니해도 저렴한 가격은 서문시장의 매력이다.
서문시장을 찾는 이라면 700대 차량을 동시에 주차할 수 있는 주차빌딩에 놀란다. 또한 주차빌딩에 들어올 때 주차권을 뽑으려고 차창 밖으로 손을 내밀 필요가 없다. 영상인식 카드전용 주차관제 시스템을 도입해 자동으로 번호판을 인식해 나갈 때 주차요금을 정산하기 때문이다.
또 최근 주차관리원의 직무능력을 높이기 위해 매일 아침 30분간 친절 및 주차안내에 대한 전문교육도 가지고 있다. 서문주차빌딩이 고객중심의 시설운영과 주차관리원들의 달라진 서비스로 다른 도시 시설관리공단의 벤치마킹이 되고 있다.
편리한 주차시설은 고객을 서문시장으로 다시 불러들이는 원동력인 것이다.
최 회장은 “쇼핑 편의시설은 백화점이나 대형할인점 수준으로 개선한데다 가격은 여전히 저렴하고 쇼핑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정’까지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옛 인기를 되찾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고객과 다투는 일 사라져 =
시설현대화사업을 통해 자신감을 찾은 상인들은 ‘친절경영’으로 무장했다.
중소기업청이 운영하는 상인대학에 상인연합회(회장 최태경)가 앞장서서 참여하며 변화를 선도하고 있다.
상인대학 졸업생들이 늘면서 서문시장에서 환불문제로 고객과 다투는 일이 이전보다 급격히 줄었다. 상인들은 상인대학 강의를 들은 뒤 단골고객이 늘어나 공부하는 재미를 봤다고 입을 모았다.
서문시장 상인대학은 일주일에 두 번(화요일, 수요일)개설되며 강의는 기본과정(8일, 24시간)과 심화과정(총 9일, 27시간)으로 운영되고 있다.
시장내 지구별로 상인대학 졸업생들의 ‘친절경영’은 고객 서비스를 높여 매출증대로 이어졋다.
최근에는 경기침체로 매출이 줄긴 했지만 지난해만해도 반경 1㎞ 내에 이마트, 홈플러스, 홈에버, 농협하나로클럽 등 대형유통점들이 즐비하지만 매출이 20% 가량 증가했다.
특히 상인들은 포인트카드 제도를 도입해 고객들의 발길을 붙잡고 있다. 이와함께 대규모 경품행사, 포인트 가맹점 구매자 대상 경품 추첨, 최대 금액 구매자에게 상금 지급 등 다양한 행사를 추진하거나 계획하고 있다.
최태경 서문시장상가연합회장은 “몇년 전까지만 해도 ‘노력해도 안 된다’는 비관적 인식이 많았지만 시설현대화로 인한 쇼핑이 편리해지자 손님들이 늘고, 시장 상인들도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상인대학을 운영한 결과, 상인들 사이에 ‘노력하니 손님이 찾아오는 구나’라는 자신감이 생기는 변화가 일고 있다”면서 “앞으로 쿠폰제 도입, 야시장 개설 등 다양한 이벤트를 기획해 손님들의 사랑을 받는 시장으로 탈바꿈 하겠다”고 자신했다.
김형수·대구 최세호 기자 h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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