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 우리가 최고'']광주 광산구청 ‘언제나 민원지원센터’
“연휴에도 민원서류 발급합니다”
자정까지 문여는 민원지원센터 … “고객감동 명품행정” 벤치마킹 잇달아
“설을 이틀 앞두고 시댁 식구가 돌아가셨는데 화장을 해달라고 유언을 남기셨어요. 돌아가신 분 뜻을 받들어 화장을 하려고 했는데 화장장에서 사망자 주민등록 등본이 필요하다는 거예요. 이미 연휴가 시작돼서 동 주민센터며 구청이며 다 쉬고 있는데 어떻게 해요.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죠.”
주부 장경숙(43·광주 광산구)씨는 지난 설을 생각하며 고개를 저었다. 집안 어른들도 설 연휴를 넘기면 안 된다고 화장을 재촉했다. 뾰족한 방법을 찾지 못해 속만 태우던 와중에 이웃에서 ‘광산구에 연휴에도 문을 여는 민원센터가 있다더라’고 귀띔을 해줬다. ‘언제라도 민원지원센터’ 였다.
가족들은 부리나케 달려가 주민등록 등본을 발급받았고 무사히 화장을 마쳤다. 그는 “연휴에도 쉬지 않고 민원서류를 발급하는 관공서가 있다는 게 얼마나 소중한지 이번에서야 깨달았다”고 광산구청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민원도 챙기고 건강도 돌보고 = 광주 광산구가 운영하는 ‘언제나 민원지원센터’가 주민들에게 호평받고 있다. 특히 전국 40여개 지자체가 벤치마킹에 나설 정도로 행정 혁신 모범사례로 꼽히고 있다.
광산구는 광주 5개 자치구 중 면적(222.88㎢)이 가장 넓다. 공단이 5개나 되고 신도시 때문에 젊은 직장인 전입도 많다. 특히 도·농 통합도시여서 복합 민원도 잦은 편이다. 하지만 행정기관이 옛 도심에 몰려 있어 신도시 주민들은 상대적으로 민원해결에 불편을 겪었다. 광산구는 이 같은 특성을 고려, 신도시에 자정까지 운영하는 민원지원센터를 설치키로 결정하고 장소 물색에 나섰다. 이런 차에 자정까지 운영하는 삼성 홈플러스 하남점이 눈에 들어왔고, 마침내 2007년 11월 주민등록등본 등 여러 증명을 발급하는 민원지원센터를 설치됐다.
공무원 4명이 2교대로 근무하는 민원지원센터가 들어서자 민원이 폭주했다. 인근에 사는 담양 장성 함평 주민들도 이곳에서 민원을 해결할 정도다. 지역 실정을 치밀하게 분석한 준비된 행정이 적중한 것이다.
1년 후 이용실적을 평가한 결과, 하루 평균 민원 315건을 처리했고 132명이 방문했다. 시간별로는 오후 6시부터 11시까지 방문객이 가장 많았다. 특히 휴일 방문객이 20%에 이를 정도로 성과를 거뒀다. 민원지원센터가 인기를 끌자 서비스 질을 한 단계 높였다. 증명서류 발급에만 머물지 않고 여권 접수·교부, 혼인신고 처리 등 서비스 항목을 추가했다. 또 보건관리팀과 연계해 이동건강코너까지 운영하고 있다. 올 1월에는 전화신청 민원처리 서비스를 도입, 기다리는 시간을 줄여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인감 때문에 민원지원센터를 찾은 조 모(47)씨는 “밤에 민원서류를 발급하는 곳이 있어 너무 편리하다”고 만족해했다. 복잡한 민원은 ‘민원전문 무료 상담실’을 통해 해결한다. 매주 화요일 부동산·법률·세무·건축 분야 전문가들을 초빙, 복잡하고 난해한 민원을 상담하고 해결방안을 찾아준다. 민원전문 무료 상담실은 특히 법률 지식에 약한 농촌 주민들에게서 호응을 얻고 있다. 지적공사에서 파견 나온 곽철호(42)씨는 “개발 잠재력이 많아 재산 분쟁과 관련된 상담이 자주 있다”며 “주민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상담실은 민원지원센터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운영된다. 시간이 없어 민원지원센터에 예약을 하면 상담실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시스템이 도입돼 민원처리의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전국 지자체 ‘명품행정’에 반해 = 연중무휴로 운영되는 민원지원센터가 정착되면서 전국 지자체의 벤치마킹이 잇따르고 있다. 1년 사이 충북 청주시 상당구청 등 40여개 지자체가 이곳을 다녀갔다.
지난해 8월 민원지원센터를 찾은 상당구청 제명희씨는 “공무원들의 친절에 감명을 받았다”며 “광산구청을 방문한 이후 우리 민원실에 청주시와 상당구청을 알리는 지도와 안내도를 비치했다”고 벤치마킹의 성과를 설명했다.
정부도 광산구 혁신행정을 높게 평가했다. 행정안전부는 2007년 광산구를 민원평가 최우수기관으로 선정했고, 지난해에는 생활 공감 민원서비스 100가지 이야기에 포함시켰다. 주민 편에 선 행정 혁신이 광산구를 전국의 모범으로 만들 것이다.
전갑길 광산구청장은 “주민에게 감동을 주는 행정을 펼치는 게 올바른 공직자의 모습”이라며 “365일 쉬지 않고 일하는 젊은 광산구청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광주 방국진 기자 kjb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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