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견 칼럼

지역내일 2009-07-09
박태견 칼럼

정부여당, 옆나라 자민당을 봐라

연례 협의차 방한한 IMF 협의단의 수비르 랄 IMF 한국 담당과장이 지난 7일 정부과천청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국정부에게 대대적 세금 인상을 주문했다.
그는 우선 사회보장기여금 및 부가세율 인상을 촉구했다. 현행 10%인 부가가치세율을 높이고 국민연금 의료보험 등도 인상하라는 의미다. 그는 또 임시투자세액공제 등 소득세 법인세의 세원 확대를 주장, 우회적으로 정부가 내년에 2차로 단행하려는 고소득층 소득세 및 법인세 인하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밖에 기업 구조조정 촉진 차원에서 중소기업에 대한 준재정 지원정책을 철회할 것도 조언했다.
IMF 주문은 새로운 게 아니라 이미 예상됐던 내용이다. 한국은 지난해 9월 미국발 금융위기 발발 후 엄청난 경기부양 자금을 쏟아부었다. 미국 중국에 이어 세번째를 차지할 정도로 정말 많은 돈을 퍼부었다. 그 결과 한국의 재정건전성이 급속 악화되고 있는 게 불을 보듯 훤하니, 쓴 만큼 세금을 더 거두라는 게 IMF의 주문이다.
기획재정부도 내심 IMF 주문에 동의하는 분위기다. 재정부는 그동안 수년간 부가가치세 인상을 검토해왔다. 연초엔 한국재정학회에 용역을 주기도 했고, 재정학회는 부가가치세 인상을 강력 주장했다. 내년에 예상된 고소득층 소득세-법인세 2차 인하에도 부정적 기류가 읽힌다. 윤증현 기획재정부장관은 얼마 전 국회에서 김성식 한나라당 의원의 2차 인하 보류 촉구에 긍정적 검토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파문이 일자, 오후에 다시 없던 일로 하기는 했지만, 내심 재정부가 세원 확보에 얼마나 부심하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해프닝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세금은 내리기는 쉽지만 올리기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특히 불황기에는 더욱 그러하다. 엄청난 ‘조세저항’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특히 정권의 지지율이 낮을수록 세금인상은 더욱 힘들다.
옆나라 일본만 해도 집권 자민당은 현행 5%인 소비세(우리나라의 부가가치세)를 8%로 올리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가 지금 거의 초토화되고 있다. 일본은 과거 잃어버린 10년 시절에 각종 토목경기부양책을 썼다가 현재 재정상태가 선진국 가운데 가장 나쁜 파산 직전 상태다. 때문에 소비세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게 일본 정부여당이 도달한 결론이다.
하지만 아소 다로 총리 지지율이 10%대로 폭락한 마당에서 소비세 인상은 사실상 실현불가능한 정책일 수밖에 없어 보인다. 집권을 노리는 야당 민주당은 이에 맞서 자신들이 집권하면 소비세를 올리지 않고 재정적자를 줄여나가겠다고 말하고 있다. 실현가능할지는 미지수이나, 일본국민들은 민주당 공약에 더 솔깃해하고 있다. 민주당이 조만간 치러질 중의원 선거에서 압승, 집권한다면 소비세 인상은 물건너가게 된다.
우리나라 정부여당도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때문에 정부가 부가세 인상을 추진중인 게 아니냐는 보도가 나오자, 한나라당은 펄쩍 뛰며 그런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긴급진화했다. 또한 ‘부자감세 서민증세’ 논란이 일자, 서민증세를 하는 일도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문제는 그러나 부자감세도 계속 하고, 서민증세도 안하면서 세금을 더 거둘 묘책이 없다는 데 있다. 누군가는 세금을 더 내야만 나라 곳간을 채울 수 있다. 각종 선거를 앞두고 있는 정부여당은 ‘서민 증세’라는 소리를 듣길 싫어한다. 표 갉아먹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각종 묘안(?)을 짜내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전세에 세금을 물리는 거다. 월세 소득에는 세금을 물리고 전세에는 안 물리고 있는 현행 세제의 불형평성을 고치겠다는 거다. 그럴 듯하다. 문제는 그럴 경우 나타날 상황이다. 과거에도 종합부동산세 등을 도입하자, 세금 부담만큼 집값이 폭등한 전례가 있다. 전세 과세도 마찬가지 후폭풍을 몰고올 공산이 크다. 그렇지 않아도 지금은 6월 서울 전세값이 5년래 최고 폭등하고, 강남 등에선 한달새 전세값이 1억원 이상 폭등하면서 전세대란 우려가 낳고 있는 심각한 상황이다. 이럴 때 전세에 세금을 물리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무주택 세입자에게 전가될 게 불을 보듯 훤하다.
정부가 국민건강을 걱정해 술-담배에 붙은 간접세를 올리겠다는 발상도 눈 가리고 아웅이다. 정부 말을 믿을 국민은 하나도 없다. 또한 녹색성장을 가속화하기 위해 효율이 낮은 가전제품이나 연비가 낮은 자동차에 에너지세라는 새 세금을 물리겠다는 발상도 마찬가지다. 이들 제품의 주소비자인 서민들이 정부 설명에 고개를 끄덕일 것이란 생각하는 건 큰 착각이다.
이렇듯, 지금 정부는 궁지에 몰려 있다. 현재 방식대로 밀고나간다면 앞으로 치러질 일련의 선거 결과는 보나마나다. 그래도 하겠다면 그건 정부여당이 선택할 일이다. 하지만 나중에 땅을 칠 게 불을 보듯 훤해, 그러지 않기를 권할 뿐이다.

박태견(<뷰스앤뉴스>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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