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지역내일 2009-07-17
검찰 수뇌부 공백 사태
^검찰 수뇌부가 텅텅 빈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다.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가 낙마한 15일 이후, 대검과 전국 여러 고등검찰청과 일부 지방검찰청 책임자 자리가 비어 직무대행이 중요한 업무를 처리하는 비상체제로 들어갔다. 국가정책 차원의 판단이 필요한 중요업무 처리는 책임자가 부임할 때까지 미루어지고, 뒤숭숭한 분위기 속에 일손이 잡히지 않아 통상 업무도 미적거렸다는 소식이다.
^특히 검찰총장과 차장이 다 공석이 된 대검에서는 부장이 검사장 직무대행이 되어 효율적인 비상운영 체제를 논의했다고 한다. 말로는 “비장한 자세로 업무에 차질이 없도록 노력하기로 했다”지만, 정·부 책임자 자리가 빈 조직이 어떻게 정상적으로 굴러가겠는가.
^비상 운영체제에 들어간 검찰기관은 열 세 곳이나 된다. 특히 고검장은 서울· 부산· 대구· 대전 등 네 곳이 공석이고, 지검장 자리는 서울중앙· 서울동부· 인천 등 세 곳이 비었다. 지검장이었던 천 후보자가 검찰총장으로 내정된 뒤 그보다 사법시험 선배인 고검장 급들이 대거 용퇴한 때문이다. 검찰의 위계질서 문화 때문에 총장후보 선배들이 미리 물러난 것이다.
^문제는 이런 대행체제가 불원간 끝날 것 같지 않다는 사실이다. 검찰총장을 지명을 서둘러도 국회 청문회 절차를 밟으려면 일정 기간이 필요하다. 수두룩하게 비어 있는 자리를 채울 인사는 새 총장 부임 이후가 될 것이다. 검사장이 있어야 일선 간부인사가 가능할 터이니, 검찰조직 정상화에 상당한 기일이 소요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
^검찰창설 이래 처음인 이번 사태는 인사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좋은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총장 한 사람 인사가 이런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본보기가 아닌가.
^시중의 언론매체들은 이번 검찰총장 인사파동이 인사검증 시스템의 문제라고 떠들썩하게 문제를 파헤치고 있다. 청와대 인사검증 시스템이 가동되지 않았다는 비판에 직면한 청와대 민정수석이 사의를 표명했고, 참여정부 때 있던 인사수석 제도를 되살리자는 논의도 있다.
^물론 거기에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어떤 경로를 거쳤건 총장후보자로 지명된 사람에 대하여 철저한 검증을 했다면, 그리고 “이런 문제가 있어 안 됩니다” 하고 소신 있게 진언했다면 문제는 달라졌을 것이다.
^“주민등록 초본만 떼 보아도 위장전입이나 부동산 투기 혐의를 잡아낼 수 있다”는 말은 맞다. 국정원 존안자료만 훑어보아도 기업인과의 부적절한 관계의 꼬투리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살던 아파트를 처분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두 배가 넘는 호화아파트에 입주한 사실을 몰랐다면 인사검증 시스템은 차라리 없는 것보다 못하다.
^인사 팀이 제 할 일을 하지 못 한 것은 분명히 큰 허물이다. 그러나 그들도 그럴 사정이 있었을 것이라는 게 시중 쑥덕공론의 핵심이다. 근래 이회창 자유선진당 당수가 청와대에 들어갔다 온 뒤로, ‘충청 연대론’이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런 때에 5개월 동안 자리가 비었던 국세청장과, 전임자의 사퇴로 공석이 된 검찰총장 후보에 충청도 출신이 지명된 게 우연이 아니라는 것은 정치 문외한들도 아는 일이다.
^검찰 수뇌부에 대한 불신이 깊다는 이명박 대통령이 사법시험 기수를 3기나 낮추어 충성심 강한 공안통 지방검사장을 지명했을 때, 사람들은 그 인사가 공식경로를 통해 추천된 시스템 인사가 아니라는 낌새를 챌 수 있었다. 도덕적인 문제가 제기되더라도 “일만 잘하면 그만”이라는 대통령의 안이한 생각에 당무자들이 제동을 걸지 못 했을 것이다. 대통령의 의중이 실린 인사라는 사실 때문에 “아니 되옵니다” 하고 외칠 ‘충신’이 없었던 것이다.
^천후보자의 낙마로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후 고위공직자 인사에서 6명을 실패한 기록을 세웠다. 처음 한 두 번은 처음이라서 그럴 수 있다는 아량이 통한다. 그러나 번번이 이래서는 곤란하다.
^고위 공직자라고 성자(聖者)를 요구할 사람은 없다. 그렇지만 평범한 상식을 가진 다수국민의 정서와 기준을 넘어서는 사람을 앉혀서는 안 된다. 조직원과 국민 일반의 보편적 기준에만 맞으면 왜 이런 일이 일어나겠는가. 편견과 선입견만 없으면 그 세계에서 성실하게 일한 자격자들은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 문 창 재 객원논설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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