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화 해소위한 정책 펴야”
한나라, 알맹이 없는 친서민 행보 … 서민증세·비정규직법 유예 논란
한나라당이 서민정당을 자처하고 나섰다. 이명박 대통령의 중도·서민행보와 궤를 같이 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당의 기본정책과 노선은 그대로인 채 무늬만 ‘서민정당’ 행보라는 지적이 높다.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는 24일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우리를 부자정당이라고 하는데 이제 고통 받는 서민을 위한 종합적 정책을 내놔야 한다”며 “서민정책에 당력을 집결하고, 정부와 협의 때도 이것을 우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명순 고승덕 의원 등 한나라당 초선의원 71명도 24일 ‘빈곤없는 나라 만드는 특별위원회’를 만들었다. 이들은 앞으로 △빈곤아동 △빈곤노인 △청년대학생 △다문화가족 등 다양한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책개발에 힘을 쏟겠다고 했다.
당 부설 ‘여의도연구소’는 26일 ‘사교육과의 전쟁 어떻게 이길 것인가’라는 주제의 토론회를 통해 서민들의 사교육비 부담완화를 위한 대책도 논의한다. 한나라당의 이 같은 변화에 대해 전문가들은 일단 긍정적이다. 강익구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사업개발팀장은 “한나라당이 그동안 가진 자를 위한 정당이라는 이미지가 큰 게 사실”이라며 “이왕 서민을 위한 정책을 편다니 각계의 요구사항을 수렴해 제대로 된 정책을 펴길 기대한다”고 했다.
하지만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는 한나라당의 이러한 행보에 의심쩍은 눈길을 보내고 있다. 당장 현안이 되고 있는 비정규직법 문제나 최저임금 등을 둘러싼 노사 또는 여야간 갈등에서 여당이 지나치게 사업주를 위한 정책을 펴고 있다는 시각이다.
김종각 한국노총 정책본부장은 “정부와 여당은 경제가 어렵다며 임금삭감만 강조하고 있는데 최저임금을 삭감하는 것은 취약노동자에게 죽으라는 것”이라며 “비정규직법 시행유예도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기회를 박탈하는 잘못된 정책”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을 놓고 노동계는 물가인상과 서민경제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올해보다 20% 인상한 시간당 4800원을 요구하고 있지만 사용자단체는 삭감 또는 동결을 밀어붙이고 있다. 쌍용자동차 정리해고사태나 지난 1월 발생한 용산참사 사태에 대한 처리에서도 한나라당이 집권여당으로써 무능하다는 지적이다. 문제의 원인은 철거민과 근로자의 생존권에서 출발한 것인데 단순한 노사분규나 철거민소요사태로 치부해 ‘법대로’만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최근 정부일각에서 나오고 있는 각종 비과세혜택의 축소 움직임에 대해서도 서민생활을 외면한 정책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노동자와 중소자영업자, 농어민 등 서민들에게 돌아가는 각종 공제가 축소되면 결과적으로 이들의 실질소득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희망팀장은 “세금감면제도는 농어민과 생계형 운전자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정책적 보호 수단인데 저소득층한테 세금 걷어 부자에게 돌려주자는 발상”이라며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미국 등 선진국은 부자증세를 하는데 우리만 정반대로 가고 있다”고 했다. 야당들도 여당의 친서민행보에 공세를 폈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24일 노동계 등과의 ‘최저임금 개선촉구 간담회’에서 “경제가 어려우면 정부가 서민생활을 돌볼 생각을 해야 하는데 어떻게 하면 덜 돌아가게 할까 궁리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호기 연세대 교수(사회학)는 “일반 국민에게는 사회양극화 해소하는 경제적 통합이 중요하다”며 “중산층과 서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경제정책과 사회정책을 시급히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백만호 성홍식 기자 hopebaik@naeil.com
사교육 대책, 서민정책 핵심으로
이 대통령 “점수위주 관행 개선” 의지 … 여 정두언, 야 안민석 앞장
지난 4월 논란 끝에 좌초됐던 ‘정두언·곽승준표’ 사교육 대책이 다시 수면위로 부상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강한 추진력을 모태로 ‘중도·친서민’이라는 국정개혁 기치에 힘을 보태는 모양새다.
26일 한나라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 주최 ‘사교육과의 전쟁 어떻게 이길 것인가’ 토론회가 출발선이다. 대통령의 복심이라고 불려온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의 제안에 따라 열리는 토론회다. 정 의원은 토론회에서 직접 사회를 볼 예정이다.
보도자료 첫 머리가 “‘공교육이 정상화되면 사교육이 준다’고 20년째 똑같은 말만 반복하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어느 세월에…”일 정도로 강도도 높다. “(정권 출범) 1년이 넘었는데 지금은 사교육을 잡는다고 해도 우리 딸도 안 믿는다”는 이 대통령의 발언(24일 전국 16개 시도 교육감 간담회)과 공명을 일으키는 대목이다.
△특목고 입시 내신반영 전면금지 △특목고 입시 학교장 추천제 전면개선 △대입 상대평가제도 폐지 △대입 계열별 영어·수학 반영 비중 조정 △밤 10시~아침 7시 학원교습 금지 등 토론에 담길 내용도 파격적이다.
정 의원은 이미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의원들과 기초적인 논의를 진행하며 법제화 준비에 들어갔다. 민주당 교과위 간사인 안민석 의원이 밤 10시 이후 학원교습 금지를 골자로 한 학원법 개정안을 지난 17일 발의한 만큼 야당의 동의는 상대적으로 수월해 보인다.
문제는 당내 반대여론이다. 4월 당정협의 과정에서 양측 모두의 반대로 좌절한 만큼 한나라당과 교육과학기술부를 설득하는 게 관건이다. “밤 10시 이후에 학원 수업을 못하도록 규제를 강화하는 게 과연 MB철학, 정부철학에 맞느냐”며 “공교육 강화로 사교육비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고 지적한 한국교총 회장 출신 이군현 의원이 대표적이다.
“취지와 방향에 공감하지만 ‘밀어붙이기’가 불러올 수 있는 부작용을 피해야 한다”는 우려를 불식시킬 대안도 제시해야 한다. 사교육부문 종사자가 100여만명에 달하는 만큼 퇴로가 없는 상태에서 단기간 성과를 노릴 경우 역풍이 불 수 있다. “학원가에서 반대해도 1000만 이상의 학부모와 학생들이 우리 편” “경찰력까지 동원하는 제도적 규정 만들 수 있다” 같은 곽승준 위원장의 4월 발언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부상하는 배경이다.
교과위 관계자는 “단기적인 성과를 노리는 대증요법보다 당장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더라도 부작용은 줄이면서 근원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처방이 필요하다”며 “이슈는 지속시키면서도 성급하게 결론을 내리려는 태도는 버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허신열 기자 syhe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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