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장림동 산사태 복구 현장 가보니

퍼내도 퍼내도 … 토사 안줄어

지역내일 2009-07-20
아파트주민 인근학교서 임시생활
비탈진 밭 방치 … 2차피해 우려

지난 16일 부산에는 오전 6시부터 10시까지 4시간 동안 200mm가 넘는 엄청난 비가 쏟아져 곳곳에서 호우 피해가 속출했다. 특히 뒷산에서 엄청난 양의 토사가 흘러내려 1명이 매몰돼 사망한 부산 장림동 경동아파트 현장은 18일 오후에도 복구가 끝나지 않은 상태였다.
산을 깎아 만든 이 아파트는 뒷산과 거리가 가까워, 아파트의 가장 오른쪽 라인 입구는 여전히 진흙더미에 막혀 있었다. 토사가 흘러내린 부분을 위쪽에서 내려다보면 분화구처럼 푹 꺼져 있었다. 가로 10~15미터에 세로 30~40미터, 깊이 10~15미터의 공간에 있던 흙이 아파트 쪽으로 그대로 흘러내려간 것이다. 포크레인과 1.5톤 트럭이 동원돼 이틀째 흙을 퍼나르고 있지만 아파트로 내려온 흙은 좀처럼 줄지 않는 모습이었다.
잔디로 파릇파릇해야할 화단은 진흙뻘밭으로 바뀌어 있었고 지원을 나온 군인, 경찰, 적십자 대원들의 옷은 진흙 세례를 맞은 것처럼 흙탕물 범벅이었다. 지하주차장에 들어찬 물은 양수기를 이용해 빼냈지만 그 자리에 남아 있는 진흙탕은 사람이 일일이 삽으로 밀어내야 했다. 그나마 지하주차장은 어느 정도 수습이 됐지만 아파트 뒤쪽의 지상주차장은 복구 차량이 들어갈 수가 없어 손도 못대고 있는 상황이다. 뒤쪽 주차장에는 10대 가량의 차량이 진흙탕에 바퀴가 반쯤 잠긴 채 방치돼 있다.
경비실에는 ‘전기 공급이 18일 오전 9시부터 가능하다고 했으나 부득이한 사정으로 다시 18일 오후 6시부터 가능하다’고 정정한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현재 이 아파트에는 전기도 들어오지 않고 수도, 가스 공급도 중단된 상태다. 지하에 있는 배전실에 물이 들어차 전기 합선의 위험이 있고 수도 펌프가 흙에 잠겨버려 물을 끌어올릴 수가 없기 때문이다.
집 안으로 흙이 들어온 세대는 없지만 집이 제 기능을 못하고 있어 다들 주변의 친척집이나 인근 중학교에서 임시 생활을 하고 있다.
아파트 주민들은 심란한 표정으로 복구 현장을 지켜보고 있었다. 가게에서 잠을 자고 왔다는 신석우(43)씨는 “복구가 다 되려면 시간이 한참 걸리지 않겠냐”며 “그동안 어쩔 수 없이 불편한 생활을 감수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오전부터 계속 지켜보고 있다는 윤성열(60)씨는 “이번 장마로 학원생들을 태워주는 15인승 승합차가 고장 나 수리를 맡겼다”며 “학원통학차 일은 하루라도 안 나가면 그만 둬야 하는 일”이라고 하소연했다. 이어 “언제 다시 학원 일을 나갈 수 있을지 기약이 없다”며 “다들 서민들이 사는 아파트인데 나처럼 생계가 막힌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하다”고 덧붙였다.
박은영(35)씨는 “그날 아침 산사태가 벌어진 장면을 목격한 뒤로 꿈에서 계속 그 장면이 나와 불안하다”며 “우리 아이도 사람들에게 계속 ‘우리 아파트에 흙이 떠밀려 왔다’고 흥분된 목소리로 말하고 다닌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1~2년간 비가 많이 오지 않아서 방심을 했는데 아파트 뒤쪽 주차장 위쪽에 있는 비탈진 밭을 매입하고, 만들다만 도로를 만들어 재정비를 해야 한다”며 “이렇게 방치했다가 다음에 또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른다”고 말했다.
관할 경찰은 “얼마 전 이 뒷산에 희망근로로 배수관을 설치했지만 이번 비에는 역부족이었다. 엄청난 비에 배수관까지 떠밀려 와버렸다”며 “밀려 내려온 토사만 처리하는데 일주일 정도가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파트 주민들은 “상황이 이런데도 피해 집계하는 사람도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며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e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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