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을 위한 변명
“경제학은 스스로 자연과학이 되고자 하는 망상을 버리고 상식의 학문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영국의 주간경제지 이코노미스트의 “경제학, 무엇이 잘못됐나”라는 특집 기사(7월 20일자)에 대해 많은 독자들이 제기한 주문이다. 일부 독자들은 현재의 글로벌 경제위기에서 아무 잘못도 없는 보통사람들은 고통을 당하고 사기꾼과 거대기업들은 멀쩡한 상태라면서 경제학에 대해 강한 불신감을 드러냈다.
일반 독자들만이 그런 것이 아니다. 지난해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프린스턴대 폴 크루그먼 교수는 지난 30년간 대부분의 거시경제학은 “놀랄 만치 쓸모가 없었고, 잘못된 경우 명백히 해악을 끼쳤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저명한 경제사학자 배리 아이켄그린은 글로벌 경제위기로 인해 “경제학에 관해 우리가 알고 있다고 여기던 많은 것들이 의문에 휩싸였다”고 말한다.
“거시경제학은 무용지물이거나 해악만 끼쳐” 비판
경제학이 불신과 비난의 표적으로 바뀌었다. 그 이유는 명백하다.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위기를 거치면서 경제학의 버블(거품)이 함께 터져버린 것이다. 이코노미스트는 경제학, 특히 거시경제학과 금융경제학이 위기를 키웠고, 그것을 제 때에 포착하지 못했고, 또 아직도 그 해법을 내놓지 못한 채 입씨름에 열중이라고 지적한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모든 경제현상을 설명할 수 있으며, 다시는 경제공황은 없을 것이라고 장담하던 경제학자들로서는 도저히 고개를 들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경제학과 경제학자들을 매도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특히 경제학의 위상 추락을 틈타 자유시장의 패러다임(이론체계) 그 자체까지 배척하는 것은 전혀 옳지 않다고 이코노미스트는 경계한다.
경제학이 어떻게 잘못되었는지에 관해서는 의논이 분분하다. 그러나 미국발 글로벌 위기와 관련해서는 두 가지 근본적인 오류가 지적되고 있다. 하나는 미국과 몇몇 주택버블 국가들에서 형성된 ‘집값은 오르기만 할지언정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는 이상심리이고, 다른 하나는 ‘시장이 모든 것을 알아서 조정해 나갈 것’이라는 시장에 대한 과신이다.
경제학과 자유시장은 이런 오류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 그것은 서민층의 주택소유 확대라는 미국 정치권의 인기영합적 행태와 금융권의 로비에 휘둘려 시장감시의 끈을 놓아버린 정책당국자들의 도덕적 해이로 인해 빚어진 정책적 오류일 뿐이다. 그렇지만 정치인과 정책당국자들은 스스로의 오류를 인정하기보다는 제도에 책임전가하기를 좋아한다. 그들은 위기를 빙자해 시장규제를 높이고 스스로의 권한을 강화하는 데 열중한다. 그 명분은 시장을 그대로 내버려둘 경우 금융인과 기업인들의 탐욕과 과잉 모험행위(투기)로 인해 같은 위기가 되풀이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글로벌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이런 주장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함정이 있다. 그것은 다분히 시장의 실패를 빙자해 정책실패를 키우는 결과로 귀결될 수 있고, 또 자유시장의 지적 대부인 하이에크가 지적하듯이 아무리 유능한 중앙계획당국도 장기적으로 자유시장보다 더 현명한 정책결정을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거시경제 모델 이론의 비판자들은 상아탑 경제학이 자연과학의 확실성을 추구하면서 계량화할 수 없는 현실경제의 갖가지 불확실성을 모델에서 배제시킨 것이 오늘날 경제학의 신뢰성 실추를 가져온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계량화 벗어나 현실세계와 인간심리 연구 확대해야
그러나 이는 거시 모델이 전혀 쓸모없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경제적 사고의 도구로서 그것은 여전히 아주 유용하다. 다만 그 모델들을 단순한 숫자놀이를 넘어 복잡한 시장의 현실과 인간 심리를 십분 고려하는 ‘살아있는 모델’로 만들어 현명하게 활용해야 한다. 이런 전제가 충족된다면 경제학자들의 백가쟁명식 논쟁은 경제학의 발전을 위한 진통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덧붙인다.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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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은 스스로 자연과학이 되고자 하는 망상을 버리고 상식의 학문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영국의 주간경제지 이코노미스트의 “경제학, 무엇이 잘못됐나”라는 특집 기사(7월 20일자)에 대해 많은 독자들이 제기한 주문이다. 일부 독자들은 현재의 글로벌 경제위기에서 아무 잘못도 없는 보통사람들은 고통을 당하고 사기꾼과 거대기업들은 멀쩡한 상태라면서 경제학에 대해 강한 불신감을 드러냈다.
일반 독자들만이 그런 것이 아니다. 지난해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프린스턴대 폴 크루그먼 교수는 지난 30년간 대부분의 거시경제학은 “놀랄 만치 쓸모가 없었고, 잘못된 경우 명백히 해악을 끼쳤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저명한 경제사학자 배리 아이켄그린은 글로벌 경제위기로 인해 “경제학에 관해 우리가 알고 있다고 여기던 많은 것들이 의문에 휩싸였다”고 말한다.
“거시경제학은 무용지물이거나 해악만 끼쳐” 비판
경제학이 불신과 비난의 표적으로 바뀌었다. 그 이유는 명백하다.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위기를 거치면서 경제학의 버블(거품)이 함께 터져버린 것이다. 이코노미스트는 경제학, 특히 거시경제학과 금융경제학이 위기를 키웠고, 그것을 제 때에 포착하지 못했고, 또 아직도 그 해법을 내놓지 못한 채 입씨름에 열중이라고 지적한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모든 경제현상을 설명할 수 있으며, 다시는 경제공황은 없을 것이라고 장담하던 경제학자들로서는 도저히 고개를 들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경제학과 경제학자들을 매도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특히 경제학의 위상 추락을 틈타 자유시장의 패러다임(이론체계) 그 자체까지 배척하는 것은 전혀 옳지 않다고 이코노미스트는 경계한다.
경제학이 어떻게 잘못되었는지에 관해서는 의논이 분분하다. 그러나 미국발 글로벌 위기와 관련해서는 두 가지 근본적인 오류가 지적되고 있다. 하나는 미국과 몇몇 주택버블 국가들에서 형성된 ‘집값은 오르기만 할지언정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는 이상심리이고, 다른 하나는 ‘시장이 모든 것을 알아서 조정해 나갈 것’이라는 시장에 대한 과신이다.
경제학과 자유시장은 이런 오류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 그것은 서민층의 주택소유 확대라는 미국 정치권의 인기영합적 행태와 금융권의 로비에 휘둘려 시장감시의 끈을 놓아버린 정책당국자들의 도덕적 해이로 인해 빚어진 정책적 오류일 뿐이다. 그렇지만 정치인과 정책당국자들은 스스로의 오류를 인정하기보다는 제도에 책임전가하기를 좋아한다. 그들은 위기를 빙자해 시장규제를 높이고 스스로의 권한을 강화하는 데 열중한다. 그 명분은 시장을 그대로 내버려둘 경우 금융인과 기업인들의 탐욕과 과잉 모험행위(투기)로 인해 같은 위기가 되풀이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글로벌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이런 주장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함정이 있다. 그것은 다분히 시장의 실패를 빙자해 정책실패를 키우는 결과로 귀결될 수 있고, 또 자유시장의 지적 대부인 하이에크가 지적하듯이 아무리 유능한 중앙계획당국도 장기적으로 자유시장보다 더 현명한 정책결정을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거시경제 모델 이론의 비판자들은 상아탑 경제학이 자연과학의 확실성을 추구하면서 계량화할 수 없는 현실경제의 갖가지 불확실성을 모델에서 배제시킨 것이 오늘날 경제학의 신뢰성 실추를 가져온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계량화 벗어나 현실세계와 인간심리 연구 확대해야
그러나 이는 거시 모델이 전혀 쓸모없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경제적 사고의 도구로서 그것은 여전히 아주 유용하다. 다만 그 모델들을 단순한 숫자놀이를 넘어 복잡한 시장의 현실과 인간 심리를 십분 고려하는 ‘살아있는 모델’로 만들어 현명하게 활용해야 한다. 이런 전제가 충족된다면 경제학자들의 백가쟁명식 논쟁은 경제학의 발전을 위한 진통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덧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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