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만연하는 ‘GDP주의’
신영수 (베이징저널 발행인)
오늘날 세계는 그야말로 GDP(국내총생산) 경쟁 시대다. 개혁개방 30년간 초고속 경제성장을 구가해온 중국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 16일 중국정부는 중국이 금년 2분기 중 작년 동기대비 7.9%의 경제성장을 이룩한 GDP 성적표를 발표해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한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서방국가들은 현재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 마이너스 성장의 폭을 얼마나 줄이느냐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판국에 나온 중국의 높은 경제성장률은 전 세계가 중국을 선망의 눈초리로 바라보기에 충분한 것이다. 이런 추세로 나간다면 중국은 올해 성장목표인 8%의 달성이 무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예상보다 높은 GDP 성장이 현실화되면서 중국의 분위기는 지금 대단히 고무되고 있다. 그러지 않아도 중국에는 금융위기란 것이 당초 존재하지도 않았다는 기고만장한 주장이 존재하던 터였다.
올해 안에 중국의 GDP 규모가 일본을 추월할 것이라는 보도가 각광을 받고 있는가 하면, 심지어 중국의 GDP가 미국을 앞지르게 되는 시간표까지 작성되고 있을 정도다.
GDP 세계 1위인데도 패전
그러자, 중국이 GDP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GDP주의’ 풍조를 경계해야 한다는 견해가 최근 중국 언론에 제기돼 관심을 끌고 있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의 자매지 환구시보(環球時報)는 지난 22일자 신문에 ‘GDP주의의 재현을 경계한다’는 제목의 기고문을 싣고, GDP는 진정 강대국의 지표가 될 수 있느냐는 의문을 강력히 제기하고 나섰다.
따이쉬(戴旭)라는 전략문제 칼럼니스트가 쓴 이 기고문은 1840년 아편전쟁 당시 청국(淸國)의 GDP가 전 세계의 33%를 차지하고 있었던 역사적 사실을 예로 든다. 이는 당시 미국과 유럽을 합친 것보다 훨씬 큰 규모였다.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을 자랑하던 영국의 GDP는 고작 세계 전체의 5%에 불과했다.
그러면, 이런 막대한 GDP를 보유한 당시의 청국이 유럽을 잠식하지 못하고 오히려 잠식당한 것은 무엇 때문인가?
그 후 1894년까지 쇠락의 길을 걸으면서도 당시 일본 GDP의 9배에 해당했던 중국이 일본에게 패배해 타이완(臺灣)을 식민지로 할양하고 당시 일본 GDP의 7배에 상당하는 은을 배상금으로 지불해야 했던 것은 무엇 때문인가?
여기서 GDP는 과거 중국에게 있어 강대국의 지표가 되지 못했다는 사실이 명백해졌다고 필자는 강조한다.
이에 반해, 오늘날 세계 최대 경제대국인 미국과 2위의 일본, 그 다음의 EU(유럽연합) 국가들은 국력의 정도가 GDP의 규모와 정확히 비례한다.
그러면, GDP라는 숫자가 중국에게는 강대국의 지표가 되지 못하고 미국·일본 및 EU에게는 그 지표가 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중국의 GDP ‘맹신’을 비판하는 이 기고문은 GDP의 ‘실질’에 그 차이가 있다고 설명한다. 숫자와 실질이 함께 높은 함량을 갖출 때 GDP는 비로소 강대국의 지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필자의 주장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국가경제가 주로 군수산업에 의해 지탱되며, 이는 다시 자동차·조선·항공·전기와 같은 전통적 전략공업과 새로운 IT·우주산업 등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중국의 GDP는 주로 부동산·완구·섬유제품 및 술·담배 등으로 구성돼 있고, 그중에서도 부동산의 비중이 가장 크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강대국이 된 국가들은 모두 해외의 재부를 사용하고 지배함으로써 그 지위를 쟁취했다. 그 방법은 무력으로 약탈하든지 앞선 기술을 활용하는 것이었다.
이에 비해 오늘날 중국 GDP의 주력은 해외로 진출하지도 못하고 해외로 진출해도 가장 낮은 이윤에 만족해야 하고 자칫 외국의 첨단기술제품에 밀리기 일쑤다.
수량 보고 실질 외면해선 곤란
물론 국력의 축적과 취업의 고려에서 일정한 GDP 수량을 필요로 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GDP의 수량만 보고 그 실질을 외면하는 잘못을 저질러서는 안된다는 것이 필자의 견해다.
중국은 근현대사를 통해 가장 부유한 국가에서 수탈을 당하고 빈곤국으로 전락한 쓰라린 경험을 갖고 있다. 그런 중국이 오늘날 급속히 부유해지고 강대해지고 있다고 해서 그 성공을 내세우기에 급급할 계제가 아니다.
현재 중국경제가 금융위기의 먹구름을 점차 벗어나고 있지만 ‘GDP주의’의 재현에 대해서는 고도의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 기고문의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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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수 (베이징저널 발행인)
오늘날 세계는 그야말로 GDP(국내총생산) 경쟁 시대다. 개혁개방 30년간 초고속 경제성장을 구가해온 중국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 16일 중국정부는 중국이 금년 2분기 중 작년 동기대비 7.9%의 경제성장을 이룩한 GDP 성적표를 발표해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한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서방국가들은 현재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 마이너스 성장의 폭을 얼마나 줄이느냐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판국에 나온 중국의 높은 경제성장률은 전 세계가 중국을 선망의 눈초리로 바라보기에 충분한 것이다. 이런 추세로 나간다면 중국은 올해 성장목표인 8%의 달성이 무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예상보다 높은 GDP 성장이 현실화되면서 중국의 분위기는 지금 대단히 고무되고 있다. 그러지 않아도 중국에는 금융위기란 것이 당초 존재하지도 않았다는 기고만장한 주장이 존재하던 터였다.
올해 안에 중국의 GDP 규모가 일본을 추월할 것이라는 보도가 각광을 받고 있는가 하면, 심지어 중국의 GDP가 미국을 앞지르게 되는 시간표까지 작성되고 있을 정도다.
GDP 세계 1위인데도 패전
그러자, 중국이 GDP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GDP주의’ 풍조를 경계해야 한다는 견해가 최근 중국 언론에 제기돼 관심을 끌고 있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의 자매지 환구시보(環球時報)는 지난 22일자 신문에 ‘GDP주의의 재현을 경계한다’는 제목의 기고문을 싣고, GDP는 진정 강대국의 지표가 될 수 있느냐는 의문을 강력히 제기하고 나섰다.
따이쉬(戴旭)라는 전략문제 칼럼니스트가 쓴 이 기고문은 1840년 아편전쟁 당시 청국(淸國)의 GDP가 전 세계의 33%를 차지하고 있었던 역사적 사실을 예로 든다. 이는 당시 미국과 유럽을 합친 것보다 훨씬 큰 규모였다.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을 자랑하던 영국의 GDP는 고작 세계 전체의 5%에 불과했다.
그러면, 이런 막대한 GDP를 보유한 당시의 청국이 유럽을 잠식하지 못하고 오히려 잠식당한 것은 무엇 때문인가?
그 후 1894년까지 쇠락의 길을 걸으면서도 당시 일본 GDP의 9배에 해당했던 중국이 일본에게 패배해 타이완(臺灣)을 식민지로 할양하고 당시 일본 GDP의 7배에 상당하는 은을 배상금으로 지불해야 했던 것은 무엇 때문인가?
여기서 GDP는 과거 중국에게 있어 강대국의 지표가 되지 못했다는 사실이 명백해졌다고 필자는 강조한다.
이에 반해, 오늘날 세계 최대 경제대국인 미국과 2위의 일본, 그 다음의 EU(유럽연합) 국가들은 국력의 정도가 GDP의 규모와 정확히 비례한다.
그러면, GDP라는 숫자가 중국에게는 강대국의 지표가 되지 못하고 미국·일본 및 EU에게는 그 지표가 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중국의 GDP ‘맹신’을 비판하는 이 기고문은 GDP의 ‘실질’에 그 차이가 있다고 설명한다. 숫자와 실질이 함께 높은 함량을 갖출 때 GDP는 비로소 강대국의 지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필자의 주장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국가경제가 주로 군수산업에 의해 지탱되며, 이는 다시 자동차·조선·항공·전기와 같은 전통적 전략공업과 새로운 IT·우주산업 등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중국의 GDP는 주로 부동산·완구·섬유제품 및 술·담배 등으로 구성돼 있고, 그중에서도 부동산의 비중이 가장 크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강대국이 된 국가들은 모두 해외의 재부를 사용하고 지배함으로써 그 지위를 쟁취했다. 그 방법은 무력으로 약탈하든지 앞선 기술을 활용하는 것이었다.
이에 비해 오늘날 중국 GDP의 주력은 해외로 진출하지도 못하고 해외로 진출해도 가장 낮은 이윤에 만족해야 하고 자칫 외국의 첨단기술제품에 밀리기 일쑤다.
수량 보고 실질 외면해선 곤란
물론 국력의 축적과 취업의 고려에서 일정한 GDP 수량을 필요로 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GDP의 수량만 보고 그 실질을 외면하는 잘못을 저질러서는 안된다는 것이 필자의 견해다.
중국은 근현대사를 통해 가장 부유한 국가에서 수탈을 당하고 빈곤국으로 전락한 쓰라린 경험을 갖고 있다. 그런 중국이 오늘날 급속히 부유해지고 강대해지고 있다고 해서 그 성공을 내세우기에 급급할 계제가 아니다.
현재 중국경제가 금융위기의 먹구름을 점차 벗어나고 있지만 ‘GDP주의’의 재현에 대해서는 고도의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 기고문의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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