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보수·자유총연맹 만들겠다”
군복입은 노령층 대신 청년이 참여하는 보수집회 만들 것
중앙조직 만들어 정부시책 홍보 … 보수 대변할 연구소 신설
불필요한 관변단체 정리해야 … 박근혜 미디어발언 우회비판
여당, 4대강·미디어법 제대로 알렸으면 대통령 편했을 것
한국 보수와 반공의 상징인 한국자유총연맹. 남산 중턱에 자리잡은 자유총연맹 본부 박창달 총재 집무실 책상 뒷벽엔 이명박 대통령 사진이 걸려있었다. 환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드는 이 대통령을 등진 채 인터뷰는 1시간30분동안 진행됐다.
박 총재는 이명박정부 출범 1등공신이다. 대통령선거 경선과 본선에서 선거조직을 이끌며 표를 모았다. 당내에서 세가 약했던 이 대통령으로선 ‘조직의 달인’인 박 총재가 든든한 우군이었음이 분명하다. 더욱이 그는 이 대통령의 포항 동향이자 포항중학교 후배다.
이 때문에 박 총재는 대선 직후 숱한 하마평에 올랐다. 국정원장, 청와대 정무수석, 특임장관 등 소문만으론 안 거친 자리가 없을 정도다. 이명박정부 실세이자 3선의원 출신의 중진정치인이지만 지난 3월 자유총연맹이란 관변단체의 11대 총재로 변신한 박 총재를 만나 보수의 오늘과 이명박정부의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이명박정부 들어 어떤 인사보다 하마평이 많았다
- 굉장히 곤혹스러웠다. 학연이나 지연, 정권출범 기여도 때문에 그런 말이 나왔는 모양인데 정권초엔 (선거법위반 때문에) 하고싶어도 못했다. 지난해 8월15일까진 복권이 안돼 있었다. 그런 사정도 모르고 이런저런 말이 나와 괜히 (하마평에 오른)자리에 계신 분들은 기분이 나빴을 것이다. 일부 나를 매도하는 이들이 말을 만들어 정치권에 흘리곤했다.
실세 박창달이 왜 자유총연맹으로 갔는지 궁금해하는 이들이 많다
- 사실 역대 자유총연맹 총재 자리엔 정치에서 퇴임하는 분, 원로들이 많이 왔었다. 이 때문에 박창달이 거길 왜 갔을까 궁금해한다. 지난 10년간 자유총연맹은 굉장히 어려웠다. 정부지원은 끊겼고, 정권은 연맹을 해산직전까지 몰고 갔다. 이런 시기엔 나같은 사람이 적합하다고본다. 열심히 뛰는 성격이고 추진력이 있다고 자평한다. 조직 생리도 잘 알고, 정권과 관계도 있어서 조직의 새로운 도약을 일으킬 자신이 있다.
보수와 자유총연맹하면 ‘낡음’이란 단어가 떠오르는게 사실이다. 보수단체 행사엔 군복을 입은 노령층이 대거 출동한다. 자유총연맹하면 반공이 떠오르고. 혁신하는 보수는 불가능한 것인가
- 보수세력과 단체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수호란 공동의 가치를 추구한다. 나도 그 분들과 목표는 같다. 하지만 방법을 달리해야한다고 생각한다. 국회 미디어법 통과 때 싸우는 모습보니까 참 못볼 장면이구나 느꼈다. 보수단체 행사를 보면 원로들께서 군복을 많이 입고 나온다. 그 마음 잘 안다. 하지만 젊은층, 일반국민이 볼 때 그 인상이 썩 좋은게 아니다. 취임 뒤 자유총연맹에 대한 설문조사를 했는데 역시 “낡은 이미지”라는 식의 답변이 많았다.
낡음의 이미지를 어떻게 바꾸려는가
- 지난 6월4일 ‘북한 핵실험 범국민 규탄대회’를 열면서 신문광고를 냈더니 초청도 안했는데 군복 입은 원로들이 대거 앞자리에 앉아계시더라. 6·25행사 때는 광고를 안했다. 젊은층을 중심으로 행사를 치러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랬더니 과거 장면은 사라졌다. 낮엔 6·25체험행사를 하고 저녁엔 젊은 가수를 불러 행사를 치렀는데 젊은층이 많이 모였고 호응도 좋았다. 자유총연맹이 저런 것도 하는구나 하는 이미지를 줄 수 있었다. 보수단체의 집회문화를 바꿔야한다고 생각한다.
젊은 자유총연맹, 젊은 보수로의 변신을 꾀한다는 식의 인터뷰 제목을 잡아야겠다는 생각이 얼핏 떠오른다
- 젊은 회원을 영입하려고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65만명인 회원을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100만명까지 늘리려고한다. 젊은층은 아무래도 일자리가 최대관심사다. 자유총연맹에서 봉사활동하니까 외국에 나갈 기회를 주고, 거기서 봉사하니까 학점인정도 해준다는 입소문이 나야한다. 자유총연맹 스스로는 첫 직원공채를 했다. 훌륭한 학생들이 많이 모이더라. 청년들이 무슨 생각을 할까 고민하고 맞춰나가야한다. 세상이 변하는데 과거와 같은 구태의연한 활동방식으론 안된다. 반공만해서는 따라오지 않는다.
정치권에선 조직 전문가였다. 회원을 100만명까지 늘리겠다고 했는데 복안은 무엇이고 활용도가 있는가 (이 대통령은 경제위기 극복과 선진일류국가 건설을 위한 새로운 국민운동을 주장한 바 있다. 행안부는 이후 자유총연맹, 새마을운동중앙회와 ‘3대 신국민운동 실천협약’을 맺고 대대적인 국민운동을 추진 중이다)
- 우선 자유총연맹 중앙 조직을 대폭 강화할 생각이다. 현재는 모든 회원이 읍면동 단위에 산재해있고 중앙엔 없다. 중앙에 대학생봉사단이나 중앙청년회, 중앙여성회 등 조직을 만들어 국가시책을 연구하고 뒷받침하는 역할을 맡길 것이다. 지역에 산재한 많은 친목봉사단체도 자유총연맹의 큰 틀안에 묶어보겠다. 재정적 도움을 조금만 주면 국가를 위해 일할 마음이 열릴 것이다. 그 사람들로 하여금 국가정책을 정확하게 인지해서 홍보할 수 있도록 만들 생각이다.
미국엔 헤리티지 재단이 있지만 한국엔 보수세력의 씽크탱크가 없다
- 40대 이상 가정주부는 정부정책에 대해 정확히 알기가 어렵다. 집에서 방송뉴스보고 판단하기 십상이다. 그런 계층이 정확한 지식을 갖고 판단할 수 있도록 교육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연수원도 만들고, 연구소도 구상 중이다. 가칭 자유연구소는 보수세력을 뒷받침하는 이론을 만들어낼 것이다.
박 총재는 줄곧 자유총연맹의 변화를 얘기하지만, 우리 사회에 활동하는 많은 보수단체, 관변단체는 여전히 새 시대에 맞는 역할을 잘 찾지못한다는 지적이다
- 사실이다. 우선 관변단체 대표들이 굉장히 연로하다. 내가 물러나고 더 참신하고 젊은 사람을 앉혀야한다는 생각해야한다. 대표의 생각이 중요하다. 또 국민과 같이가는 길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실천해야한다. 국가와 국민이 필요로하는 단체가 아니라면 국력낭비인만큼 과감하게 정리해야한다. 세월이 많이 지났다. 정부 차원에서 재검토할 시기가 됐다.
얘기방향을 조금 바꿔보자. 박 총재는 정치권에서 ‘조직의 달인’으로 통한다. 정치권엔 언제 돌아올 것인가
- 79년 정당에 발을 디딘 뒤 조직에서만 일했다. 수많은 선거를 치르면서 굉장히 많은 일을 빠르게 배우게됐는데 조직의 달인이란 말은 적절치않은 것 같다.
정치권 밖 생활이 너무 오래되고 몸이 커지면 빠지기가 쉽지않다
- 그래도 잘 빠지니까 걱정말아라. 하하하
이명박정부 출범 1등공신에게 묻고싶다. 이 대통령이 1년반동안 어려움이 많았다. 원인과 해법은 무엇인가
- 정권이 어렵게된 것은 대통령보단 주변 여건이 나빠지면서부터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있었고 지난해 5월엔 사실 아무런 근거가 없는 광우병 사태가 있었다. 그런 것들이 원인이 돼서 어려움이 왔다. 하지만 한국경제가 터널에서 벗어나고 있다. 정치권이 도와줄 생각없이 발목만 잡고있어서 힘이 드는데, 이 대통령은 경제적 감이 굉장히 뛰어난 분이다. 정치권이 조금만 도와주고 국민이 한번더 신뢰를 보내준다면 성공하는 정권이 될 것이다.
최근엔 천성관 검찰총장 내정자가 낙마하면서 정권에 부담이 됐다. 지난해 1기 내각도 말이 많았다. 인사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 인사권자가 선택할 수 있는 그룹에 속하는 이들은 실력이 엇비슷하다. 일단 선택된 사람은 하자가 있거나 자신이 없으면 (내정을) 수락하면 안된다. 그게 중요하다. 엄격히 검증한다지만 숨긴 것까지 검증하긴 어렵다. 내정된 사람이 청문회를 통과할 자신이 없다면 스스로 포기하는게 대통령과 국가를 위하는 길이다.
여의도정치에 대한 얘기를 좀 나눠보자. 한나라당이 10년만에 정권을 잡았는데 아직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많다. 지도부는 리더십이 약하고 계파대결로 날을 샌다는 지적이다
- 말한대로다. 그런 문제들이 산적해있다. 새로운 정치세력이 들어오면서 정치질서가 새롭게 재편되는 시기다. 19대 국회 정도가면 질서가 좀 잡히지않을까. 지금은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 저 사람이 (당 지도부에) 앉으면 당 (질서가) 잡히겠다하는 생각이 드는 사람이 안 보인다.
박근혜 전 대표는 여전히 비주류로서 주류와 긴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엔 미디어법 관련 발언으로 당내 파동이 있었다
- 내가 미디어법 처리과정을 내밀하게 안 들여다봐서 잘 모르겠지만, 원내대표 등이 이미 어떻게 처리하겠다고 밝힌 마당에 모 의원이 한마디하면서 당이 기우뚱하지 않았나. 이런 것은 안된다고 본다. 그런 안이 있었으면 일찍 내놨어야지. 그러니까 자꾸 여당이 불안해진다. 거대여당이 일개 한 사람 때문에 기우뚱하는 모습은 보기 좋지않다.
- 당 사정에 대해 비판적인데, 구체적인 조언을 해달라
미디어법 논란을 보자. 솔직히 이 법에 대해 국민은 잘 알지 못했다. 정당이 뭐하나. 당비 걷고 국고보조금 받지않나. 국회의원과 당협위원장 모아서 1박2일동안 확실히 (미디어법에 대해) 주입시켜야한다. 어려운 용어 쓰지않고 쉽게 설명할 수 있도록 본인 걸로 소화시켜야한다. 그들은 지역구로 내려가 당원에게 교육시켜야한다. 당원들은 국민에게 알려야하고. 좋은 법안, 좋은 정책 나와도 홍보가 안되면 아무 것도 안된다. 당이 나서서 홍보가 돼야 정책이 돌아가고 대통령이 편해진다. 4대강사업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가 강수량 많지만 여름에 집중된만큼 물담을 용기를 만들어야하고, 용기를 만들면 홍수 날 일 없고 가뭄 때는 물을 쓸 수 있어 좋고, 자연환경에도 좋다는 식으로 국민에게 알기쉽게 알리면됐다. 의원들이 당원을 설득하고 당원이 국민에게 설명하면되는데, 그걸 못하니까 당과 국가가 안 돌아가는 것이다. 당이 이런 걸 못하고 맨날 친이, 친박타령만하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 말씀으로만 할게 아니라 직접 대통령을 돕는 길에 대해선 고민 안하나. 대통령 주변에 사람이 없다는 얘기가 많다
대통령 주변에 사람이 없는게 맞다. 하지만 대통령이 펴는 정책의 우호세력이 되는 것, 이것도 대통령을 돕는 일이다. 정당초월해서 할 수 있으니까 더 좋을 수 있다. 청와대? 거기가면 고생이다. 별보고 들어가서 별보고 나와야하고. 게다가 나는 정당생활 오래해서 온갖 청탁이 몰릴 것이다. 그럼 곤혹스럽기만하다. 물론 (청와대내에) 누군가 일머리를 잘 알고 이끌 사람이 필요한건 사실이다.
박 총재는 인터뷰 내내 특유의 굵직한 저음 목소리로 보수와 이명박정부의 변화와 미래를 얘기했다. 때론 비보도를 전제하기도했지만 자신감 넘치는 말투에는 거침이 없었다. ‘조직의 달인’이라는 그가 정권을 창출했지만 또다시 ‘낡은 보수’의 한계에 갇힐 위기에 놓인 보수세력에게 탈출구를 제시할지, 그리고 집권 2기 ‘이명박의 남자’로 복귀해 또한번 화려한 정치인의 길을 걷게될지 여의도는 눈여겨 보고 있다.
대담 안찬수 정치편집위원
정리 엄경용 정치팀기자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군복입은 노령층 대신 청년이 참여하는 보수집회 만들 것
중앙조직 만들어 정부시책 홍보 … 보수 대변할 연구소 신설
불필요한 관변단체 정리해야 … 박근혜 미디어발언 우회비판
여당, 4대강·미디어법 제대로 알렸으면 대통령 편했을 것
한국 보수와 반공의 상징인 한국자유총연맹. 남산 중턱에 자리잡은 자유총연맹 본부 박창달 총재 집무실 책상 뒷벽엔 이명박 대통령 사진이 걸려있었다. 환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드는 이 대통령을 등진 채 인터뷰는 1시간30분동안 진행됐다.
박 총재는 이명박정부 출범 1등공신이다. 대통령선거 경선과 본선에서 선거조직을 이끌며 표를 모았다. 당내에서 세가 약했던 이 대통령으로선 ‘조직의 달인’인 박 총재가 든든한 우군이었음이 분명하다. 더욱이 그는 이 대통령의 포항 동향이자 포항중학교 후배다.
이 때문에 박 총재는 대선 직후 숱한 하마평에 올랐다. 국정원장, 청와대 정무수석, 특임장관 등 소문만으론 안 거친 자리가 없을 정도다. 이명박정부 실세이자 3선의원 출신의 중진정치인이지만 지난 3월 자유총연맹이란 관변단체의 11대 총재로 변신한 박 총재를 만나 보수의 오늘과 이명박정부의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이명박정부 들어 어떤 인사보다 하마평이 많았다
- 굉장히 곤혹스러웠다. 학연이나 지연, 정권출범 기여도 때문에 그런 말이 나왔는 모양인데 정권초엔 (선거법위반 때문에) 하고싶어도 못했다. 지난해 8월15일까진 복권이 안돼 있었다. 그런 사정도 모르고 이런저런 말이 나와 괜히 (하마평에 오른)자리에 계신 분들은 기분이 나빴을 것이다. 일부 나를 매도하는 이들이 말을 만들어 정치권에 흘리곤했다.
실세 박창달이 왜 자유총연맹으로 갔는지 궁금해하는 이들이 많다
- 사실 역대 자유총연맹 총재 자리엔 정치에서 퇴임하는 분, 원로들이 많이 왔었다. 이 때문에 박창달이 거길 왜 갔을까 궁금해한다. 지난 10년간 자유총연맹은 굉장히 어려웠다. 정부지원은 끊겼고, 정권은 연맹을 해산직전까지 몰고 갔다. 이런 시기엔 나같은 사람이 적합하다고본다. 열심히 뛰는 성격이고 추진력이 있다고 자평한다. 조직 생리도 잘 알고, 정권과 관계도 있어서 조직의 새로운 도약을 일으킬 자신이 있다.
보수와 자유총연맹하면 ‘낡음’이란 단어가 떠오르는게 사실이다. 보수단체 행사엔 군복을 입은 노령층이 대거 출동한다. 자유총연맹하면 반공이 떠오르고. 혁신하는 보수는 불가능한 것인가
- 보수세력과 단체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수호란 공동의 가치를 추구한다. 나도 그 분들과 목표는 같다. 하지만 방법을 달리해야한다고 생각한다. 국회 미디어법 통과 때 싸우는 모습보니까 참 못볼 장면이구나 느꼈다. 보수단체 행사를 보면 원로들께서 군복을 많이 입고 나온다. 그 마음 잘 안다. 하지만 젊은층, 일반국민이 볼 때 그 인상이 썩 좋은게 아니다. 취임 뒤 자유총연맹에 대한 설문조사를 했는데 역시 “낡은 이미지”라는 식의 답변이 많았다.
낡음의 이미지를 어떻게 바꾸려는가
- 지난 6월4일 ‘북한 핵실험 범국민 규탄대회’를 열면서 신문광고를 냈더니 초청도 안했는데 군복 입은 원로들이 대거 앞자리에 앉아계시더라. 6·25행사 때는 광고를 안했다. 젊은층을 중심으로 행사를 치러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랬더니 과거 장면은 사라졌다. 낮엔 6·25체험행사를 하고 저녁엔 젊은 가수를 불러 행사를 치렀는데 젊은층이 많이 모였고 호응도 좋았다. 자유총연맹이 저런 것도 하는구나 하는 이미지를 줄 수 있었다. 보수단체의 집회문화를 바꿔야한다고 생각한다.
젊은 자유총연맹, 젊은 보수로의 변신을 꾀한다는 식의 인터뷰 제목을 잡아야겠다는 생각이 얼핏 떠오른다
- 젊은 회원을 영입하려고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65만명인 회원을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100만명까지 늘리려고한다. 젊은층은 아무래도 일자리가 최대관심사다. 자유총연맹에서 봉사활동하니까 외국에 나갈 기회를 주고, 거기서 봉사하니까 학점인정도 해준다는 입소문이 나야한다. 자유총연맹 스스로는 첫 직원공채를 했다. 훌륭한 학생들이 많이 모이더라. 청년들이 무슨 생각을 할까 고민하고 맞춰나가야한다. 세상이 변하는데 과거와 같은 구태의연한 활동방식으론 안된다. 반공만해서는 따라오지 않는다.
정치권에선 조직 전문가였다. 회원을 100만명까지 늘리겠다고 했는데 복안은 무엇이고 활용도가 있는가 (이 대통령은 경제위기 극복과 선진일류국가 건설을 위한 새로운 국민운동을 주장한 바 있다. 행안부는 이후 자유총연맹, 새마을운동중앙회와 ‘3대 신국민운동 실천협약’을 맺고 대대적인 국민운동을 추진 중이다)
- 우선 자유총연맹 중앙 조직을 대폭 강화할 생각이다. 현재는 모든 회원이 읍면동 단위에 산재해있고 중앙엔 없다. 중앙에 대학생봉사단이나 중앙청년회, 중앙여성회 등 조직을 만들어 국가시책을 연구하고 뒷받침하는 역할을 맡길 것이다. 지역에 산재한 많은 친목봉사단체도 자유총연맹의 큰 틀안에 묶어보겠다. 재정적 도움을 조금만 주면 국가를 위해 일할 마음이 열릴 것이다. 그 사람들로 하여금 국가정책을 정확하게 인지해서 홍보할 수 있도록 만들 생각이다.
미국엔 헤리티지 재단이 있지만 한국엔 보수세력의 씽크탱크가 없다
- 40대 이상 가정주부는 정부정책에 대해 정확히 알기가 어렵다. 집에서 방송뉴스보고 판단하기 십상이다. 그런 계층이 정확한 지식을 갖고 판단할 수 있도록 교육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연수원도 만들고, 연구소도 구상 중이다. 가칭 자유연구소는 보수세력을 뒷받침하는 이론을 만들어낼 것이다.
박 총재는 줄곧 자유총연맹의 변화를 얘기하지만, 우리 사회에 활동하는 많은 보수단체, 관변단체는 여전히 새 시대에 맞는 역할을 잘 찾지못한다는 지적이다
- 사실이다. 우선 관변단체 대표들이 굉장히 연로하다. 내가 물러나고 더 참신하고 젊은 사람을 앉혀야한다는 생각해야한다. 대표의 생각이 중요하다. 또 국민과 같이가는 길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실천해야한다. 국가와 국민이 필요로하는 단체가 아니라면 국력낭비인만큼 과감하게 정리해야한다. 세월이 많이 지났다. 정부 차원에서 재검토할 시기가 됐다.
얘기방향을 조금 바꿔보자. 박 총재는 정치권에서 ‘조직의 달인’으로 통한다. 정치권엔 언제 돌아올 것인가
- 79년 정당에 발을 디딘 뒤 조직에서만 일했다. 수많은 선거를 치르면서 굉장히 많은 일을 빠르게 배우게됐는데 조직의 달인이란 말은 적절치않은 것 같다.
정치권 밖 생활이 너무 오래되고 몸이 커지면 빠지기가 쉽지않다
- 그래도 잘 빠지니까 걱정말아라. 하하하
이명박정부 출범 1등공신에게 묻고싶다. 이 대통령이 1년반동안 어려움이 많았다. 원인과 해법은 무엇인가
- 정권이 어렵게된 것은 대통령보단 주변 여건이 나빠지면서부터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있었고 지난해 5월엔 사실 아무런 근거가 없는 광우병 사태가 있었다. 그런 것들이 원인이 돼서 어려움이 왔다. 하지만 한국경제가 터널에서 벗어나고 있다. 정치권이 도와줄 생각없이 발목만 잡고있어서 힘이 드는데, 이 대통령은 경제적 감이 굉장히 뛰어난 분이다. 정치권이 조금만 도와주고 국민이 한번더 신뢰를 보내준다면 성공하는 정권이 될 것이다.
최근엔 천성관 검찰총장 내정자가 낙마하면서 정권에 부담이 됐다. 지난해 1기 내각도 말이 많았다. 인사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 인사권자가 선택할 수 있는 그룹에 속하는 이들은 실력이 엇비슷하다. 일단 선택된 사람은 하자가 있거나 자신이 없으면 (내정을) 수락하면 안된다. 그게 중요하다. 엄격히 검증한다지만 숨긴 것까지 검증하긴 어렵다. 내정된 사람이 청문회를 통과할 자신이 없다면 스스로 포기하는게 대통령과 국가를 위하는 길이다.
여의도정치에 대한 얘기를 좀 나눠보자. 한나라당이 10년만에 정권을 잡았는데 아직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많다. 지도부는 리더십이 약하고 계파대결로 날을 샌다는 지적이다
- 말한대로다. 그런 문제들이 산적해있다. 새로운 정치세력이 들어오면서 정치질서가 새롭게 재편되는 시기다. 19대 국회 정도가면 질서가 좀 잡히지않을까. 지금은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 저 사람이 (당 지도부에) 앉으면 당 (질서가) 잡히겠다하는 생각이 드는 사람이 안 보인다.
박근혜 전 대표는 여전히 비주류로서 주류와 긴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엔 미디어법 관련 발언으로 당내 파동이 있었다
- 내가 미디어법 처리과정을 내밀하게 안 들여다봐서 잘 모르겠지만, 원내대표 등이 이미 어떻게 처리하겠다고 밝힌 마당에 모 의원이 한마디하면서 당이 기우뚱하지 않았나. 이런 것은 안된다고 본다. 그런 안이 있었으면 일찍 내놨어야지. 그러니까 자꾸 여당이 불안해진다. 거대여당이 일개 한 사람 때문에 기우뚱하는 모습은 보기 좋지않다.
- 당 사정에 대해 비판적인데, 구체적인 조언을 해달라
미디어법 논란을 보자. 솔직히 이 법에 대해 국민은 잘 알지 못했다. 정당이 뭐하나. 당비 걷고 국고보조금 받지않나. 국회의원과 당협위원장 모아서 1박2일동안 확실히 (미디어법에 대해) 주입시켜야한다. 어려운 용어 쓰지않고 쉽게 설명할 수 있도록 본인 걸로 소화시켜야한다. 그들은 지역구로 내려가 당원에게 교육시켜야한다. 당원들은 국민에게 알려야하고. 좋은 법안, 좋은 정책 나와도 홍보가 안되면 아무 것도 안된다. 당이 나서서 홍보가 돼야 정책이 돌아가고 대통령이 편해진다. 4대강사업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가 강수량 많지만 여름에 집중된만큼 물담을 용기를 만들어야하고, 용기를 만들면 홍수 날 일 없고 가뭄 때는 물을 쓸 수 있어 좋고, 자연환경에도 좋다는 식으로 국민에게 알기쉽게 알리면됐다. 의원들이 당원을 설득하고 당원이 국민에게 설명하면되는데, 그걸 못하니까 당과 국가가 안 돌아가는 것이다. 당이 이런 걸 못하고 맨날 친이, 친박타령만하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 말씀으로만 할게 아니라 직접 대통령을 돕는 길에 대해선 고민 안하나. 대통령 주변에 사람이 없다는 얘기가 많다
대통령 주변에 사람이 없는게 맞다. 하지만 대통령이 펴는 정책의 우호세력이 되는 것, 이것도 대통령을 돕는 일이다. 정당초월해서 할 수 있으니까 더 좋을 수 있다. 청와대? 거기가면 고생이다. 별보고 들어가서 별보고 나와야하고. 게다가 나는 정당생활 오래해서 온갖 청탁이 몰릴 것이다. 그럼 곤혹스럽기만하다. 물론 (청와대내에) 누군가 일머리를 잘 알고 이끌 사람이 필요한건 사실이다.
박 총재는 인터뷰 내내 특유의 굵직한 저음 목소리로 보수와 이명박정부의 변화와 미래를 얘기했다. 때론 비보도를 전제하기도했지만 자신감 넘치는 말투에는 거침이 없었다. ‘조직의 달인’이라는 그가 정권을 창출했지만 또다시 ‘낡은 보수’의 한계에 갇힐 위기에 놓인 보수세력에게 탈출구를 제시할지, 그리고 집권 2기 ‘이명박의 남자’로 복귀해 또한번 화려한 정치인의 길을 걷게될지 여의도는 눈여겨 보고 있다.
대담 안찬수 정치편집위원
정리 엄경용 정치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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