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년 8월 대우 12개 계열사가 워크아웃으로 결정되고 기업 실사 결과가 회사가 작성 재무재표와 큰 차이를 보이자 국민들은 대우와 김우중 회장에 대해 거세게 비판했다.
사회의 이러한 요구에 따라 금융감독원은 대우그룹 부실을 조사하기 위한 대우그룹조사감리 특별반을 가동시켰다. 28명의 금감원 소속 회계사들로 구성된 대우감리반은 1년 여의 끈질긴 조사 끝에 ‘22조 9천억 분식액 적발’, ‘계열사 임직원 및 회계법인 등 총 53명 검찰 고발’이라는 쉽지 않은 성과를 거뒀다. 바로 거대그룹 대우의 부실에 과감히 칼날을 들이낸 대우그룹조사감리 특별반, 그 선봉장에 있던 사람이 바로 이성희 국장이다.
지난 한해는 이 국장에게 바쁘고 고통스러운 나날들이었다. 스스로도 “‘53명 고발’이라는 기사가 지금이라도 눈에 띄면 고통스럽다”고 말할 정도니까 말이다. 하지만 사회의 가장 큰 이슈거리로 질타의 대상이 되고 있던 대우의 부실 들춰내는 작업은 초미의 관심인 동시에 기대치가 높은 만큼 주변의 질타도 많이 따르기 마련이다.
강직하고 유능한 회계전문가
세계경영·글로벌 경영을 외치던 거대 그룹이 이처럼 엄청난 부실을 짊어지고 있었다는 점은 국민들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대우에 대한 배신감과 함께 금감원에도 비난의 화살이 날아왔다. 대우의 부실에 대한 철저한 조사 여부는 논외로 하고 금융권에 대한 감시가 철저하지 못한 탓에 점점 대우의 부실을 키워왔다는 비판이 그것이다.
이 국장이 험하고 어렵기도 한 대우 조사를 맡게된 것은 그의 전력과 관련이 깊다. 22여년을 근무한 증권감동원에서 기업재무 국장, 회계관리 국장 등을 역임했고, 99년 금융감독원으로 옮겨서도 회계감독국장을 맡는 등 주요 회계 핵심 부서를 두루 섭렵했다.
71년 한국투자공사에서 6년을 근무하고, 증권감독원에서 22년 10개월, 금융감독원에서 2년 6개월째 일하고 있다. 직장생활의 1/3이상은 바로 회계였다. 그 탓에 쉰 살이 넘은 나이이지만, 주변 사람들로부터“공인 회계사 시험이나 한번 봐라” 라는 말을 곧잘 듣기도 한다. 또 이 국장은 주변인들에게 온화하고 자상한 것으로 유명하다. 때문에 그를 따르는 후배들도 많다. 그의 동기들은 모두 이미 현업에서 떠났지만, 유독 그만이 아직도 활동할 수 있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강자보다 약자를 위하는 합리주의자
근래 들어 가장 주목받았던 대우그룹 부실화를 조사했지만, 그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지난 95년 투신사 각서 파동이다. 기관이나 사채업자들이 투신사에 돈을 예치할 때 각사의 손실액과는 상관 없이 총 금액의 일정 비율을 투신사가 이익분으로 지급해야 한다는 각서를 체결, 이행해 왔던 것이 당시 투신사들의 관행이었다. 그러나 95년 주식시장이 침체되면서 투신사의 주식형상품의 수익률이 떨어지면서 수익률 보장이 어려워지자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증권감독원은 “거액 예금자에게는 각서를 이행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당시 증감원 분쟁조정국장이었던 이 국장은 “기관 투자가들이 아니라 각서도 쓰지 않은 소액 투자자들에게 원금과 이자를 보상해 줘야 한다”는 조정안을 냈다. 기관·금융 등 거액 투자자들은 기본적으로 실적 배당인 것을 알고 투자했기 때문에 투신사와의 각서 자체가 무의미해 진다는 게 이 국장의 생각.
그는 자신의 조정안을 관철시키기 위해서는 거액 투자자와 투신사 사이를 조율해야 했다. 이 국장은 투신사들을 설득하기 위해 각 투신사 지점마다 돌면서 민원인들을 만나는 등 발로 뛰며 일을 해결해 나갔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라는 말처럼 이 무렵 주식 시장이 조금씩 살아나면서 투신사들의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기 시작했고 이 국장도 한 숨 돌릴 수 있게 됐다.
잘못된 관행 고쳐 회계 선진화 기여
이 쯤에서 이 국장의 저돌적인 부분들을 발견할 수 있다. 막강한 금력을 지닌 대상이나 거대 규모의 집단에게도 성역 없이 메스를 들이대고 잘못된 부분들을 도려내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아닐 게다.
그는 대우그룹 부실을 조사하면서 그 동안 무원칙의 차입 경영 구조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 한편, 기업 회계의 선진화에도 기여했다. 조사 이후 대우 그룹의 회계 업무를 담당했던 국내 3대 회계법인 중 하나였던 산동이 문을 닫았고, 국내 최초로 회계사가 구속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부실 기업은 경영자 뿐 아니라 엉터리 회계 장부 한 회계법인 또한 온전할 수 없다는 것을 가르친 것이다.
이 국장은 지난 5월부터 금고업계를 관리·감시하는 비은행검사 1국장으로 일하고 있다. 비은행검사 1국장을 맡은 지 2개월 만에 벌써 혁진과 충일 등 두 개 금고사가 영업을 중단했다. “금고사들을 잘 살려 보려 했는데....”
첫 발부터 두 개 금고사를 망하게 하는 일이 새로 부임한 국장에게는 부담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억지로 부실 금고사들을 끌고 가기 보다는 시장 경제 논리에 의해 과감하게 정리해야 한다는 이 국장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지난해가 금고업계의 쓸모 없는 곁가지들을 쳐서 구조조정을 하는 게 가장 큰 작업이었다면 올해는 그 뼈대를 세우는 일. 이 국장은 “금고 업계 재무 건전화로 잘 성장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한다.
그는 새로 둥지를 튼 비은행 검사 1국을 잘 이끌어 가고 금고사들을 관리 감독하여 제대로 키워나가기 위한 의지를 아침마다 조깅을 하고 있다. 현재 살고 있는 목동부터 서산대교까지 약 10㎞에 이르는 구간을 1시간 남짓 달리고 있다. 주변의 사람 없이 혼자 자신을 이기는 운동 중 하나인 조깅. 어떤 유혹이나 이끌림 없이 거침없이 수행해 나가는 이 국장의 일단면을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사회의 이러한 요구에 따라 금융감독원은 대우그룹 부실을 조사하기 위한 대우그룹조사감리 특별반을 가동시켰다. 28명의 금감원 소속 회계사들로 구성된 대우감리반은 1년 여의 끈질긴 조사 끝에 ‘22조 9천억 분식액 적발’, ‘계열사 임직원 및 회계법인 등 총 53명 검찰 고발’이라는 쉽지 않은 성과를 거뒀다. 바로 거대그룹 대우의 부실에 과감히 칼날을 들이낸 대우그룹조사감리 특별반, 그 선봉장에 있던 사람이 바로 이성희 국장이다.
지난 한해는 이 국장에게 바쁘고 고통스러운 나날들이었다. 스스로도 “‘53명 고발’이라는 기사가 지금이라도 눈에 띄면 고통스럽다”고 말할 정도니까 말이다. 하지만 사회의 가장 큰 이슈거리로 질타의 대상이 되고 있던 대우의 부실 들춰내는 작업은 초미의 관심인 동시에 기대치가 높은 만큼 주변의 질타도 많이 따르기 마련이다.
강직하고 유능한 회계전문가
세계경영·글로벌 경영을 외치던 거대 그룹이 이처럼 엄청난 부실을 짊어지고 있었다는 점은 국민들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대우에 대한 배신감과 함께 금감원에도 비난의 화살이 날아왔다. 대우의 부실에 대한 철저한 조사 여부는 논외로 하고 금융권에 대한 감시가 철저하지 못한 탓에 점점 대우의 부실을 키워왔다는 비판이 그것이다.
이 국장이 험하고 어렵기도 한 대우 조사를 맡게된 것은 그의 전력과 관련이 깊다. 22여년을 근무한 증권감동원에서 기업재무 국장, 회계관리 국장 등을 역임했고, 99년 금융감독원으로 옮겨서도 회계감독국장을 맡는 등 주요 회계 핵심 부서를 두루 섭렵했다.
71년 한국투자공사에서 6년을 근무하고, 증권감독원에서 22년 10개월, 금융감독원에서 2년 6개월째 일하고 있다. 직장생활의 1/3이상은 바로 회계였다. 그 탓에 쉰 살이 넘은 나이이지만, 주변 사람들로부터“공인 회계사 시험이나 한번 봐라” 라는 말을 곧잘 듣기도 한다. 또 이 국장은 주변인들에게 온화하고 자상한 것으로 유명하다. 때문에 그를 따르는 후배들도 많다. 그의 동기들은 모두 이미 현업에서 떠났지만, 유독 그만이 아직도 활동할 수 있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강자보다 약자를 위하는 합리주의자
근래 들어 가장 주목받았던 대우그룹 부실화를 조사했지만, 그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지난 95년 투신사 각서 파동이다. 기관이나 사채업자들이 투신사에 돈을 예치할 때 각사의 손실액과는 상관 없이 총 금액의 일정 비율을 투신사가 이익분으로 지급해야 한다는 각서를 체결, 이행해 왔던 것이 당시 투신사들의 관행이었다. 그러나 95년 주식시장이 침체되면서 투신사의 주식형상품의 수익률이 떨어지면서 수익률 보장이 어려워지자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증권감독원은 “거액 예금자에게는 각서를 이행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당시 증감원 분쟁조정국장이었던 이 국장은 “기관 투자가들이 아니라 각서도 쓰지 않은 소액 투자자들에게 원금과 이자를 보상해 줘야 한다”는 조정안을 냈다. 기관·금융 등 거액 투자자들은 기본적으로 실적 배당인 것을 알고 투자했기 때문에 투신사와의 각서 자체가 무의미해 진다는 게 이 국장의 생각.
그는 자신의 조정안을 관철시키기 위해서는 거액 투자자와 투신사 사이를 조율해야 했다. 이 국장은 투신사들을 설득하기 위해 각 투신사 지점마다 돌면서 민원인들을 만나는 등 발로 뛰며 일을 해결해 나갔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라는 말처럼 이 무렵 주식 시장이 조금씩 살아나면서 투신사들의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기 시작했고 이 국장도 한 숨 돌릴 수 있게 됐다.
잘못된 관행 고쳐 회계 선진화 기여
이 쯤에서 이 국장의 저돌적인 부분들을 발견할 수 있다. 막강한 금력을 지닌 대상이나 거대 규모의 집단에게도 성역 없이 메스를 들이대고 잘못된 부분들을 도려내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아닐 게다.
그는 대우그룹 부실을 조사하면서 그 동안 무원칙의 차입 경영 구조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 한편, 기업 회계의 선진화에도 기여했다. 조사 이후 대우 그룹의 회계 업무를 담당했던 국내 3대 회계법인 중 하나였던 산동이 문을 닫았고, 국내 최초로 회계사가 구속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부실 기업은 경영자 뿐 아니라 엉터리 회계 장부 한 회계법인 또한 온전할 수 없다는 것을 가르친 것이다.
이 국장은 지난 5월부터 금고업계를 관리·감시하는 비은행검사 1국장으로 일하고 있다. 비은행검사 1국장을 맡은 지 2개월 만에 벌써 혁진과 충일 등 두 개 금고사가 영업을 중단했다. “금고사들을 잘 살려 보려 했는데....”
첫 발부터 두 개 금고사를 망하게 하는 일이 새로 부임한 국장에게는 부담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억지로 부실 금고사들을 끌고 가기 보다는 시장 경제 논리에 의해 과감하게 정리해야 한다는 이 국장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지난해가 금고업계의 쓸모 없는 곁가지들을 쳐서 구조조정을 하는 게 가장 큰 작업이었다면 올해는 그 뼈대를 세우는 일. 이 국장은 “금고 업계 재무 건전화로 잘 성장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한다.
그는 새로 둥지를 튼 비은행 검사 1국을 잘 이끌어 가고 금고사들을 관리 감독하여 제대로 키워나가기 위한 의지를 아침마다 조깅을 하고 있다. 현재 살고 있는 목동부터 서산대교까지 약 10㎞에 이르는 구간을 1시간 남짓 달리고 있다. 주변의 사람 없이 혼자 자신을 이기는 운동 중 하나인 조깅. 어떤 유혹이나 이끌림 없이 거침없이 수행해 나가는 이 국장의 일단면을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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