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읽는 경제이야기]허생전에 비친 금융위기 해법

지역내일 2009-07-03
‘시비를 던지다’
강명관/한겨레출판/1만2000원

조선시대의 거울로 현대를 비춰보는 방법은 고전적이긴 하지만 날카로웠다. 한문학자 부산대 강명관 교수의 고리타분할 것 같은 이력과는 전혀 다른 속도였다. 부제인 ‘고전과 함께 떠나는 세상읽기’는 ‘시비를 던지다’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는 줄기이면서 이 책을 집도록 유혹하는 손짓이었다.
요즘 한창 뜨거운 비정규직 이야기에 먼저 눈이 갔다. ‘어제의 노비와 오늘의 비정규직’이란 제목을 찾아 펼쳤다. 스스로 판다는 ‘자매문기’가 소개됐다. 흉년에 먹고살 방도가 없어 자신과 딸을 돈 15냥에 팔거나 어머니 장례비용 마련을 위해 아내와 자식을 돈 8냥과 쌀 한 섬에 노예로 넘긴 얘기가 담겨 있다. 허울뿐인 나라의 구제책을 비난하면서 강 교수는 자신의 신체와 영혼까지 양반지주에게 넘기는 양민의 삶을 노동력을 제값에 팔지 못하고 궁핍에 전전긍긍 살아가는 비정규직 수백만명에 겹쳐 생각했다. 그는 “우리나라 정치인들은 먼 산에 난 불을 바라보듯 왜 딴청으로 일관하냐”며 일갈했다.
‘허생은 왜 돈 50만냥을 바다에 버렸나’에선 조선후기 문인 윤기의 얘기를 들어올렸다. ‘돈놀이’ 대부업이야기였다. 박지원의 ‘허생전’에서 나오는 실존인물 변승업의 돈놀이도 소개됐다. 변승업은 자식들에게 “고관대작 중 나라 권력을 이용해 이익을 도모한 사람치고 권세가 삼대를 가는 경우를 보지 못했다”며 “나라의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부가 갖는 권력 역시 집안에 재앙을 초래하게 된다”고 말하고는 재산을 흩어버렸다. 강 교수는 “과거엔 타인의 삶을 배려하는 인간적인 요소가 있었다”면서 “세계를 지배하는 금융자본은 기계처럼 작동해 주인인 인간을 한없이 무기력하게 만든다”고 비판했다. 그는 허생이 과일과 말총 매점매석으로 번 돈으로 변산 도덕떼를 데리고 무인도로 들어간 뒤 배를 모조리 불태우고 돈 50만냥을 바다에 버린 것을 ‘금융공황의 해법’으로 조심스럽게 던졌다. 현실성은 떨어지더라도 자본의 노예에서 벗어나자는 웅변처럼 들렸다.
강 교수는 마지막 장에 ‘다산’이 말하는 정치를 펼쳐 보였다. 바로잡는 것을 짚었다. 화폐를 없앤 자립적이면서 자족적인 노자의 ‘소국과민’를 흠모하더니만 이번엔 계급과 차별이 없는 세상을 논했다.
그는 “똑같은 우리 백성이다”로 시작하는 댓구 형식의 글을 통해 부동산 투기로 거부가 된 이와 월세방 전세방을 전전하는 세상을 말하며 “토지를 골고루 나눠주는 바로잡음이 정치”라고 강조했다. 어떤 이는 학벌 인맥으로 위세를 떨고 정보를 독점해 이익을 챙기는 반면 어떤 이는 늘 배제되고 쫓겨나는 현실을 지적하면서는 “죄 지은 자를 성토하고 망하려는 사람을 살리는 게 바로잡음, 정치”라고 말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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