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동대문에 위치한 도매시장 누죤상가가 분양이 끝난지 6개월이 넘도록 정상영업을 못
해 파행을 겪고 있다. (주)누죤패션몰(대표 류진희)이라는 관리회사가 상가관리를 하겠다고
나서고 있고, 입주자들은 이들의 요구가 터무니없는 횡포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누죤상가개발조합은 1천600여개의 점포를 분양하고 2월22일 문을 열었다. 그러나 관리회사
의 요구를 거부한 입주자들은 상가 안으로 들어가지 못해 영업을 못하고 있다.
관리회사가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들어줄 것을 강요하며 상인들의 출입을 막고있기 때문이
다. 대책위는 관리회사측이 △매월 30만원의 관리비 (전기와 수도요금은 제외) △매일 5천원
씩의 홍보비를 납부할 것 △상가 임대권을 관리회사에 위임할 것 등을 요구하고 △관리회사
는 자신들의 요구사항에 서명한 입주자에 한해 출입증을 교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패션몰의 이명우 대리는 “관리비 징수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현재는 관리비에 전기 수도
요금이 포함되고 임대권 위임도 입주자가 원할 경우 돌려주고 있다”고 해명했다.
입주자들은 그러나 관리회사가 최근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한발 물러선 것이라고 말했다.
대책위와 상당수 입주자들은 관리회사인 패션몰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주)패션몰은
2월경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관리회사의 자격이 없음이 확인됐다.
실구좌 보다 늘려 분양
입주자들은 “관리회사가 횡포를 부리는 이유는 각종 이권을 장악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
장하고 있다.
99년 11월8일 누죤상가 개발조합장(류진희)이 계약자 전원에게 보낸 서류에는 “…우수상인
이 유치되어 조기에 상가가 활성화되어야 높은 권리금 형성과 임대수익이 기대될 것”이라
며 “임대계약을 저희 누죤상가 개발조합에 위임·접수하여 주셔야만 …”이라고 언급돼있
다. 입주자들이 제기하는 ‘관리회사의 이권 챙기기’가 설득력을 얻는 대목이다. 누죤상가
는 동대문 도매시장에서 목이 좋은 곳으로 소문나 분양이 쉽게 끝난 곳이다.
대책위는 상가분양 가격과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분양가격이 턱없이 비싼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조합측은 5천200만원에서 1억9천만원(전용
면적 1.5평기준)에 분양했다. 분양가가격에 개발비 명목으로 1천200∼2천만원씩을 포함시켜
받았다. 입주자들이 낸 개발비는 총 400억여원. 입주자들은 그러나 상가 인테리어와 홍보비
로 쓰여야할 개발비가 어디론가 사라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책위는 “개발비는 입주자들
의 재산이기 때문에 정확한 집행내역이 공개돼야 한다”며 조합측에 요구했다.
지하2층에서 지상 10층 중 9개 층에서 당초 계획과 달리 업종을 변경해 분양한 사실이 드러
났다. 지하 2층의 경우 주차장을 수입잡화로 분양했고, 패션쇼 예식장 등 업무지원시설인 9
층은 식당가와 오피스텔로 바뀌었다. 분양구좌 수도 실제보다 늘려서 분양했다. 7층의 경우
170∼180여개의 구좌(1구좌 1.5평)를 50여개나 늘린 241구좌를 분양했다.
목이 좋은 곳은 추첨대상에서 빼놓고 웃돈을 받고 넘겼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회사측
의 감언이설에 속았다는 박 모씨는 막대한 재산을 잃었다며 분개했다. 추첨을 하지 않은 박
모씨는 4억9천800만원을 주고 1층 2구좌를 분양 받았다. 추첨자들보다 2억5천800만원이나
웃돈을 더 준 것이다. 사기 분양건으로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다는 소문이 나돌자 박 씨는
개업도 못하고 일반 분양가인 2억5천여 만원에 회사측이 소개한 업자에게 상가를 넘겼다.
검찰수사로 모든 것 밝혀질 것
출입증을 받지 못한 입주자들은 2월 중순경 상가안으로 진입을 시도했지만 경찰의 방해로
실패했다. 상인들을 보호해야할 경찰이 관리회사 편을 들고있다며 분개하고 있다.
3월12일에도 10층 관리사무실을 방문한 입주자들은 관리회사 보안요원들이 휘두른 철제의자
와 쇠파이프 등에 맞아 조광현(진단 6주)씨 등 상인 15명이 심한 부상을 당했다.
대책위는 관리회사 대표 류진희씨를 비롯 이회사 간부 4명을 상인들에 대한 폭행 협박 공갈
과 영업방해를 하고 있다며 서울지검에 3월 14일 고발했다. 또한 당시 상가개발조합장인 류
진희씨를 비롯한 이·감사들도 배임증재·수재, 업무상 횡령 등으로 검찰에 고발한 상태다.
그동안 동대문 누죤상가와 관련된 고발 건은 20여건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입주자들은
검찰의 수사결과에 기대를 모으고 있다.
입주자들이 주장하고 있는 상가 사기분양건과 개발비의 행방 등이 투병하게 밝혀져야 동대
문 누죤도매상가가 제기능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전호성 기자 hsje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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