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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가정 자녀 교육지원
①먼저 현장의 소리를 듣다
“자녀-부모-학교 소통이 최우선”
방과후교실 1대1멘토링으로 학습·문화 따라잡기
한국인가정 학부모어린이대상 다문화이해교육 필요
여주간담회 참석자 : 홍성식 가남초 교장, 송경희 가남초 교사, 이재범 이천시다문화센터 국장, 변정해 이천시다문화센터 간사, 김혜경 용인시 다문화가정지원센터 소장 간사?, 학 부모 데레사 미나 찰리 반, 학생 이정호 정해창
안산간담회 참석자 : 권상근 원일초 교장, 임연수 원일초 연구부장, 손소연 원일초 교사, 정민경 원곡초 교사, 김창모 안산외국인주민센터 소장, 박경혜 안산외국인주민센터 계장, 학부모 마닐린(필리핀) 김미연 셰리조드(우즈베키스탄)씨, 학생 샤흘로 마누
어린이와 부모 교사 시민단체 등 현장에서는 다문화가정 자녀교육에 대해 어떤 의견을 갖고 있을까. 이범관 의원은 지난달 22일 ‘다문화가족 자녀 교육지원을 위한 현장토론회’를 열고 다양하고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다. 농촌지역과 도시지역 차이를 고려, 지난 22일 경기도 여주시 가남초등학교와 안산시 원일초등학교 두곳을 찾았다.
◆도시지역, 학교 밖 아이들 =
도시지역인 안산에서는 제도권 밖 아이들에 대한 지적이 우선됐다. 안산외국인주민센터에 따르면 지역 내 아동청소년은 모두 3248명. 절반이 넘는 1703명이 영유아인데 이 중 보육시설이나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는 383명뿐이다. 학령기 아동청소년 중 제대로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는 1019명 중 376명, 중학교는 275명 중 75명, 고교는 251명 중 21명. 평균 30%가 채 안되는데다 나이들수록 제대로 된 교육혜택을 받는 비율이 떨어졌다. 박경혜 안산외국인주민센터 계장은 “학교 밖 아이들에 대한 정책적 집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단 학교 안으로 들어온 아이들은 방과후공부방이나 특별반 지도를 통해 대부분 잘 자리잡는다. 정민경 원곡초 교사는 “80% 아이들은 중간 이상 성적을 올린다”며 “학교 안팎의 다양한 지원이 하위 20%를 위해 집중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캠프 중심이거나 아이들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일관된 지원은 되레 ‘낙인’이 되기도 한다. 방글라데시? 말레이시아? 김미연씨는 “이미 한국 아이라는 정체성을 갖고 자라왔는데 사회나 주변에서는 다문화가정 자녀라는 이름으로 특화 혹은 구분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문화체험이나 궁궐나들이 등 한국인으로 성장한 아이에게는 혼란만 줄 뿐이라는 얘기다. 김씨는 “차라리 건강한 가정 안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가정상담 등을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학교와 아이 부모가 소통할 수 있는 방안도 강화돼야 한다고 참석자들은 입을 모았다. 다문화가정 자녀를 위한 교사연수나 관리자 이해교육, 다수의 일반 학부모들이 다문화가정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다문화체험의 날 등 실질적인 제안이 나왔다. 교사들은 한국어에 서툰 학부모를 위한 가정통신문이나 그림알림장 등 학습자료를 교육청 차원에서 공통된 양식으로 마련, 지원해야 한다는 실제적인 제안을 했다.
자녀와 부모가 사회와 보다 깊이 소통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으로는 멘토링이 최선책으로 꼽혔다. 학교에서는 한국인 가정 아이들이 의형제를 맺고 함께 움직이게 하는 방안, 가정에서는 새마을부녀회 등 조직을 갖춘 집단에서 엄마들의 친정어머니로 친정언니로 개별지원하는 아이디어가 제시됐다. 이범관 의원은 “특히 새마을부녀회에서 다문화가정 엄마를 지원할 경우 도시부터 농촌까지 아우를 수 있다”며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대안적 새마을운동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농촌지역 사교육비 걱정 =
아이들 숫자가 상대적으로 적은 농촌지역에서는 다문화가정 자녀에 대한 따돌림이 문제로 지적됐다. 일본인 엄마를 둔 정해창 어린이는 “학교에서 왕따 당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엄마들 역시 자녀들의 학교적응과 관련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지금은 괜찮다”, “아직도 어렵다”고 토로했다.
아이들간 따돌림은 더 큰 정서적 문제로 이어지기도 한다. 김혜경 “어머니나 자녀 스스로가 한국말을 전적으로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굴욕감을 느끼고 억눌려서 학교에서 말을 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며 “집으로 숨게 되는데 집에서도 의사소통이 되지 않아 아예 말을 잘 못하게 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테레사씨는 “아이가 친구들을 집에 데려오지만 집안 물건을 부수는 등 위험하게 논다”고 말했다. 자녀나 자녀 친구들이 한국말과 한국문화가 아직 낯선 엄마를 존중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학교성적도 뒤처지는 경우가 많다. 송경희 가남초등학교 교사는 “고학년은 일반 가정 자녀보다 국어활용능력이 뛰어난 경우가 많은데 저학년은 받아쓰기 결과가 대체로 뒤쳐진다”며 “엄마의 언어능력이 어느 수준이 될 경우 자녀들 국어활용능력이 금세 상향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점차 도태된다”고 말했다.
다문화가정지원센터에서 제공하는 엄마들의 한국어교육은 부족하기만 하다. 주2회, 1회 2시간씩, 최장 5개월. 필요한 경우 기간연장이 가능하지만 다문화가정이 늘면서 인력이 부족하고 대기자가 많아 실질적으로 어렵다.
엄마들은 방과후교육 지원이 활성화된 도시지역과 차이를 들기도 했다. 아이들 키울 때 가장 큰 어려움으로 엄마들은 학습지도를 해줄 수 없는 부분을 꼽았다. 언어 자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만큼 보통 엄마처럼 국어나 사회과목 등 지도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사교육으로 해결하기 원하지만 경제적 부담이 크다. 테레사씨도 “아이들이 지금 2학년 4학년인데 단어쓰기도 안되고 수학도 못한다”며 “학원비가 너무 비싸서 봄까지만 보냈다”고 말했다. 빠예나씨도 “아이들이 공부를 잘하지만 엄마가 교육시키기는 어렵다”며 “학원을 보냈으면 하지만 좋겠지만 학원비가 너무 비싸 다니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김혜경 는 “엄마들 유아교육에 대한 인식도가 낮은 점도 이유”라며 “이 부분에 대한 의식교육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범관 의원은 “다문화가정지원센터 방문교육 규정의 개정이 필요하다”며 “우수한 사람은 빨리 졸업시키되 더딘 사람들은 지속적으로 교육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문화가정 어머니들이 직접 아이들 지도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이를 보완하기 위한 방과후학습지원을 위한 법제도가 필요하다”며 “쉽지 않겠지만 사교육비 지원책 등 아이들이 필요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진명 진병기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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