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정기관 수장의 자격
^남의 허물을 탓하는 사람이 남보다 도덕적으로 떳떳해야 한다는 것은 기초상식이다.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듣기 싫은 말을 수용할 수 있겠는가.
^하물며 남의 잘못을 들추어내 처벌하고 단속함으로써 사회기강을 바로 잡을 책무를 가진 사람에게는 이를 나위도 없다. 사회가 투명하고 민주주의가 정착된 나라일수록 사정(司正)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에게 도덕적 결함이 있어서는 안 된다. 그런 권력기관의 수장에게는 무한대의 도덕성이 요구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백용호 국세청장 내정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끝났지만 청문 경과 보고서를 채택하지 못했다는 소식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의원 사이의 이견 때문에 13일로 연기되었다는 것이다. 야당 측이 백 내정자의 부동산 투기 의혹과 자질부족 등을 이유로 보고서 채택을 보이콧 했다고 한다.
^다음 주초부터는 천성관 검찰총장 내정자에 대한 청문회가 예정되어 있는데, 야당 측은 그에 대해서도 도덕적 흠결을 들어 자격시비를 벌일 태세다. 기업인이 제공한 고급 승용차를 탔고, 그런 사람에게서 돈을 빌려 고가 아파트를 산 전력이 문제가 되었다.
^늘 그랬듯이 고위공직자 임명에 이의를 제기하는 야당 측 반대를 무릅쓰고 여당과 인사권자는 원안을 밀어붙여 그들이 요직에 앉게 될 것이다. 그러면 그 조직에서는 수장의 도덕적 흠결에 억지로 눈 감고 겉으로만 명령에 따르는 공직사회 특유의 질서가 설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입에 담는 개혁이니 쇄신이니 하는 말들은 공허한 구호로 그치게 될 것이다.
^답답한 것은 시중에서 “왜 하필이면 그런 사람만 골라 앉히느냐”고 쑥덕거리는 인사를 왜 번번이 고집하느냐 하는 것이다. 고급간부들 사이의 인사 청탁과 수뢰, 시기와 견제, 부인들까지 동원된 폭로전 등 온갖 추태가 드러난 국세청장실 주변의 비리를 근절하겠다고 몇 달씩이나 공석으로 두었던 국세청장 자리에 낙점한 ‘참신한 외부인사’가 백 내정자다.
^더욱 답답한 것은 그가 부동산 투기와 탈세의혹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야당의원들이 증빙서류를 제시하면서 백 내정자에게 추궁한 부동산 투기사례는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15대 총선에 입후보했던 그는 재산이 없다는 것을 자랑했었다. 그런데 그 후 부동산 투자에 열중해 재산을 여덟 배나 불렸다는 추궁을 받았다.
^한 의원은 상습투기라는 표현을 썼다. 주로 강남과 수지 같은 투기억제 지역에 투자한 부동산을 싸게 산 것처럼 ‘다운계약서’라는 불법계약서를 만들어 당국에 신고해 취득세 등록세를 포탈한 혐의가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의원은 1981년 이후 10 차례가 넘게 주거지가 바뀌었고, 배우자와 자녀의 주거지가 본인과 달랐던 점 등을 들어 전문적인 투기가 아니었느냐고 추궁했다.
^이런 의혹들에 대해 백 내정자는 “몰랐다”, “관행이었다”는 말로 책임을 피해 갔다. 그러나 이중계약서 작성 같은 분명한 증거 앞에서는 어쩔 수 없었다. “도덕적으로 자유롭지 못 함을 인정한다.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운계약서 작성으로 세금을 적게 낸 일에 대해 그는 2006년 이전에는 관행이었다고 했다. 그런 수법으로 세금을 덜 낸 행위가 범죄라는 것은 1998년 6월 26일 대법원 판례로 널리 알려졌다. 설사 관행이었다고 해도, 그리고 세금 덜 내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라는 점을 감안한다고 해도, 그런 사람이 국세청장이 되어서는 안 된다.
^공정한 과세와 징세를 세정의 제일원칙으로 삼아야 할 국세행정 수장 내정자가 불법계약서로 부동산 세금을 탈루한 것은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사안이다. 그런 사람이 국세청장이 되어 탈세와 불법거래를 근절하라고 아무리 큰 소리로 말한들 영이 서겠는가. 부정하게 세금 포탈한 사람을 어떻게 다스리겠는가.
^천 검찰총장 내정자도 여러 가지 부적절한 처신이 문제가 되었다. 검찰개혁을 위해 검찰의 위계질서를 깨 가면서 발탁했다는 사람이 사업가와 개인적으로 유착관계를 가진 것은 치명적인 흠결이 아닐 수 없다. 특정 기업인과의 유착관계 때문에 패가망신한 사례를 우리는 너무 많이 보아 왔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당사자들과 인사권자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 문 창 재 객원논설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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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허물을 탓하는 사람이 남보다 도덕적으로 떳떳해야 한다는 것은 기초상식이다.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듣기 싫은 말을 수용할 수 있겠는가.
^하물며 남의 잘못을 들추어내 처벌하고 단속함으로써 사회기강을 바로 잡을 책무를 가진 사람에게는 이를 나위도 없다. 사회가 투명하고 민주주의가 정착된 나라일수록 사정(司正)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에게 도덕적 결함이 있어서는 안 된다. 그런 권력기관의 수장에게는 무한대의 도덕성이 요구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백용호 국세청장 내정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끝났지만 청문 경과 보고서를 채택하지 못했다는 소식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의원 사이의 이견 때문에 13일로 연기되었다는 것이다. 야당 측이 백 내정자의 부동산 투기 의혹과 자질부족 등을 이유로 보고서 채택을 보이콧 했다고 한다.
^다음 주초부터는 천성관 검찰총장 내정자에 대한 청문회가 예정되어 있는데, 야당 측은 그에 대해서도 도덕적 흠결을 들어 자격시비를 벌일 태세다. 기업인이 제공한 고급 승용차를 탔고, 그런 사람에게서 돈을 빌려 고가 아파트를 산 전력이 문제가 되었다.
^늘 그랬듯이 고위공직자 임명에 이의를 제기하는 야당 측 반대를 무릅쓰고 여당과 인사권자는 원안을 밀어붙여 그들이 요직에 앉게 될 것이다. 그러면 그 조직에서는 수장의 도덕적 흠결에 억지로 눈 감고 겉으로만 명령에 따르는 공직사회 특유의 질서가 설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입에 담는 개혁이니 쇄신이니 하는 말들은 공허한 구호로 그치게 될 것이다.
^답답한 것은 시중에서 “왜 하필이면 그런 사람만 골라 앉히느냐”고 쑥덕거리는 인사를 왜 번번이 고집하느냐 하는 것이다. 고급간부들 사이의 인사 청탁과 수뢰, 시기와 견제, 부인들까지 동원된 폭로전 등 온갖 추태가 드러난 국세청장실 주변의 비리를 근절하겠다고 몇 달씩이나 공석으로 두었던 국세청장 자리에 낙점한 ‘참신한 외부인사’가 백 내정자다.
^더욱 답답한 것은 그가 부동산 투기와 탈세의혹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야당의원들이 증빙서류를 제시하면서 백 내정자에게 추궁한 부동산 투기사례는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15대 총선에 입후보했던 그는 재산이 없다는 것을 자랑했었다. 그런데 그 후 부동산 투자에 열중해 재산을 여덟 배나 불렸다는 추궁을 받았다.
^한 의원은 상습투기라는 표현을 썼다. 주로 강남과 수지 같은 투기억제 지역에 투자한 부동산을 싸게 산 것처럼 ‘다운계약서’라는 불법계약서를 만들어 당국에 신고해 취득세 등록세를 포탈한 혐의가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의원은 1981년 이후 10 차례가 넘게 주거지가 바뀌었고, 배우자와 자녀의 주거지가 본인과 달랐던 점 등을 들어 전문적인 투기가 아니었느냐고 추궁했다.
^이런 의혹들에 대해 백 내정자는 “몰랐다”, “관행이었다”는 말로 책임을 피해 갔다. 그러나 이중계약서 작성 같은 분명한 증거 앞에서는 어쩔 수 없었다. “도덕적으로 자유롭지 못 함을 인정한다.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운계약서 작성으로 세금을 적게 낸 일에 대해 그는 2006년 이전에는 관행이었다고 했다. 그런 수법으로 세금을 덜 낸 행위가 범죄라는 것은 1998년 6월 26일 대법원 판례로 널리 알려졌다. 설사 관행이었다고 해도, 그리고 세금 덜 내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라는 점을 감안한다고 해도, 그런 사람이 국세청장이 되어서는 안 된다.
^공정한 과세와 징세를 세정의 제일원칙으로 삼아야 할 국세행정 수장 내정자가 불법계약서로 부동산 세금을 탈루한 것은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사안이다. 그런 사람이 국세청장이 되어 탈세와 불법거래를 근절하라고 아무리 큰 소리로 말한들 영이 서겠는가. 부정하게 세금 포탈한 사람을 어떻게 다스리겠는가.
^천 검찰총장 내정자도 여러 가지 부적절한 처신이 문제가 되었다. 검찰개혁을 위해 검찰의 위계질서를 깨 가면서 발탁했다는 사람이 사업가와 개인적으로 유착관계를 가진 것은 치명적인 흠결이 아닐 수 없다. 특정 기업인과의 유착관계 때문에 패가망신한 사례를 우리는 너무 많이 보아 왔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당사자들과 인사권자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 문 창 재 객원논설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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