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서 배우는 주식투자의 교훈
얼마 전 낡은 판자 집을 방문한 적이 있다. 필자가 근무하는 은행에서 독거 노인들을 위해 준비한 김치를 배달하기 위해서였다. 손님을 그냥 보내는 법은 없다며 한사코 붙드시는 할머니 손에 이끌려 방안에 들어갔다. 할머니께서 차를 준비하러 부엌으로 나가신 사이 잠시 방안을 둘러봤다. 그런데 한편 구석에 벽지 대용으로 벽에 발라 놓은 신문지가 눈에 들어왔다. 누렇게 변한 색깔을 보니 꽤나 오래 된 신문인 듯했다. 기사 날짜를 보니 1999년, 지금으로부터 꼭 10년 전 신문이었다. 기사는 주식시장이 폭발적인 활황세에 접어들었다는 내용을 전하고 있었다. 기사를 읽으면서 “역사는 반복된다.”는 말을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되었다. 10년 전 기사에서 그려진 주식시장의 모습이 지금과 하나 다를 게 없기 때문이다.
요즘 주가가 날개를 달았다. 주가지수는 작년 11월 ‘저 점’을 기준으로 무려 50% 이상 급등했다. 주가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 했거나 훌쩍 넘어선 종목들이 부지기수다. 10년 전에도 지금처럼 단기간에 국내주가가 급등했다. IMF 외환위기에 발목이 잡혀있던 주식시장은 닷컴 열풍에 휩싸이면서 엄청난 활황세로 반전했다. 불과 1년 사이 KOSPI는 약 250%,코스닥지수는 약 320%나 치솟았다. 급등한 주가도 그렇지만 주식시장의 제반 여건이 아주 흡사하다. 우선 큰 경제위기를 헤치고 주식시장이 빠르게 안정되면서 주가가 본격적인 상승세를 탔다는 점이다. 또 실물경제 회복과 관계없이 저금리와 풍부한 자금에 의한 유동성 장이 연출되고 있는 점도 판에 박은 듯 똑같다. 게다가 개인과 외국인의 ‘쌍끌이 매수’가 주식시장을 이끌어 가는 것도 흡사하다. 모든 면에서 10년 전 주식시장 상황이 그대로 재연되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그래서 인지 요즘의 주식시장 모습은 왠지 모를 불안감으로 다가온다. 10년 전 우리사회를 뜨겁게 달궜던 주식광풍의 후유증이 재현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다. 당시 신문지상에는 주식으로 부를 일군 사람들의 성공담이 물결을 이루었다. 사람들의 대화는 ‘주식’으로 시작해서 ‘주식’으로 끝이 났다. 주변이 온통 주식얘기 일색이었다. 직장에서 몇몇이 모이면 으레 화제가 주식얘기로 흐르고 동창회나 친목모임에 나가도 주식얘기가 빠지지 않았다. 주식투자를 하지 않으면 앉아서 손해보고 시대에 뒤처지는 것 같은 느낌까지 들 정도였다. 그래서 사람들은 앞 다투어 주식시장으로 몰려들었다. 예•적금에 아이들 저금통까지 깨서 주식투자를 하고 밥상에 생선 한 토막 올리는 것을 고민하는 주부들조차 주식에 목돈을 턱턱 밀어 넣었다. 심지어 빚을 내 주식투자를 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저금리로 빚을 두려워하지 않는 투자자들의 내성(耐性)이 생겨난 덕분이었다. ‘대박의 환상’에 빠진 사람들에게 투자의 기본과 원칙에 해당하는 ‘위험관리’라는 말은 관심 밖의 일이었다.
하지만 인생이 그러하듯 주식시장 역시 늘 ‘장밋빛’일색일 수는 없다. 이후 닷컴 버블 붕괴,대우사태,그리고 미국 9 • 11테러 등 악재들이 줄줄이 이어지면서 주식시장은 몰락의 길로 접어들기 시작했다. 주가가 급속하게 하락세로 반전하면서 KOSPI는 2003년 9월 ‘697.52’까지,코스닥지수는 2004년 8월 ‘320.54’로 까지 날개 없는 추락을 거듭했다. 마치 거침없이 질주하던 기차가 갑자기 검은 연기를 내뿜으며 멈추어 선 격이었다. 그리고 증시폭락의 후유증은 고스란히 개인투자자들의 몫으로 돌아왔다. 깡통계좌가 속출하면서 사람들은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다. 많은 사람들이 “다시는 주식 따윈 거들떠 보지 않겠다.”고 울분을 삼키며 주식시장을 떠났었다.
그러나 10여 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 사람들의 관심이 또다시 주식시장에 쏠리면서 주식광풍의 회오리에 휘말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근 들어 주식투자를 위한 대기성 자금인 고객예탁금의 폭발적 증가와 함께 유상증자에 수 조원대의 뭉칫돈이 몰리는 현상이 그것이다.
일각에서는 벌써 증시 버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솔솔 흘러나온다. 물론 10년 전의 일을 들추어 걱정하는 것은 지나친 기우일지 모른다.
미국 월가의 황제 J.P. 모건이 “장래의 주가와 관련하여 명확히 알 수 있는 것은 단지 주가가 변화한다는 것뿐이다.”라고 말했던 것처럼 앞으로 주식시장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어느 누구도 알 수 없다. 사람들의 기대처럼 주식시장이 계속 활황세를 이어갈 수도 있고, 과거처럼 버블의 늪에 빠져들 수도 있다. 다만 한가지 확실한 사실은 앞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제대로 뒤를 돌아보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반성 없는 역사는 되풀이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박의 환상’에 빠져 주식투자에 모든 것을 걸었다가 낭패를 봤던 10년 전의 교훈을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한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주식시장의 움직임에 휘둘리기 보다는 자신만의 투자원칙을 세워놓고, 이를 냉정하게 실천해 나가는 지혜로움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과거의 경험으로부터 배워야 할 주식투자의 소중한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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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낡은 판자 집을 방문한 적이 있다. 필자가 근무하는 은행에서 독거 노인들을 위해 준비한 김치를 배달하기 위해서였다. 손님을 그냥 보내는 법은 없다며 한사코 붙드시는 할머니 손에 이끌려 방안에 들어갔다. 할머니께서 차를 준비하러 부엌으로 나가신 사이 잠시 방안을 둘러봤다. 그런데 한편 구석에 벽지 대용으로 벽에 발라 놓은 신문지가 눈에 들어왔다. 누렇게 변한 색깔을 보니 꽤나 오래 된 신문인 듯했다. 기사 날짜를 보니 1999년, 지금으로부터 꼭 10년 전 신문이었다. 기사는 주식시장이 폭발적인 활황세에 접어들었다는 내용을 전하고 있었다. 기사를 읽으면서 “역사는 반복된다.”는 말을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되었다. 10년 전 기사에서 그려진 주식시장의 모습이 지금과 하나 다를 게 없기 때문이다.
요즘 주가가 날개를 달았다. 주가지수는 작년 11월 ‘저 점’을 기준으로 무려 50% 이상 급등했다. 주가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 했거나 훌쩍 넘어선 종목들이 부지기수다. 10년 전에도 지금처럼 단기간에 국내주가가 급등했다. IMF 외환위기에 발목이 잡혀있던 주식시장은 닷컴 열풍에 휩싸이면서 엄청난 활황세로 반전했다. 불과 1년 사이 KOSPI는 약 250%,코스닥지수는 약 320%나 치솟았다. 급등한 주가도 그렇지만 주식시장의 제반 여건이 아주 흡사하다. 우선 큰 경제위기를 헤치고 주식시장이 빠르게 안정되면서 주가가 본격적인 상승세를 탔다는 점이다. 또 실물경제 회복과 관계없이 저금리와 풍부한 자금에 의한 유동성 장이 연출되고 있는 점도 판에 박은 듯 똑같다. 게다가 개인과 외국인의 ‘쌍끌이 매수’가 주식시장을 이끌어 가는 것도 흡사하다. 모든 면에서 10년 전 주식시장 상황이 그대로 재연되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그래서 인지 요즘의 주식시장 모습은 왠지 모를 불안감으로 다가온다. 10년 전 우리사회를 뜨겁게 달궜던 주식광풍의 후유증이 재현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다. 당시 신문지상에는 주식으로 부를 일군 사람들의 성공담이 물결을 이루었다. 사람들의 대화는 ‘주식’으로 시작해서 ‘주식’으로 끝이 났다. 주변이 온통 주식얘기 일색이었다. 직장에서 몇몇이 모이면 으레 화제가 주식얘기로 흐르고 동창회나 친목모임에 나가도 주식얘기가 빠지지 않았다. 주식투자를 하지 않으면 앉아서 손해보고 시대에 뒤처지는 것 같은 느낌까지 들 정도였다. 그래서 사람들은 앞 다투어 주식시장으로 몰려들었다. 예•적금에 아이들 저금통까지 깨서 주식투자를 하고 밥상에 생선 한 토막 올리는 것을 고민하는 주부들조차 주식에 목돈을 턱턱 밀어 넣었다. 심지어 빚을 내 주식투자를 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저금리로 빚을 두려워하지 않는 투자자들의 내성(耐性)이 생겨난 덕분이었다. ‘대박의 환상’에 빠진 사람들에게 투자의 기본과 원칙에 해당하는 ‘위험관리’라는 말은 관심 밖의 일이었다.
하지만 인생이 그러하듯 주식시장 역시 늘 ‘장밋빛’일색일 수는 없다. 이후 닷컴 버블 붕괴,대우사태,그리고 미국 9 • 11테러 등 악재들이 줄줄이 이어지면서 주식시장은 몰락의 길로 접어들기 시작했다. 주가가 급속하게 하락세로 반전하면서 KOSPI는 2003년 9월 ‘697.52’까지,코스닥지수는 2004년 8월 ‘320.54’로 까지 날개 없는 추락을 거듭했다. 마치 거침없이 질주하던 기차가 갑자기 검은 연기를 내뿜으며 멈추어 선 격이었다. 그리고 증시폭락의 후유증은 고스란히 개인투자자들의 몫으로 돌아왔다. 깡통계좌가 속출하면서 사람들은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다. 많은 사람들이 “다시는 주식 따윈 거들떠 보지 않겠다.”고 울분을 삼키며 주식시장을 떠났었다.
그러나 10여 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 사람들의 관심이 또다시 주식시장에 쏠리면서 주식광풍의 회오리에 휘말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근 들어 주식투자를 위한 대기성 자금인 고객예탁금의 폭발적 증가와 함께 유상증자에 수 조원대의 뭉칫돈이 몰리는 현상이 그것이다.
일각에서는 벌써 증시 버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솔솔 흘러나온다. 물론 10년 전의 일을 들추어 걱정하는 것은 지나친 기우일지 모른다.
미국 월가의 황제 J.P. 모건이 “장래의 주가와 관련하여 명확히 알 수 있는 것은 단지 주가가 변화한다는 것뿐이다.”라고 말했던 것처럼 앞으로 주식시장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어느 누구도 알 수 없다. 사람들의 기대처럼 주식시장이 계속 활황세를 이어갈 수도 있고, 과거처럼 버블의 늪에 빠져들 수도 있다. 다만 한가지 확실한 사실은 앞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제대로 뒤를 돌아보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반성 없는 역사는 되풀이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박의 환상’에 빠져 주식투자에 모든 것을 걸었다가 낭패를 봤던 10년 전의 교훈을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한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주식시장의 움직임에 휘둘리기 보다는 자신만의 투자원칙을 세워놓고, 이를 냉정하게 실천해 나가는 지혜로움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과거의 경험으로부터 배워야 할 주식투자의 소중한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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