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표가 이달 말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유럽을 방문한다. 이명박 대통령으로선 버릴 수도 그렇다고 껴안기도 어려운 ‘계륵’인 박 전 대표에게 고뇌의 손길을 내밀었고, 박 전 대표는 정권을 돕지 않는다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 마뜩찮은 선택을 했다는 분석이다.
박 전 대표는 지난달 미디어법 처리 과정에서 “원칙을 훼손했다”는 논란에 휩싸이면서 정치인으로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지난 대선 이후 차기 대선주자 여론조사에서 압도적 1위를 달려온 박 전 대표가 본격적인 중간평가 무대에 오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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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전 대표가 여권 비주류임에도 불구하고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배경에는 흔들리지 않는 30%의 지지층이 있다.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김대중, 김영삼 전 대통령 이후 유일한 사례로 꼽힌다.
◆수년째 변함없는 30% 지지층 = 지난 6월 22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향후 우리나라를 이끌 지도자로서 적합한 인물이 누구냐”고 물은 질문에 박근혜 전 대표는 29.9%의 답을 얻었다. 당내 대권 경쟁자인 오세훈(3.6%) 정몽준(3.3%) 김문수(1.7%)를 압도하는 수치다.
2년 전인 2007년 8월. 박 전 대표는 대선후보 지지도에서 29.8%를 얻었다. 이명박 후보에 이은 2위였지만, 다른 경쟁자들에 비해선 훨씬 앞선 성적이었다.
2년의 간극을 둔 두 여론조사를 보면 박 전 대표의 지지율과 지지층이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우선 단순 지지율이 거의 엇비슷(29.9% 대 29.8%)하다. 30%를 전후한 변함없는 지지자가 존재한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지지층도 놀랄만큼 그대로다. 2007년 조사에서 박 전 대표는 지역적으론 대구·경북과 부산·경남, 대전·충청에서 우위를 보였다. 연령별론 50대 이상 중장년층, 소득별론 저소득층에서 우세를 나타냈다. 올해 조사에서도 ‘박근혜 마니아’는 변하지 않았다.
KSOI 윤희웅 팀장은 “박 전 대표는 영남과 50대 이상, 저소득층, 저학력층, 보수층을 중심으로 20% 후반의 고정지지층을 갖고 있다”며 △박정희 향수 △70년대 경제성장에 대한 추억 △박 전 대표의 안정과 애국 이미지 △경선승복과 원칙정치 등을 배경으로 꼽았다.
친박인 한나라당 구상찬 의원은 “한국정치사에서 30%에 달하는 확고한 지지층을 가진 정치인은 김대중, 김영삼 전 대통령 이후 박 전 대표가 유일하다”며 “대선에서 상황에 따라 움직이는 상당수 부동표 가운데 일부만 가져와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법 논란으로 빠진 거품 = 하지만 전문가들은 의견이 다르다.
윈지코리아 이근형 대표는 “박 전 대표는 이명박정부 들어 ‘안티 MB’을 통한 반사이익과 여당 내 야당역할을 통한 중도층 흡수로 한때 지지율이 40%대로 올라섰지만 미디어법 논란에 휩싸이면서 순식간에 원래 지지율로 돌아왔다”며 “대선은 변화 코드를 누가 선점하느냐 경쟁인데 박 전 대표의 고정지지층이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KSOI 윤 팀장도 비슷한 분석이다. 윤 팀장은 “유권자들은 대선에선 새로운 시대정신을 제시하는 후보를 찍는 경향이 강한데 박 전 대표는 지역구도와 안보이미지에 갇힌 폐쇄적 지지층을 끌어안는데 주력하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한나라당 출신 원로정치인은 “30%라는 집토끼는 어느 정치인에게도 없는 명약이지만 70%의 산토끼를 놓치게만드는 맹독일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아야한다”고 조언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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