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O칼럼

지역내일 2009-08-11
//그런데 사진이 없습니다.
사진은 절대 싣기 싫다고 안보내줘서요.
(원래 2600자 넘게 보내왔는데 한 300자 잘랐습니다.)

광화문광장은 광장이 되어야 한다

지현
문화연대 문화정책센터 활동가

지난 2002년 광화문에서 펼쳐졌던 월드컵 응원전은 시민들이 모여 다양한 상상력을 발휘하여 만드는 자발적인 축제를 우리 일상 속에 실현할 수 있음을 확인시켜주었다. 또한 시민들의 자율적인 참여를 통해 이루어졌던 2002년, 2004년, 2008년 촛불집회는 진정한 민주주의를 위한 다양한 소통의 장을 여는 새로운 계기를 마련하였다. 세종로는 시민들의 의사와 다양한 상상력이 살아있는 문화적 행위와 자발적인 참여로 가득했다. 이러한 일련의 흐름들은 오랜 세월 동안 권력의 상징적인 공간이었던 세종로가 시민들에 의해 공적 공간으로서,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서 변모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여실히 보여주었던 것이었다.
지난 1일 시민들이 보여주었던 이와 같은 가능성들을 계기로 하여 광화문광장이 개장되었다. 권력의 상징적인 공간이었던 세종로가 시민들의 공간으로 거듭나기 위한 출발선에 선 것이다. 하지만 광화문광장이 ‘광장’다워 지려면 아직 갈 길이 먼 것 같다. 지난 3일에는 광화문광장에서 진행된 ‘광화문광장에 표현의 자유를’ 기자회견이 경찰에 의해 무산되고 참석자들이 강제 연행되는 사태가 발생하였다. 이 날 기자회견은 광화문광장이 ‘광화문광장 조례’에 의해 공적 공간으로서의 의미를 상실한 채, 또 다시 관 주도의 ‘닫힌 공간’으로 운영되는 것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광화문 광장을 ‘광장’ 본연의 의미에 맞게 시민들의 표현의 자유와 다양한 행위들이 소통될 수 있는 공간으로 운영할 것을 요구하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서울시와 경찰은 기자회견을 미신고 불법집회로 간주하며, 공권력을 투입해 참석자 10여명을 강제 연행했다. 이로써 서울시는 오로지 자신들이 주도하는 행사만을 그 공간에서 허용하고, 시민들의 표현의 자유와 다양한 자발적인 행위들은 탄압하겠다는 의지를 명백히 확인시켜준 셈이다.
이러한 서울시의 의지는 ‘광화문광장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에서 명확히 확인할 수 있다. 서울시는 광화문광장을 ‘허가’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 광화문광장을 시민들이 이용하기 위해서는 서울시와 서울지방경찰청의 이중 허가를 받아야 한다. 또한 서울시는 이미 허가한 행사에 대해서도 취소, 이용정지를 할 권한을 가진다. 이미 여기서 광화문광장이 시민의 공간이 될 수 없음이 드러난다. 한데 서울시는 시민들의 이용은 제한하면서, 서울시를 비롯한 정부와 관 주도의 행사에는 우선권을 주고 있다. 그리고 ‘서울특별시 광장운영시민위원회’를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 15인의 위원 중 공무원 7인, 시의원 2인이 고정적인 위원으로 구성되고, 이 또한 위촉 권한이 시장에게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사실상 위원회의 독립적인 운영은 힘들다고 판단된다. 이처럼 서울시는 광화문광장을 그들만의 정원으로 착각하고, 다시금 세종로를 권력의 통제 하에 관리하려는 속내를 보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광화문광장 운영에 대한 민주적이고 자율적인 방안이 모색되어야 한다는 시민사회계와 야당의 의견을 정치적 공세를 펼치는 것이라 호도하고 있다. 광화문 광장 조성 당시부터 공공디자인으로서의 철학은 부재한 채 ‘집회 ․ 시위 없는 공간’을 만들겠다는 의지만 내세우더니 여전히 ‘광장’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서울시의 편협함이 답답할 따름이다.
서울시는 오세훈 서울시장 취임이후 끊임없이 ‘문화도시 서울’을 내세워 왔다. 하지만 지금 시설보호, 불법 집회로의 변질 등의 구차한 이유로 시민들의 다양한 문화적 행위와 자발적인 참여를 가로막고 있다. 지극히 기본적으로 보장되어야 할 문화적 권리와 표현의 자유를 말하는 것조차 무색할 지경이다. 서울시가 꿈꾸는 ‘문화도시 서울’이 이런 것인가? ‘문화도시 서울’이 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삶들이 모여 소통하고 교류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가능할 때, 더 큰 상상력이 발휘되고, 이 상상력이 우리의 삶과 서울을 더욱 ‘문화적’으로 만들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서울시가 진정으로 ‘문화도시 서울’을 꿈꾼다면, 지금이라도 광화문광장 운영과 관련하여 통제와 관리가 아닌 시민들과 함께 소통하고 어우러질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여야 할 것이다. 이 방안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광화문광장은 광장다워지고, 시민들의 다양한 소통과 행위들에 대한 문화적 권리가 존중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서울시가 이처럼 계속해서 광화문광장에 대해 일방적이고 자의적인 운영만을 고집한다면, ‘문화도시 서울’은 한낱 꿈에 불과한 허상이 될 뿐이며, 광화문광장은 ‘도심 속 고립된 섬’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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