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노예매춘’ 외면한 대가(최영희 2001.07.16)

<내일시론>

지역내일 2001-07-16
<내일시론>‘노예매춘’ 외면한 대가(최영희 2001.07.16)


미국이 세계의 경찰국 행세하는 것을 두고 보자니 울화통이 터지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인권을 위해 투쟁한 대표적 나라이고, 김대중 대통령이 가는 곳마다 ‘인권’의 상징으로 소개되고 있는데 어이없게도 미 국무부의 보고서는 한국을 인권의 최하위국으로 낙인찍어 버렸다. 작년 12월, 노벨 평화상 수상식에서의 김대통령에 대한 찬사가 무색해진 날벼락일 것이다.
지난해 미의회가 제정한 ‘인신매매 희생자 및 폭력 예방법’은 아마 미국내 인권단체들의 노력으로 만들어지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세계 82개국을 대상으로 관련 국가와 단체들의 도움을 받아 1차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한 것이다. 우리나라가 속한 3등급 국가들에게는 인신매매 근절 제도를 만들고 밀거래 업자나 피해자 근절을 하지 않으면 2003년부터는 경제 제재를 가하기로 되어 있다.

김강자 없는 텍사스촌은 지금 어떤 모습일까
뒤늦게 정부는 외교채널을 통해 작년에 제정한 청소년 성보호법 등을 들며 시정을 촉구했지만 조사할 때는 뭘하고 있었나 하는 비난을 면치 못하게 되었다. 우리나라가 3등급이라는 것이 미국서도 화제란다. 인터넷 이용률 세계 5위에 OECD 가입국, 경제규모 세계 12위 등 우리 사회의 급속한 발전과 이에 우쭐해진 국민의 자존심은 완전히 짓뭉개졌지만, 우선 진정으로 부끄러워하고 자성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10여년 전쯤에는 ‘봉고차를 타지 마라’, ‘커피나 음료수를 주는 친절을 거절하라’는 등의 경각심을 강조했었다. 바로 인신매매 때문이었다. 그러나 요 몇 년 전부터는 성윤리의 붕괴로 ‘자발성 매춘’이라고 치부하며 사실상 노예매춘을 외면하고 그 심각성은 덮여져 있었다. 대한민국에 윤락촌이 미아리 텍사스촌만 있는 것이 아닌데도 당연한 일을 한 김강자 서장이 스타가 되는 것을 보면 이 부분을 포기했다는 증거가 되는 것이다. 김강자 서장이 나와버린 미아리 텍사스촌은 지금 어떤 모습일까 궁금하다.
처음 발을 들여놓을 때는 자발적이라 해도 가출 소녀들에게 일시적 거처를 제공하고 생활비, 소개비를 빚으로 얽어맨다. 기생하는 폭력배들은 감시하고, 도망치면 추적하여 잡아들인 후 무자비한 폭행을 가하는 노예매춘구조를 국민들이 다 알고 있다. 숫자는 과거에 비해 줄었다지만 납치, 유인 방법으로 10대 소녀들을 탈선업소나 섬 지역으로 돈 받고 팔아 넘기는 사례가 여전하다.
이번 보고서에는 뼈아픈 부분이 있다. 돌려서 지적한 듯한 부패의 문제와 인신매매 희생자들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나 이들을 지원하는 NGO에 대한 정부의 지지가 없다는 것이다.
군산 윤락가 화재사건이 노예매춘의 증거였으며, 지금 재판 과정에서 성 상납 부분이 문제가 되고 있다. 인신매매의 굴속을 탈출한 소녀들에게 사회복귀 프로그램도 없으며, 수녀들을 비롯한 몇몇 NGO들이 열악한 조건 속에서 ‘헌신’으로 아주 적은 부분을 지탱하고 있을 뿐이다. 이들에 대한 지원도 여성·청소년 단체들의 문제제기로 작년에야 겨우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작년에 모 지방자체단체가 10대 윤락 소녀들의 사회복귀 프로그램을 모범적으로 구상했다. 우리 여성·청소년 단체들은 이를 전국의 시도 자치단체장에게 보내서 그곳에서도 관심 갖고 만들어 줄 것을 간곡히 요청했으나 모범안을 만든 곳조차도 예산에 밀렸는지 소식이 없다.
한국내의 문제만이 아니다. 우리나라 여성들이 미국이나 일본 등에서 섹스 산업에 종사하며 오도가도 못하는 보도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지금도 흘러 들어가고 있지 않은가. 이것도 부족해 돈벌러 한국에 온 외국 여성들이 그 망에 걸려 다른 나라로 또 수출되고 있다.

성문화 바로잡는 계기 삼아야
한국 여성에 대한 미군의 성폭행과 살인이 분노를 샀고, 미군 기지촌은 한국 여성뿐 아니라 동남아 여성들로 채워지고 있으며, 일본 오끼나와에서 일본 여성에 대한 성폭행으로 떠들썩한 지가 엊그제인데 과연 미국이 그런 등급을 매길 자격이 있는가를 되묻고 싶지만, 우리 사회의 도덕과 윤리의 타락도 위기감을 느낄 수준이다. 얼마 전, 15세 가출소녀에게 잠자리를 제공해 준다는 미명하에 성관계를 가진 5명의 타락한 어른들에게 ‘애정권’ 운운하며 내린 무죄판결은 ‘무한한 자유와 너그러움’이 넘치는 사회, 그러나 자식 키우기 너무 어려운 사회임을 보여주고 있다.
이제 정부는 억울하게만 생각하지 말고 등급을 수정하려는 외교적 노력과 함께 현장을 다시 보아야 한다. 노동부 책임하의 일부 직업소개소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감독하고, 인신매매 희생자들의 사회복귀 시스템을 준비하고, 구멍 뚫린 해외 인력수출망을 찾아내야 한다. 우리 사회가 섹스산업 종사자들을 수입까지 해와야 하는가도 반성해야 한다. 수요가 없으면 공급은 사라진다. 음주문화, 접대문화, 성문화 등을 바로잡아 사회 건전성을 높이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최영희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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