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기상조라는 말은 하기 쉽다. 경기부양의 유혹 앞에서는 더욱 그렇다.”
이종우 HMC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출구전략 논의에 ‘적절한 때’란 없다”고 강조했다. 경기 회복 신호가 보이는 지금부터 서서히 출구전략을 강화하지 않으면 최악의 경우 거품이 끼었다 터지는 파국이 반복되면서 경제가 전반적으로 망가질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 센터장은 “출구전략은 비정상적인 금융상황을 정상으로 회복시키기 위한 것”이라며 “전 세계 80%의 금리가 1% 이하인 지금 상황은 정상이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FRB가 대공황 시절 수준의 초저금리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과연 그 때만큼 경제가 나쁘기 때문인지에 의문을 표했다.
이 센터장은 “세계 어느 정부도 버블 붕괴 후 적절한 출구전략을 구사한 전례를 보여주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경기부양의 유혹 앞에서 거품 다스릴 때를 놓치는 바람에 ‘버블경제’가 지금껏 계속 이어져오고 있다는 것. 이런 현상은 IT버블이 한창이던 10여년 전부터 미국을 중심으로 반복돼 왔다.
1999년부터 2000년 상반기까지 IT혁명에 대한 기대감으로 세계 주식시장은 기록적인 상승세를 기록했다. 그러나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소극적인 금리인상정책 때문에 2000년 5월 미국증시는 최고점 대비 30% 가까이 폭락했다. 0.5% 금리인상이라는 FRB의 때늦은 강수로 IT버블은 일단락됐다. 그러나 FRB는 이후에도 금리를 1%대까지 급락시켜 경기부양을 도모했다. 결국 유동자금들이 부동산으로 쏠려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를 낳았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1998년 외환위기 당시 200대까지 떨어졌던 코스피지수가 2000년 1월 1000선을 회복했다. 위기 탈출론에 힘이 실렸다. 당시 정부는 경기부양을 이유로 저금리기조를 유지, 세 차례에 걸쳐 금리인하를 단행했다. 그러나 부동산 거품이 터지고 카드 대란까지 겹쳐 1년도 되지 않아 코스피지수는 50% 이상 주저앉았다. 이후 경기가 회복세로 접어들었지만 정부는 수년간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경기부양이 더 필요하다’는 이유였다.
이 센터장은 “FRB와 각국 정부의 금리정책 실패는 경기가 저점을 찍은 직후부터 선제적이고 점차적인 출구전략 강화가 필요하다는 교훈을 남겼다”고 설명했다. 특히 다른 나라에 비해 경제 회복 신호가 빠르게 나타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선제조치가 절실하다는 것. 언젠가 미국, 영국 등에서도 출구전략이 본격화될 것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다른 나라의 움직임에 눈치를 보며 보조를 맞추려 하면 이미 늦다. 회복 속도가 빠른 만큼 새로운 거품이 생기는 속도도 빨라 경제가 과열돼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출구전략에 대해 시장과 정부가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일본의 장기 불황에 대한 학습효과 때문”이라며 “당시 일본과 지금의 우리는 상황이 다르다”고 덧붙였다. 일본이 1997년 긴축정책을 쓰면서 불황에 빠진 것은 사실이지만 당시에는 이머징 시장 전반의 과잉생산으로 인한 금융위기가 아시아를 덮친 탓이 컸으며, 현재는 그럴 우려는 없다는 설명이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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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우 HMC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출구전략 논의에 ‘적절한 때’란 없다”고 강조했다. 경기 회복 신호가 보이는 지금부터 서서히 출구전략을 강화하지 않으면 최악의 경우 거품이 끼었다 터지는 파국이 반복되면서 경제가 전반적으로 망가질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 센터장은 “출구전략은 비정상적인 금융상황을 정상으로 회복시키기 위한 것”이라며 “전 세계 80%의 금리가 1% 이하인 지금 상황은 정상이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FRB가 대공황 시절 수준의 초저금리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과연 그 때만큼 경제가 나쁘기 때문인지에 의문을 표했다.
이 센터장은 “세계 어느 정부도 버블 붕괴 후 적절한 출구전략을 구사한 전례를 보여주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경기부양의 유혹 앞에서 거품 다스릴 때를 놓치는 바람에 ‘버블경제’가 지금껏 계속 이어져오고 있다는 것. 이런 현상은 IT버블이 한창이던 10여년 전부터 미국을 중심으로 반복돼 왔다.
1999년부터 2000년 상반기까지 IT혁명에 대한 기대감으로 세계 주식시장은 기록적인 상승세를 기록했다. 그러나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소극적인 금리인상정책 때문에 2000년 5월 미국증시는 최고점 대비 30% 가까이 폭락했다. 0.5% 금리인상이라는 FRB의 때늦은 강수로 IT버블은 일단락됐다. 그러나 FRB는 이후에도 금리를 1%대까지 급락시켜 경기부양을 도모했다. 결국 유동자금들이 부동산으로 쏠려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를 낳았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1998년 외환위기 당시 200대까지 떨어졌던 코스피지수가 2000년 1월 1000선을 회복했다. 위기 탈출론에 힘이 실렸다. 당시 정부는 경기부양을 이유로 저금리기조를 유지, 세 차례에 걸쳐 금리인하를 단행했다. 그러나 부동산 거품이 터지고 카드 대란까지 겹쳐 1년도 되지 않아 코스피지수는 50% 이상 주저앉았다. 이후 경기가 회복세로 접어들었지만 정부는 수년간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경기부양이 더 필요하다’는 이유였다.
이 센터장은 “FRB와 각국 정부의 금리정책 실패는 경기가 저점을 찍은 직후부터 선제적이고 점차적인 출구전략 강화가 필요하다는 교훈을 남겼다”고 설명했다. 특히 다른 나라에 비해 경제 회복 신호가 빠르게 나타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선제조치가 절실하다는 것. 언젠가 미국, 영국 등에서도 출구전략이 본격화될 것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다른 나라의 움직임에 눈치를 보며 보조를 맞추려 하면 이미 늦다. 회복 속도가 빠른 만큼 새로운 거품이 생기는 속도도 빨라 경제가 과열돼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출구전략에 대해 시장과 정부가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일본의 장기 불황에 대한 학습효과 때문”이라며 “당시 일본과 지금의 우리는 상황이 다르다”고 덧붙였다. 일본이 1997년 긴축정책을 쓰면서 불황에 빠진 것은 사실이지만 당시에는 이머징 시장 전반의 과잉생산으로 인한 금융위기가 아시아를 덮친 탓이 컸으며, 현재는 그럴 우려는 없다는 설명이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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