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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금융위기로 침체됐던 경제가 바닥을 치고 회복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신호들이 나오면서 주식시장과 부동산 시장이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정부가 취해왔던 경기부양정책을 언제 어떻게 축소해야 할지를 놓고 논란에 불이 붙었다. 이른바 ‘출구전략’ 논란이다. 출구전략을 제때 쓰지 못하면 경제에 또 다른 거품이 낄 것이라는 우려와 불완전한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으면 디플레이션에 빠질 수 있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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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구전략 논의는 금융위기 후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정부가 전례 없는 고강도의 부양책을 추진할 때부터 예고돼고 있었다.
지난 6월 열린 G7재무장관 회의에서 독일 등 일부 유럽국가 재무장관들은 금리인하, 유동성공급, 재정지출 확대조치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을 차단하기 위해 출구전략을 수립해 집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달 스위스에서 열린 세계중앙은행 연차총회에서도 BS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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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상황의 변화에 맞추어 적절하게 조정되지 못할 경우, 그 부작용이 경제 전반에 걸쳐 보다 심각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다. KDI에 따르면 이미 OECD 선진국들은 1970년대 중반 1차 석유파동 때 취했던 적극적인 경기부양정책으로 발생한 정부부채 때문에 만성적인 적자기조에 아직도 시달리고 있다. 우리나라의 역시 선진국들처럼 심각한 상황은 아니라곤 하지만 2009년 GDP의 35% 내외 수준인 국가부채가 2013년에는 50% 수준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등, 재정건전성이 빠르게 악화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통화정책의 경우, 위기 이후 정책 정상화가 적기에 이루어지지 못할 경우 부작용이 더욱 파괴적일 수 있다.
미국 FRB는 IT 버블이 붕괴하고 9∙11 테러가 발생했던 2001~02년에 공격적으로 인하했던 금리를, 경기가 반등하기 시작한 2003년 이후에도 지나치게 장기간 저금리상태로 유지함으로써 주택가격 버블을 크게 심화시켰으며, 결국 최근 경기침체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일본의‘잃어버린 10년’을 촉발한 것으로 거론되는 1980년대 말의 부동산 버블도, 이전의 저금리정책과 분리하여 이해하기 어렵다. 일본 중앙은행은, 1985년 Plaza 협정 이후 엔화 가치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경기가 하강하고 물가가 안정됨에 따라 목표금리를 크게 인하하였으나, 1988년 이후 경기가 회복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금리 정상화를 지연시킴으로써 부동산 버블이 심화되는 계기를 제공했다는 평이다.
현재의 목표금리(2.0%)는‘초저금리’라고 부르기에 충분할 정도로 낮은 수준이며, 자산시장과 실물시장에서 디플레이션에 가까운 물가안정을 기대하고 있지 않는 한, 지극히‘부양적’인 수준임이라고 강조한다. 조동철 KDI 선임연구위원은 “현재의 수준에서 부분적인 금리인상이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이는 ‘긴축기조로의 전환’이라기보다는‘부양강도의 조정’ 정도로 이해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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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출구전략 논의가 시기상조라고 보는 이들은 “인플레이션보다 디플레이션이 더 문제”라는 입장이다. 거품 낀 경제보다 ‘주저앉은’ 경제가 더 회복하기 어렵다는 것. 현재의 경기회복 국면은 추세로 확신하기 어렵다는 시각이다.
지난 5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대비 1.3% 하락하며 3개월 연속 마이너스 증가율을 보였다. 핵심 소비자 물가지수도 전년대비 3.4% 증가에 그쳤다. 메리츠증권 정용택 연구원은 “물가상승률로 파악할 경우 미국은 인플레이션보다 디플레이션에 가까운 상태로 보인다”며 “현재 상승세를 타고 있는 상품시장도 3분기에 다시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만큼 공급과잉 우려도 높지 않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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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통화당국은 2009년 9월 리먼파산 이후 기준 금리 인하라는 수단 외에 유동성을 금융기관에 공급하는 공격적인 통화완화정책을 펴왔다. 지난 2월 이후 기준금리는 5개월째 동결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동안 공급하였던 유동성에 대해서는 일부 관리에 나서는 모습을 보이는 것을 두고 시장에서는 출구전략이냐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리먼사태 이후 통화당국의 정책내용을 보면 기준금리와 유동성 공급 크게 두 가지 요약될수 있다. 향후 통화당국이 거두어 들일 수 있는 것은 기준금리인상, 총액한도대출 감액, 공개시장조작대상증권 축소 등이 될 수 있다. 또한, 리먼 사태 이후 실시되지는 않았지만, 지급준비율의 인상도 출구전략의 일환이 될 수 있다. 출구전략 논란이 거세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기회복 불확실성을 이유로 통화당국은 당분간 현 기조를 이어갈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통화당국이 언급하는 정책의 범주가 기준금리만을 의미 하는 것인지, 아니면 유동성 관리를 포함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해석이 분분하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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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금융위기로 침체됐던 경제가 바닥을 치고 회복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신호들이 나오면서 주식시장과 부동산 시장이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정부가 취해왔던 경기부양정책을 언제 어떻게 축소해야 할지를 놓고 논란에 불이 붙었다. 이른바 ‘출구전략’ 논란이다. 출구전략을 제때 쓰지 못하면 경제에 또 다른 거품이 낄 것이라는 우려와 불완전한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으면 디플레이션에 빠질 수 있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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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구전략 논의는 금융위기 후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정부가 전례 없는 고강도의 부양책을 추진할 때부터 예고돼고 있었다.
지난 6월 열린 G7재무장관 회의에서 독일 등 일부 유럽국가 재무장관들은 금리인하, 유동성공급, 재정지출 확대조치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을 차단하기 위해 출구전략을 수립해 집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달 스위스에서 열린 세계중앙은행 연차총회에서도 BS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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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상황의 변화에 맞추어 적절하게 조정되지 못할 경우, 그 부작용이 경제 전반에 걸쳐 보다 심각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다. KDI에 따르면 이미 OECD 선진국들은 1970년대 중반 1차 석유파동 때 취했던 적극적인 경기부양정책으로 발생한 정부부채 때문에 만성적인 적자기조에 아직도 시달리고 있다. 우리나라의 역시 선진국들처럼 심각한 상황은 아니라곤 하지만 2009년 GDP의 35% 내외 수준인 국가부채가 2013년에는 50% 수준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등, 재정건전성이 빠르게 악화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통화정책의 경우, 위기 이후 정책 정상화가 적기에 이루어지지 못할 경우 부작용이 더욱 파괴적일 수 있다.
미국 FRB는 IT 버블이 붕괴하고 9∙11 테러가 발생했던 2001~02년에 공격적으로 인하했던 금리를, 경기가 반등하기 시작한 2003년 이후에도 지나치게 장기간 저금리상태로 유지함으로써 주택가격 버블을 크게 심화시켰으며, 결국 최근 경기침체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일본의‘잃어버린 10년’을 촉발한 것으로 거론되는 1980년대 말의 부동산 버블도, 이전의 저금리정책과 분리하여 이해하기 어렵다. 일본 중앙은행은, 1985년 Plaza 협정 이후 엔화 가치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경기가 하강하고 물가가 안정됨에 따라 목표금리를 크게 인하하였으나, 1988년 이후 경기가 회복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금리 정상화를 지연시킴으로써 부동산 버블이 심화되는 계기를 제공했다는 평이다.
현재의 목표금리(2.0%)는‘초저금리’라고 부르기에 충분할 정도로 낮은 수준이며, 자산시장과 실물시장에서 디플레이션에 가까운 물가안정을 기대하고 있지 않는 한, 지극히‘부양적’인 수준임이라고 강조한다. 조동철 KDI 선임연구위원은 “현재의 수준에서 부분적인 금리인상이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이는 ‘긴축기조로의 전환’이라기보다는‘부양강도의 조정’ 정도로 이해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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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출구전략 논의가 시기상조라고 보는 이들은 “인플레이션보다 디플레이션이 더 문제”라는 입장이다. 거품 낀 경제보다 ‘주저앉은’ 경제가 더 회복하기 어렵다는 것. 현재의 경기회복 국면은 추세로 확신하기 어렵다는 시각이다.
지난 5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대비 1.3% 하락하며 3개월 연속 마이너스 증가율을 보였다. 핵심 소비자 물가지수도 전년대비 3.4% 증가에 그쳤다. 메리츠증권 정용택 연구원은 “물가상승률로 파악할 경우 미국은 인플레이션보다 디플레이션에 가까운 상태로 보인다”며 “현재 상승세를 타고 있는 상품시장도 3분기에 다시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만큼 공급과잉 우려도 높지 않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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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통화당국은 2009년 9월 리먼파산 이후 기준 금리 인하라는 수단 외에 유동성을 금융기관에 공급하는 공격적인 통화완화정책을 펴왔다. 지난 2월 이후 기준금리는 5개월째 동결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동안 공급하였던 유동성에 대해서는 일부 관리에 나서는 모습을 보이는 것을 두고 시장에서는 출구전략이냐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리먼사태 이후 통화당국의 정책내용을 보면 기준금리와 유동성 공급 크게 두 가지 요약될수 있다. 향후 통화당국이 거두어 들일 수 있는 것은 기준금리인상, 총액한도대출 감액, 공개시장조작대상증권 축소 등이 될 수 있다. 또한, 리먼 사태 이후 실시되지는 않았지만, 지급준비율의 인상도 출구전략의 일환이 될 수 있다. 출구전략 논란이 거세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기회복 불확실성을 이유로 통화당국은 당분간 현 기조를 이어갈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통화당국이 언급하는 정책의 범주가 기준금리만을 의미 하는 것인지, 아니면 유동성 관리를 포함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해석이 분분하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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