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9월에 국회 제출 … 부동산 담보 자금조달 구조 변혁
부동산이 부족해 자금운영에 어려움을 겪어온 중소기업들의 고민이 해소될 전망이다. 법무부가 지난 7월 입법 예고한 ‘동산 채권 등의 담보에 관한 법률안’ 제정 작업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법무부는 각계 전문가들이 참여한 공청회 개최와 각 부처 의견수렴 등을 거쳐 법률안 마련의 마지막 관문인 법제처에 법률 심사를 의뢰했다. 심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법무부는 9월말에 국회에 법률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동산 채권 등의 담보에 관한 법률이 국회 심의를 거쳐 제정되면 경제활동에 일대 변혁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일반 법인이나 개인 자영업자들은 사업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은행으로부터 조달하려면 담보물로 부동산을 제공해야했다.
금융감독원이 작성한 2008년 은행경영통계에 따르면 410조에 달하는 담보 여신 가운데 부동산 담보물에 의한 여신이 무려 92.1%에 달했다. 그 금액이 378조에 이른다. 다음으로 예수금(18조), 유가증권(6조), 기타(7.7조) 순으로 동산에 의한 여신은 꼴찌를 기록했다. 액수는 2216억원으로 0.05%도 안된다. 동산을 담보물로 제공하고 돈을 빌리는 것은 하늘의 별을 따는 것과 마찬가지인 셈이다. 이는 기업현실과는 정반대의 상황이다.
◆법인과 상호등기 한 자에게 허용 = 2007년 중소기업중앙회가 집계한 중소기업 주요자산 현황에 따르면 유동자산 매출채권 재고자산 반제품 원재료 기계장치 산업재산권 등의 비부동산 자산이 336조1930억원에 달했다. 토지나 건물 등의 부동산은 86조4480억원밖에 안됐다.
비부동산 자산이 3.8배 정도 많다. 중소기업 실정이 이렇다면 대기업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나마 대기업들은 중소기업보다는 부동산을 많이 보유하고 있어 자금차입에 어려움이 덜하다.
현실이 이런데도 동산 채권 등의 유동자산을 담보물로 제공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 미국과 일본 등의 선진국은 일찍이 동산 채권 등의 유동자산을 담보물로 제공하거나 양도가 가능하도록 한 법률을 제정, 기업 활동에 도움을 줘왔다.
미국은 통일상법전 9장에 담보거래를 규정, 동산이나 채권에 관한 모든 약정담보권을 단일 법체계로 규율하고 있다.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동산 등을 담보로 제공하는 약정을 하면 담보권이 성립되나, 제3자에 대한 대항력 취득을 위해 금융명세서 등록을 하도록 하고 있다.
일본은 민법에 특례를 인정, 동산과 채권에 대해 양도등기를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양도등기에 특례를 두는 국가는 일본이 유일하다.
이번에 동산 채권 등의 담보에 관한 법률 제정을 주도한 법무부는 미국의 담보제도를 모델로 하면서도, 우리 현실에 맞게 등기를 허용했다. 다만, 미국과 달리 담보권설정자의 자격을 제한, 법인과 상호등기를 한 자로 한정했다. 상호등기를 한 자란 상호를 법원에 등기한 자영업자들을 말한다. 지적재산권의 경우에는 직접 지적재산권자가 담보권 설정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법률안은 또 현존하는 동산 채권 뿐만 아니라 장래에 발생하는 동산과 채권 등에 대해서도 담보권 설정이 가능하도록 했고, 항공기 선박 건설기계 자동차 등 다른 법률에 의해 등기 등록할 수 있는 동산 등은 제외했다.
지적재산권은 특허청이 관장하는 등록원부에 등록하는 것으로 담보권 설정이 가능하도록 하고, 공동담보나 근담보에 활용될 수 있는 특례규정을 뒀다. 담보등기의 효력은 등기부에 등기한 때 효력이 발생하는 것으로 하되, 지적재산권은 질권을 설정한 것과 같은 효력이 있는 것으로 간주하도록 했다.
◆부동산과 같이 법원이 등기 관장 = 담보권 실행방법으로는 경매 외에 처분정산, 취득정산 등의 사적실행을 폭넓게 인정하였으나, 지적재산권의 경우에는 담보가치에 대한 객관적 평가가 곤란한 점을 감안하여 경매만 허용했다.
법률안은 담보권에 대해 우선변제권을 부여하되, 민법의 저당권과 달리 물상대위 범위를 담보목적물이 매각, 임대된 경우까지 확대했다. 담보등기 관장기관은 부동산과 같이 법원이 하는 것으로 정해졌다.
법무부 안형준 검사는 “유엔 국제상거래위원회에서도 담보권 설정 입법지침을 만들어 규율하려고 할 정도로 국제적으로 관심이 큰 분야”라며 “이 법률이 제정되면 금융시스템 선진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법률의 제정, 시행과정에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미 지난 1월에 비슷한 법률인 채권 양도등기에 관한 특별법안을 제출한 우윤근 국회의원은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입법과정에서 고려해 해결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만약 동산을 실제로 갖고 있는 사람과 이를 등기한 사람이 다른 경우에 누구의 권리를 우선할지 등에 대한 규정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유근 의원은 “정부안이 제출되면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병합 심의되겠지만, 채권보다 동산은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며 “법원 판례에 맡겨둘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입법과정에서 이를 해소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선상원 기자 w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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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이 부족해 자금운영에 어려움을 겪어온 중소기업들의 고민이 해소될 전망이다. 법무부가 지난 7월 입법 예고한 ‘동산 채권 등의 담보에 관한 법률안’ 제정 작업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법무부는 각계 전문가들이 참여한 공청회 개최와 각 부처 의견수렴 등을 거쳐 법률안 마련의 마지막 관문인 법제처에 법률 심사를 의뢰했다. 심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법무부는 9월말에 국회에 법률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동산 채권 등의 담보에 관한 법률이 국회 심의를 거쳐 제정되면 경제활동에 일대 변혁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일반 법인이나 개인 자영업자들은 사업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은행으로부터 조달하려면 담보물로 부동산을 제공해야했다.
금융감독원이 작성한 2008년 은행경영통계에 따르면 410조에 달하는 담보 여신 가운데 부동산 담보물에 의한 여신이 무려 92.1%에 달했다. 그 금액이 378조에 이른다. 다음으로 예수금(18조), 유가증권(6조), 기타(7.7조) 순으로 동산에 의한 여신은 꼴찌를 기록했다. 액수는 2216억원으로 0.05%도 안된다. 동산을 담보물로 제공하고 돈을 빌리는 것은 하늘의 별을 따는 것과 마찬가지인 셈이다. 이는 기업현실과는 정반대의 상황이다.
◆법인과 상호등기 한 자에게 허용 = 2007년 중소기업중앙회가 집계한 중소기업 주요자산 현황에 따르면 유동자산 매출채권 재고자산 반제품 원재료 기계장치 산업재산권 등의 비부동산 자산이 336조1930억원에 달했다. 토지나 건물 등의 부동산은 86조4480억원밖에 안됐다.
비부동산 자산이 3.8배 정도 많다. 중소기업 실정이 이렇다면 대기업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나마 대기업들은 중소기업보다는 부동산을 많이 보유하고 있어 자금차입에 어려움이 덜하다.
현실이 이런데도 동산 채권 등의 유동자산을 담보물로 제공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 미국과 일본 등의 선진국은 일찍이 동산 채권 등의 유동자산을 담보물로 제공하거나 양도가 가능하도록 한 법률을 제정, 기업 활동에 도움을 줘왔다.
미국은 통일상법전 9장에 담보거래를 규정, 동산이나 채권에 관한 모든 약정담보권을 단일 법체계로 규율하고 있다.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동산 등을 담보로 제공하는 약정을 하면 담보권이 성립되나, 제3자에 대한 대항력 취득을 위해 금융명세서 등록을 하도록 하고 있다.
일본은 민법에 특례를 인정, 동산과 채권에 대해 양도등기를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양도등기에 특례를 두는 국가는 일본이 유일하다.
이번에 동산 채권 등의 담보에 관한 법률 제정을 주도한 법무부는 미국의 담보제도를 모델로 하면서도, 우리 현실에 맞게 등기를 허용했다. 다만, 미국과 달리 담보권설정자의 자격을 제한, 법인과 상호등기를 한 자로 한정했다. 상호등기를 한 자란 상호를 법원에 등기한 자영업자들을 말한다. 지적재산권의 경우에는 직접 지적재산권자가 담보권 설정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법률안은 또 현존하는 동산 채권 뿐만 아니라 장래에 발생하는 동산과 채권 등에 대해서도 담보권 설정이 가능하도록 했고, 항공기 선박 건설기계 자동차 등 다른 법률에 의해 등기 등록할 수 있는 동산 등은 제외했다.
지적재산권은 특허청이 관장하는 등록원부에 등록하는 것으로 담보권 설정이 가능하도록 하고, 공동담보나 근담보에 활용될 수 있는 특례규정을 뒀다. 담보등기의 효력은 등기부에 등기한 때 효력이 발생하는 것으로 하되, 지적재산권은 질권을 설정한 것과 같은 효력이 있는 것으로 간주하도록 했다.
◆부동산과 같이 법원이 등기 관장 = 담보권 실행방법으로는 경매 외에 처분정산, 취득정산 등의 사적실행을 폭넓게 인정하였으나, 지적재산권의 경우에는 담보가치에 대한 객관적 평가가 곤란한 점을 감안하여 경매만 허용했다.
법률안은 담보권에 대해 우선변제권을 부여하되, 민법의 저당권과 달리 물상대위 범위를 담보목적물이 매각, 임대된 경우까지 확대했다. 담보등기 관장기관은 부동산과 같이 법원이 하는 것으로 정해졌다.
법무부 안형준 검사는 “유엔 국제상거래위원회에서도 담보권 설정 입법지침을 만들어 규율하려고 할 정도로 국제적으로 관심이 큰 분야”라며 “이 법률이 제정되면 금융시스템 선진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법률의 제정, 시행과정에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미 지난 1월에 비슷한 법률인 채권 양도등기에 관한 특별법안을 제출한 우윤근 국회의원은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입법과정에서 고려해 해결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만약 동산을 실제로 갖고 있는 사람과 이를 등기한 사람이 다른 경우에 누구의 권리를 우선할지 등에 대한 규정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유근 의원은 “정부안이 제출되면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병합 심의되겠지만, 채권보다 동산은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며 “법원 판례에 맡겨둘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입법과정에서 이를 해소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선상원 기자 w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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