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유가 올 100% 상승 ... 체감물가 급등 우려
CD금리 6개월만에 최고, 이자부담 가중
정부, 재정 바닥 … ‘고용대란’ 방어 어려워
‘거북이 회복’이 시작됐다. 경기가 바닥을 찍고 반등했지만 속도는 ‘엉금엉금’. 체감하기도 어려울 수 있다. 장기간 지속되면서 ‘경기회복 피로감’에 더욱 지칠 수도 있다.
그러나 지표들은 ‘경기회복’신호를 잇달아 보여주고 있다. ‘3중고’의 서막이 올라가는 분위기다.
금리가 오르고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저금리에 안심하고 있던 서민들은 대출금리 상승을 걱정할 때가 됐다. 원유가격도 꿈틀거리며 안 그래도 낮지 않은 장바구니 물가를 긴장시키고 있다. 실업의 터널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실업의 둑을 막고 있지만 이젠 버틸 만한 힘도 그리 많이 남아있지 않다.
◆금리 상승, 치명적 = 경제위기에도 서민들을 안심하게 해 준 것은 ‘저금리’였다. 대출금리가 실질금리로 ‘0%’에 가까웠다. 부담은 됐지만 정도가 크지 않아 버틸 만 했다.
방패막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장기금리에 이어 단기금리인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마저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국고채 3년물과 5년물이 지난해말 3.41%, 3.77%에서 7월말엔 4.26%, 4.76%로 올라섰고 이달 20일엔 4.39%, 4.88%를 기록했다. 1%정도 상승한 셈이다.
양도성예금증서(CD) 91일물 금리는 지난해말 3.93%에서 지난달말엔 2.41%를 유지하다가 8월들어 급등하기 시작했다. 한국은행에서 금리인상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는 신호를 시장에 보냈기 때문이다. 20일 CD금리는 2.51%로 마감하며 지난 2월 25일 이후 거의 반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1주일새 0.06%p 상승했다.
중장기 금리 상승은 고정금리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올려놓는다. CD금리 상승은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 이자부담을 가중시킨다. 21일 우리은행의 신규 대출자용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5.00~5.82%로 지난 주말에 비해 0.07%p 상승하면서 최고금리가 5.8%를 넘어섰다. 기존 대출자들에게 적용되는 금리는 3.40~4.70%로 고시된다.
국민은행의 신규 대출자용 주택대출 금리는 지난주 4.95~5.65%에서 다음 주 5.01~5.71%로 0.06%p 상승하게 된다. 올해 2월 이전 대출자들에게 적용되는 금리는 2.77∼4.47%이다. 이번 주 주택대출 금리가 연 3.37~5.47%이지만 CD금리가 주말까지 현 수준을 유지하면 다음 주에는 최소 0.04%p 오르면서 최고금리가 5.5%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그동안 가계대출이 큰 폭으로 늘어났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말 388조원이었던 은행 가계대출은 올 7월말 402조원으로 14조원이나 늘었다. 주택담보대출은 239조원에서 257조원으로 12조원 확대됐다. 중소기업들도 400조원에서 427조원으로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금리는 더 오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기준금리는 내년 1분기중 첫 인상이 시작될 것이라는 전만이 우세하지만 일각에서는 올 4분기부터 인상조치가 이뤄질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오창섭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CD 금리가 급격하게 오르진 않겠지만 향후 추가적인 상승 여지는 있다”며 기준금리가 연내 동결을 전제로 “2.6%까지는 상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원자재 가격 상승과 물가 부담 = 원자재 가격이 심상치 않다. 특히 원유가격의 상승세가 거세다. 2007년말 배럴당 89.06달러였던 두바이유는 지난해말 37.02달러까지 떨어지더니 올 7월말엔 67.24달러, 8월 19일엔 73.27달러까지 치솟았다. 연간 상승률이 100%에 조금 못 미칠 정도다. 9월 인도분 미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20일(현지시각) 72.5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다른 원자재와 농산물도 4월까지 하락세를 마치고 상승세로 반전했다.
경기회복 기대감은 앞으로 원자재 가격상승을 더욱 부채질할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앞으로도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와 농산물 가격이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유가가 내년에는 배럴당 80달러대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정부는 국제 유가가 10% 상승할 경우 물가가 0.2%p 오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유가 외에도 각종 원자재와 농산품까지 오르면 서민들의 체감물가는 연말로 갈수록 가파르게 상승할 수 있다.
소비자물가는 4월 3.8%에서 7월엔 1.6%로 낮아졌으나 신선식품지수는 5월에 15.7%까지 상승한 후 7월 8.4%로 낮아졌지만 여전히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7월 식료품 가격상승률도 6.7%로 낮지 않은 수준이다.
재정부는 “경기회복 기대감으로 인한 일부 품목의 가격인상 움직임과 변동성이 큰 석유제품 농축산물 가격동향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거북이 회복’, 고용도 엉금엉금 = 경기가 바닥을 찍었지만 회복속도에 대해서는 확신하기 어렵다. 경기가 체감하기 어려운 ‘거북이 회복’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따라서 경기에 후행하는 고용 역시 회복을 기대하긴 어려워 보인다. 특히 정부가 추경을 통해 ‘고용대란’을 막고 있지만 추경효과가 떨어지는 연말까지 효과를 이어갈 수 있을 지 의문이다.
정부는 대규모 재정투입으로 취업자수 감소와 실업자수 확대를 줄여놨다. 5월에 전년동월대비 21만9000명 줄었던 취업자수를 추경집행으로 6월엔 4000명 늘리는 기염을 토했다. 그러나 7월엔 취업자수가 7만6000명 줄면서 추경효과가 줄어들고 있음을 보여줬다. 특히 청년과 가장이 주로 포진된 20~40대의 취업자수는 줄면서 50대와 60대만 느는 등 기형적 고용구조를 만들어 서민들이 체감하는 고용상황은 악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계청 관계자는 “정부의 재정투입효과가 취업자수 감소를 줄여주고 있지만 효과가 어느정도 지속될 지는 확신하기 어렵다”면서 “특히 자영업자, 건설업, 제조업 등은 경기회복속도와 연관돼 있어 회복속도가 느려지면 이런 업종들은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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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D금리 6개월만에 최고, 이자부담 가중
정부, 재정 바닥 … ‘고용대란’ 방어 어려워
‘거북이 회복’이 시작됐다. 경기가 바닥을 찍고 반등했지만 속도는 ‘엉금엉금’. 체감하기도 어려울 수 있다. 장기간 지속되면서 ‘경기회복 피로감’에 더욱 지칠 수도 있다.
그러나 지표들은 ‘경기회복’신호를 잇달아 보여주고 있다. ‘3중고’의 서막이 올라가는 분위기다.
금리가 오르고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저금리에 안심하고 있던 서민들은 대출금리 상승을 걱정할 때가 됐다. 원유가격도 꿈틀거리며 안 그래도 낮지 않은 장바구니 물가를 긴장시키고 있다. 실업의 터널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실업의 둑을 막고 있지만 이젠 버틸 만한 힘도 그리 많이 남아있지 않다.
◆금리 상승, 치명적 = 경제위기에도 서민들을 안심하게 해 준 것은 ‘저금리’였다. 대출금리가 실질금리로 ‘0%’에 가까웠다. 부담은 됐지만 정도가 크지 않아 버틸 만 했다.
방패막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장기금리에 이어 단기금리인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마저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국고채 3년물과 5년물이 지난해말 3.41%, 3.77%에서 7월말엔 4.26%, 4.76%로 올라섰고 이달 20일엔 4.39%, 4.88%를 기록했다. 1%정도 상승한 셈이다.
양도성예금증서(CD) 91일물 금리는 지난해말 3.93%에서 지난달말엔 2.41%를 유지하다가 8월들어 급등하기 시작했다. 한국은행에서 금리인상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는 신호를 시장에 보냈기 때문이다. 20일 CD금리는 2.51%로 마감하며 지난 2월 25일 이후 거의 반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1주일새 0.06%p 상승했다.
중장기 금리 상승은 고정금리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올려놓는다. CD금리 상승은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 이자부담을 가중시킨다. 21일 우리은행의 신규 대출자용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5.00~5.82%로 지난 주말에 비해 0.07%p 상승하면서 최고금리가 5.8%를 넘어섰다. 기존 대출자들에게 적용되는 금리는 3.40~4.70%로 고시된다.
국민은행의 신규 대출자용 주택대출 금리는 지난주 4.95~5.65%에서 다음 주 5.01~5.71%로 0.06%p 상승하게 된다. 올해 2월 이전 대출자들에게 적용되는 금리는 2.77∼4.47%이다. 이번 주 주택대출 금리가 연 3.37~5.47%이지만 CD금리가 주말까지 현 수준을 유지하면 다음 주에는 최소 0.04%p 오르면서 최고금리가 5.5%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그동안 가계대출이 큰 폭으로 늘어났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말 388조원이었던 은행 가계대출은 올 7월말 402조원으로 14조원이나 늘었다. 주택담보대출은 239조원에서 257조원으로 12조원 확대됐다. 중소기업들도 400조원에서 427조원으로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금리는 더 오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기준금리는 내년 1분기중 첫 인상이 시작될 것이라는 전만이 우세하지만 일각에서는 올 4분기부터 인상조치가 이뤄질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오창섭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CD 금리가 급격하게 오르진 않겠지만 향후 추가적인 상승 여지는 있다”며 기준금리가 연내 동결을 전제로 “2.6%까지는 상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원자재 가격 상승과 물가 부담 = 원자재 가격이 심상치 않다. 특히 원유가격의 상승세가 거세다. 2007년말 배럴당 89.06달러였던 두바이유는 지난해말 37.02달러까지 떨어지더니 올 7월말엔 67.24달러, 8월 19일엔 73.27달러까지 치솟았다. 연간 상승률이 100%에 조금 못 미칠 정도다. 9월 인도분 미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20일(현지시각) 72.5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다른 원자재와 농산물도 4월까지 하락세를 마치고 상승세로 반전했다.
경기회복 기대감은 앞으로 원자재 가격상승을 더욱 부채질할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앞으로도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와 농산물 가격이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유가가 내년에는 배럴당 80달러대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정부는 국제 유가가 10% 상승할 경우 물가가 0.2%p 오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유가 외에도 각종 원자재와 농산품까지 오르면 서민들의 체감물가는 연말로 갈수록 가파르게 상승할 수 있다.
소비자물가는 4월 3.8%에서 7월엔 1.6%로 낮아졌으나 신선식품지수는 5월에 15.7%까지 상승한 후 7월 8.4%로 낮아졌지만 여전히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7월 식료품 가격상승률도 6.7%로 낮지 않은 수준이다.
재정부는 “경기회복 기대감으로 인한 일부 품목의 가격인상 움직임과 변동성이 큰 석유제품 농축산물 가격동향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거북이 회복’, 고용도 엉금엉금 = 경기가 바닥을 찍었지만 회복속도에 대해서는 확신하기 어렵다. 경기가 체감하기 어려운 ‘거북이 회복’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따라서 경기에 후행하는 고용 역시 회복을 기대하긴 어려워 보인다. 특히 정부가 추경을 통해 ‘고용대란’을 막고 있지만 추경효과가 떨어지는 연말까지 효과를 이어갈 수 있을 지 의문이다.
정부는 대규모 재정투입으로 취업자수 감소와 실업자수 확대를 줄여놨다. 5월에 전년동월대비 21만9000명 줄었던 취업자수를 추경집행으로 6월엔 4000명 늘리는 기염을 토했다. 그러나 7월엔 취업자수가 7만6000명 줄면서 추경효과가 줄어들고 있음을 보여줬다. 특히 청년과 가장이 주로 포진된 20~40대의 취업자수는 줄면서 50대와 60대만 느는 등 기형적 고용구조를 만들어 서민들이 체감하는 고용상황은 악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계청 관계자는 “정부의 재정투입효과가 취업자수 감소를 줄여주고 있지만 효과가 어느정도 지속될 지는 확신하기 어렵다”면서 “특히 자영업자, 건설업, 제조업 등은 경기회복속도와 연관돼 있어 회복속도가 느려지면 이런 업종들은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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