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중반의 가정주부인 김 모씨(구미시 원평동)는 10년째 구미에서 살고 있다. 예전보다 구매여건이 나아지긴 했지만 자녀들의 옷을 살 땐 어김없이 대구로 나간다. 제품의 질과 가격을 꼼꼼히 따지기 보단 지역에서 옷을 사는 것 보다 그 곳(대구)이 너 나을 것 같다는 막연한 생각에서다.
고등학교 교사인 최 모씨(36·여·구미시 형곡동)는 1년에 한 두 번 정도는 대구에 있는 대형백화점 등에서 쇼핑을 즐기며 필요한 제품을 구입하고 있다. 물건을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볼거리, 먹거리가 최씨를 더 즐겁게 만들어 준다.
줄지 않는 소비역외 유출 현상
지역의 한 백화점이 자사의 카드 매출 현황을 분석한 결과 지난 한 해 동안 카드로 올린 매출 265억4100만 원 가운데 타 지역으로 빠져나간 매출액이 전체의 6.3%인 16억6800만 원에 달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해 현금과 카드를 포함한 구미고객의 대구지역 백화점(대형 할인매장 포함) 매출 비중은 100억원대에 이르며 이는 동아백화점 구미점의 년간 매출액이 700억원대임을 감안했을 때 14%(추정치)에 가까운 것으로 추산된다.<관련 표="" 참조="">
특히 백화점과 대형 할인매장의 주 고객이 30∼40대 중산층 주부인 점을 감안할 때 이들의 소비 행태가 지역 소비의 역외유출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막연한 심리적 현상이 역외유출 부추긴다
구미 지역에 진출한 동아백화점은 고가 명품을 제외하고는 대구 지역의 본점 및 지점과 거의 비슷한 수준의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중·저가 제품이 주류를 이룬 속칭 ‘1·2번도로’ 의류 밀집촌에도 대구 등 인근 대도시와 같은 제품을 구비해 놓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역외 소비가 줄지 않는 것은 “큰 곳에는 뭔가 다른 것이 있을 것”이라는 소비자들의 심리적 현상이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동아백화점 구미점 조만제 점장은 “수입품과 고가명품 등 시장성이 낮은 것을 제외한 아동, 숙녀의류 제품은 본사와 동일한 브랜드가 입점해 있어 굳이 대구까지 나 갈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조 점장은 또 “가까운 곳에 대도시가 있다는 지리적 요인도 소비자들의 역외 쇼핑을 자극하는 한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볼거리가 없다 … 개선되지 않는 서비스
최근 대형 백화점과 할인매장, 쇼핑몰 등은 다양한 볼거리로 소비자들의 눈을 붙들고 있다.
연중 무휴 이벤트, 각종 상품 기획전 등을 통한 매출 상승을 노리고 있다. 단순히 물건만 파는 차원에서 벗어나 쇼핑의 즐거움을 제공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이다.
이달 말에 개점 예정인 대구밀리오레가 판매 매장으로 계획됐던 지하 2층 전층에다 200평 규모의 이벤트 홀을 만든 것이 이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구미지역에서는 이 같은 이벤트가 별로 없을 뿐더러 그 규모가 시민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부족한 주차시설과 한 발 처진 서비스도 소비자들의 발길을 되돌리게 만들고 있다.
동아백화점 구미점은 230대 규모의 주차장을 갖고 있지만 인근 건물 입주자 등의 차량이 장기 주차하는 경우가 많아 회전율이 매우 저조한 형편이다.
의류점 밀집지역인 속칭 ‘1·2번도로’ 역시 주차권 조차 제공하지 않고 있다.
좁은 쇼핑공간 등 현실적 한계 …
시의 뒤늦은 고심
동아백화점 구미점의 규모는 건평 3300여 평에 영업면적은 1600평 정도다. 이는 건평 1만2000평에 7000평의 판매면적을 가진 대구 동아쇼핑의 4분의 1을 겨우 넘는 수준이다.
때문에 구색을 갖 춘 다양한 상품의 전시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상류층 고객을 끌어 들일 수 있는 고가 제품을 판매하는 곳이 전무한 실정이다. 아직까지 시장이 갖추지지 않았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기 때문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소비의 역외유출을 방관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만들어 놓았다
시는 최근 역외유출이 심각한 수준이라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시는 조만간 전문 용역기관에 의뢰, 소득계층별 역외 소비행태를 파악하기 위한 표본조사를 계획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역내 소비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복안이다.
지금까지 소극적인 대응으로 일관했던 관행에 비춰봤을 때 진일보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다양한 계층이 혼재한 시의 특수성 때문에 이를 정확하게 분석, 실제적인 대안이 만들어 지기 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시 경제통상과 류병돈 계장은 “중·상류층을 중심으로 고가 의류 등 일부품목의 역외유출이 있지만 현재로선 추정치 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다”며 “구체적인 용역결과 등을 바탕으로 대안을 만들 계획”이라고만 밝히고 있다.
보고 즐기는 쇼핑이 소비자 붙든다 …
소비자 의식전환 필요
지역 대형 유통업계는 역외 유출을 최소화 하기 위한 대책을 만들어 내고 있다.
동아백화점 구미점은 적정 공간과 높은 회전율을 갖춘 주차장 마련에 적극 나서기로 하고 인근 나대지 등을 대상으로 한 부지매입을 서두르고 있다.
이벤트성을 적극 가미한 상품기획 등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 소비자들을 붙잡을 계획이다.
지역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이젠 쇼핑만 하는 시대는 끝났다. 소비자들은 쇼핑의 즐거움을 배가시켜 줄 수 있는 뭔가를 요구하고 있으며 이는 볼거리”라고 잘라 말했다.
이와 함께 일반 수준의 상품은 대도시와 동일한 조건에서 구매할 수 있다는 소비자 의식 전환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유선태 기자
yous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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