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부동산 바벨탑’의 미래
박태견 (언론인 ‘뷰스 앤 뉴스’ 편집국장)
“독일도 수출로 엄청난 돈을 벌었다가 도이체방크가 돈을 주체 못해 파생금융상품 등에 투자했다가 이번 세계금융 위기로 엄청난 손실을 입었다. 하지만 독일이 미국과 다른 게 한가지 있다. 독일에는 미국같은 부동산거품이 없다는 사실이다. 미국은 부동산거품이 터지면서 지금 아우성 아닌가. 독일은 그렇지 않다. 이유는 독일 국민들이 과거에 호되게 당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독일은 1930년대 거품이 초래한 살인적 인플레에 시달리고 그결과 나치즘이 출현하면서 망국적 위기에 몰렸었다.”
“그후 독일국민들은 인플레란 단어만 들어도 고개를 절레절레 내젓는다. 당연히 부동산투기에도 관심이 없다. 독일 중앙은행도 인플레 방어가 최우선이다. 정치권이 뭐라 해도 들은 척도 안한다. 이렇게 중앙은행이 말을 안들으니 슈미트 등 역대정권이 틈만 나면 중앙은행을 휘어잡으려 시도했다. 이때마다 독일국민들이 중앙은행을 지켜줬다. 그 결과 독일은 지금 부동산거품 걱정을 안해도 되는 나라가 될 수 있었다.”
부동산 투기 없는 독일
국내에서 드문 ‘독일통’인 김종인 전 경제수석의 말이다. 왜 그가 1990년대초 경제수석 당시 기업의 비업무용 토지 강제매각을 비롯해 부동산거품을 빼는 데 주력했는가를 감지할 수 있는 발언이다. 그는 지금 세계가 직면한 경제위기의 원인을 다음과 같이 선명하게 정의 내리기도 했다.
“공산주의는 인간의 탐욕을 억제하다가 망했고, 자본주의는 탐욕을 부추기다가 망할 위기에 직면했다.” 거품이든 뭐든 상관치 않고, 단기간에 최대한 탐욕을 채우려던 인간의 탐욕이 최악의 위기를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지금, 세계는 한국의 빠른 경기회복에 주목하고 있다. 우리나라 최대수출국 중국의 천문학적 경기부양의 반사이익에 따른 ‘중국 특수’와 원-달러환율 급등에 따른 ‘환율 효과’ 등 여러가지 요인에 따른 것이기는 하나, 분명 숫자로 나타나는 한국경제는 세계에서 군계일학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날로 커져가는 ‘위험’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미국의 ‘워싱턴포스트’는 최근 “한국의 경제 위기가 국제 금융위기 발발 1년도 되지 않아 끝나면서 한국이 아시아의 4번째 경제국으로서 다시 활보하기 시작했다”면서도 “개발도상국들 가운데 식료품 가격이 가장 빠르게 치솟고 주택가격이 급등, 버블의 우려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가계의 소비지출에서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엥겔지수가 8년래 최악의 상태로 급등하는 등 환율 급등의 반작용으로 서민-중산층 허리는 크게 휘고 있다. 여기에다가 집값-전세값이 폭등하면서 집없는 서민들의 비명이 터져나오고 있으며, 의료비-교육비 부담도 날로 늘어나고 있다. 외형상으론 한국이 발군의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나, 그 기저에는 거품 양산에 따른 빈부 양극화 심화와 이에 따른 사회적 불안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동양종금증권의 이석진·김태현 연구원은 며칠 전 ‘삼성전자와 강남 부동산’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부동산 바벨탑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라는 의미있는 질문을 던졌다. 이들은 특히 “최근 신문들을 보면 다시 부동산 시장으로의 자금유입을 부추기는 기사들이 늘고 있다. 아직도 늦지 않았다던지, 마지막 기회라든지, 전세값 고공행진에 뒤이은 주택마련 방법이나 임대사업 등의 기사들이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다”며 “부동산 불패는 신화를 넘어 신앙수준”이라고 한국 신문들을 꼬집었다.
이들은 이어 “오늘도 신문기사에는 주택물량 부족이 역대 최악이며 전세불안이 2~3년 더 갈 수 있다는 뉴스가 나오고 있다”며 “이런 류의 기사들이 빼놓은 가장 중요한 것은 주택가격이 향후 계속 올라간다는 전제이다. 이는 마치 주가가 앞으로도 계속 올라가니 지금 당장 주식을 사야 한다는 논리와 다를 것이 하나도 없다”고 질타했다.
‘제2의 위기’ 온다는 경고음
이들은 “이런 부동산 불패신화의 지속은 경제 전체적으로 득보다 실이 많다. 부디 이성적인 투자의 세계로 돌아와야 한다”며 “인구가 증가하지 않는 한, 인구증가로 인한 개발 수요가 증가하지 않는 한, 수요자의 소득증가가 이루어지지 않는 한, 토지(부동산)가격은 계속 올라갈 수 없다. 삼성전자가 강남 부동산보다 장기투자에 적합한 이유”라는 주장으로 보고서를 끝맺었다.
이처럼 지금 국내외에선 한국경제의 화려한 부활 뒤에서 빠른 속도로 다시 자라나고 있는 ‘제2의 위기’를 걱정하며 경고음을 보내고 있다.
통치자나 정책당국자들은 듣기 싫은 소리일성 싶다. 그러나 결코 가볍게 흘려들을 얘기들이 아니다. 새로운 거품으로 과거의 거품 파열을 막으려던 시도는 세계경제사에서 한번도 성공한 전례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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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견 (언론인 ‘뷰스 앤 뉴스’ 편집국장)
“독일도 수출로 엄청난 돈을 벌었다가 도이체방크가 돈을 주체 못해 파생금융상품 등에 투자했다가 이번 세계금융 위기로 엄청난 손실을 입었다. 하지만 독일이 미국과 다른 게 한가지 있다. 독일에는 미국같은 부동산거품이 없다는 사실이다. 미국은 부동산거품이 터지면서 지금 아우성 아닌가. 독일은 그렇지 않다. 이유는 독일 국민들이 과거에 호되게 당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독일은 1930년대 거품이 초래한 살인적 인플레에 시달리고 그결과 나치즘이 출현하면서 망국적 위기에 몰렸었다.”
“그후 독일국민들은 인플레란 단어만 들어도 고개를 절레절레 내젓는다. 당연히 부동산투기에도 관심이 없다. 독일 중앙은행도 인플레 방어가 최우선이다. 정치권이 뭐라 해도 들은 척도 안한다. 이렇게 중앙은행이 말을 안들으니 슈미트 등 역대정권이 틈만 나면 중앙은행을 휘어잡으려 시도했다. 이때마다 독일국민들이 중앙은행을 지켜줬다. 그 결과 독일은 지금 부동산거품 걱정을 안해도 되는 나라가 될 수 있었다.”
부동산 투기 없는 독일
국내에서 드문 ‘독일통’인 김종인 전 경제수석의 말이다. 왜 그가 1990년대초 경제수석 당시 기업의 비업무용 토지 강제매각을 비롯해 부동산거품을 빼는 데 주력했는가를 감지할 수 있는 발언이다. 그는 지금 세계가 직면한 경제위기의 원인을 다음과 같이 선명하게 정의 내리기도 했다.
“공산주의는 인간의 탐욕을 억제하다가 망했고, 자본주의는 탐욕을 부추기다가 망할 위기에 직면했다.” 거품이든 뭐든 상관치 않고, 단기간에 최대한 탐욕을 채우려던 인간의 탐욕이 최악의 위기를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지금, 세계는 한국의 빠른 경기회복에 주목하고 있다. 우리나라 최대수출국 중국의 천문학적 경기부양의 반사이익에 따른 ‘중국 특수’와 원-달러환율 급등에 따른 ‘환율 효과’ 등 여러가지 요인에 따른 것이기는 하나, 분명 숫자로 나타나는 한국경제는 세계에서 군계일학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날로 커져가는 ‘위험’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미국의 ‘워싱턴포스트’는 최근 “한국의 경제 위기가 국제 금융위기 발발 1년도 되지 않아 끝나면서 한국이 아시아의 4번째 경제국으로서 다시 활보하기 시작했다”면서도 “개발도상국들 가운데 식료품 가격이 가장 빠르게 치솟고 주택가격이 급등, 버블의 우려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가계의 소비지출에서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엥겔지수가 8년래 최악의 상태로 급등하는 등 환율 급등의 반작용으로 서민-중산층 허리는 크게 휘고 있다. 여기에다가 집값-전세값이 폭등하면서 집없는 서민들의 비명이 터져나오고 있으며, 의료비-교육비 부담도 날로 늘어나고 있다. 외형상으론 한국이 발군의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나, 그 기저에는 거품 양산에 따른 빈부 양극화 심화와 이에 따른 사회적 불안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동양종금증권의 이석진·김태현 연구원은 며칠 전 ‘삼성전자와 강남 부동산’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부동산 바벨탑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라는 의미있는 질문을 던졌다. 이들은 특히 “최근 신문들을 보면 다시 부동산 시장으로의 자금유입을 부추기는 기사들이 늘고 있다. 아직도 늦지 않았다던지, 마지막 기회라든지, 전세값 고공행진에 뒤이은 주택마련 방법이나 임대사업 등의 기사들이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다”며 “부동산 불패는 신화를 넘어 신앙수준”이라고 한국 신문들을 꼬집었다.
이들은 이어 “오늘도 신문기사에는 주택물량 부족이 역대 최악이며 전세불안이 2~3년 더 갈 수 있다는 뉴스가 나오고 있다”며 “이런 류의 기사들이 빼놓은 가장 중요한 것은 주택가격이 향후 계속 올라간다는 전제이다. 이는 마치 주가가 앞으로도 계속 올라가니 지금 당장 주식을 사야 한다는 논리와 다를 것이 하나도 없다”고 질타했다.
‘제2의 위기’ 온다는 경고음
이들은 “이런 부동산 불패신화의 지속은 경제 전체적으로 득보다 실이 많다. 부디 이성적인 투자의 세계로 돌아와야 한다”며 “인구가 증가하지 않는 한, 인구증가로 인한 개발 수요가 증가하지 않는 한, 수요자의 소득증가가 이루어지지 않는 한, 토지(부동산)가격은 계속 올라갈 수 없다. 삼성전자가 강남 부동산보다 장기투자에 적합한 이유”라는 주장으로 보고서를 끝맺었다.
이처럼 지금 국내외에선 한국경제의 화려한 부활 뒤에서 빠른 속도로 다시 자라나고 있는 ‘제2의 위기’를 걱정하며 경고음을 보내고 있다.
통치자나 정책당국자들은 듣기 싫은 소리일성 싶다. 그러나 결코 가볍게 흘려들을 얘기들이 아니다. 새로운 거품으로 과거의 거품 파열을 막으려던 시도는 세계경제사에서 한번도 성공한 전례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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