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경제학/선대인/더난출판/1만3000원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경제학’을 수식하는 단어를 앞에 붙인 책들이 봇물처럼 쏟아졌다. ‘비주류’라는 굴레로 묶여있던 다양한 시각들이 한순간에 해방된 느낌이었다. 죄인인 ‘신자유주의’를 아예 추방해야 한다는 강력한 주장부터 좀 고쳐서 쓰자는 수정주의까지 대안도 각양각색이다.
주류경제학을 지키기보다는 반격에 무게중심이 옮겨가 있다. ‘위험한 경제학’도 저자가 원하던 원하지 않던 이 중 하나다.
선대인 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은 ‘서민들은 모르는 대한민국 경제의 비밀’이라는 부제를 달았다. 첫 수술대상으로 부동산을 선택했다. ‘부동산의 비밀 편’은 부동산과 부동산 가격, 부동산 정책에 대한 상식을 시니컬한 음성으로 비꼰다. 당연한 것으로 주입된 관념과 연결된 막연한 기대의 끈이 곧바로 단절되는 경험을 피해가기 어려울 것이다.
선 부소장은 부동산담보대출, 부동산 버블, 인플레이션의 악순환 고리를 정리하면서 ‘빚’을 경고했다. 특히 버블붕괴 가능성에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시한폭탄의 파편에 맞지 않기 위해서라도 유효반경에서 벗어날 것을 주문했다.
선 부소장은 정부와 언론의 ‘짜고 치기’ 또는 ‘무지’, ‘사기’ 등을 조목조목 따지는 데 상당한 열의를 보였다. 동아일보에서 기자생활을 해 온 그의 자기고백일 수도 있다. 정부와 언론의 생리를 누구보다 잘 아는 입장에서 바라본 보이지 않는 여러 고리들이 설득력 있게 들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보와 매트릭스’라는 제목으로 50여 페이지를 할애했다. 부동산 정보를 가운데 놓고 의도와 상관없이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이게 되는 구조를 설명하는 대목에서는 거대한 ‘그림자 정부’를 보는 듯하다.
‘전직 신문기자로서 말하는 한국 신문이 속이는 법’과 ‘부동산 선동기사에 휘둘리지 않기 위한 15계명’은 과도하게 치우친 시각을 교정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아파트 가격부터 조작되고 있다’거나 ‘한국에는 부동산 버블이 없다고?’ 되묻는 데에선 부동산 불패신화에 대한 동경에 의심을 품게 된다.
선 부소장은 “정부와 언론 등이 올바른 정보의 생산과 유통을 가로막고 있어 일반 서민들이 제대로 된 실상을 모른 채 그릇된 판단을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책을 쓴 이유를 밝혔다. “부동산 버블과 정부의 각종 부양책이 가계와 한국경제에 미칠 폐해를 알리기 위해 펜을 들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국경제는 부동산 거품을 떠받치려는 소수이지만 강력한 기득권 세력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대다수 일반서민들의 희생을 강요하고 있는 구조”라는 지적은 책을 읽는 동안 통렬함과 함께 안타까움을 던져 주기도 한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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