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강 모씨는 최근 보금자리주택지역 입주권(딱지)을 사라는 권유를 받고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강씨는 여름휴가 때 가족과의 여행도 미루고 서울 강남에서 열린 한 부동산투자 설명회에 참석했다. 그는 자녀가 둘이지만 청약저축에 가입한지 5년도 안돼 서울시내 보금자리주택에 추첨될 가능성이 적다. 강씨는 설명회에서 ‘보금자리주택 입주’에 대해 질문했고, 그 자리에 참석한 남성 한명이 “좋은 물건이 나오면 연락을 주겠다”며 강씨의 연락처를 받아갔다. 그 남성은 이달 초 강씨에게 전화를 걸어와 ‘서초구 우면동과 강남구 세곡동에 ‘딱지’가 있다’며 매입을 권했다.
정부가 수도권 그린벨트 지역에 보금자리주택을 공급키로 한 가운데 일부 지역에서는 불법 전매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심지어 보상이 실시되지 않았는데도 원주민 보상용 입주권 매매상담도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런 방식의 입주권 거래는 불법이기 때문에 사기를 당하더라를 보상받을 길이 없다.
◆‘물딱지’마저 등장 = 보금자리주택 지구에는 실제 보상이 실시되지 않았는데도 ‘원주민을 위한 입주권’ 거래가 암암리에 이뤄지고 있다.
그동안 택지개발 등이 실시되면 해당사업자에 의해 가옥주를 비롯한 원주민과 철거민들에게 입주권이 제공돼 왔다. 하지만 보상절차가 시작되지 않은 상태에서 등장한 ‘딱지’는 입주권으로서 효력이 없다. 사업시행자가 보상절차를 정한 뒤 입주권 기준을 정하기 때문에 입주권 자체를 받지 못할 수도 있다. 그야말로 ‘물딱지’인 셈이다.
강남 ㅇ부동산의 A씨는 “입주권 보상이 확실시 되는 경우에 미리 웃돈을 주고 사전예약을 하는 방식”이라며 “3000만원만 먼저 주고 입주권 보상이 실시되면 추가로 5000만원 정도를 주면 된다”고 말했다. 만일 매도자가 입주권을 받지 못하면 이를 환불해 준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단속우려’에 대해서는 “각종 규제에도 틈은 있기 마련”이라며 “예상되는 조치는 이미 다 취해 놓았다”고 자신했다.
최근 한국토지공사가 송파구 위례신도시에 소비자 경보를 울린 입주권 거래도 이와 유사한 방식이다.
토공은 지난 7월 위례신도시에서 특별분양권을 싸게 판다는 사기광고가 기승을 부려 수요자들의 주의를 당부했다. 당시 토공은 특별 공급받을 대상을 결정하지 않은 상태였다. 또 이 같은 특별공급분 매매는 등기없이 이뤄지기 때문에 분양권을 받을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
주택공사 관계자는 “우면과 세곡지구에는 이주대책이 적용될 대상자가 없다”며 “이러한 매입 권유는 사기나 다름없다”고 경고했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보금자리주택지구의 보상이 시작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불법전매 거래는 시장을 교란시키는 행위”라 며 “철저한 입주권 심사를 통해 불법 전매 거래를 걸러낼 것”이라고 말했다.
◆철거민 대상 아파트, 입주권만 1억 = SH공사는 지난해 6월 우면2지구에 613가구, 세곡1지구에 438가구 입주자를 모집했다. 원주민과 서울지역 철거민들을 대상으로 지난해 모집을 완료됐다. 동호수 추첨 후 1회에 한해 분양권 전매가 가능하다. 하지만 아직 동호수를 추첨하지 않아 현재로서는 분양권이 아닌 입주권이다. 지금 입주권을 거래해도 소유권은 이전되지 않는다.
소유권이 이전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시중에서 거래되고 있는 입주권 시세는 59㎡는 1억~1억2000만원, 84㎡는 1억4000만~1억5000만원에 달한다.
이런 매물은 대개 입주권을 받은 사람이 경제적 여건을 갖추지 않아 매물로 내놓은 경우가 많다. 그러나 애초 택지개발 단계에 개발부지 투자를 목적으로 해당지역에 등기를 이전한 경우도 상당하다.
더욱이 이런 입주권 매매는 2중, 3중으로 중복거래를 할 수 있기 때문에 피해를 입는 경우도 다반사다. 과거 상암지구 개발 때는 한 가구에 2~3명이 등기를 한 경우도 상당수 드러났다. 입주권 거래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강 씨에게 전화를 걸어 온 ㅁ공인중개사 ㅇ부장은 해당지역의 최근 공사사진과 사업계획서 등을 펼쳐 놓은 뒤 “소유권 이전은 내년 동호수 추첨을 해야 가능하기 때문에 1년 정도 소요된다”며 “공증과 책임계약, 관련서류 작성 등으로 불이익이 없도록 해 주겠다”고 말했다.
A씨는 “정부의 보금자리주택지구 발표 이후 시세가 오르고 매물이 없어 못 파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뒤늦게 입소문을 타고 찾아온 사람은 웃돈을 더 제시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강남과 서초구 주변시세와 비교하면 입주권 웃돈거래를 해도 1억~2억은 남는 장사”라고 귀띔했다.
SH공사 관계자는 “입주자 모집이나 계약 안내시 계도를 하고 있지만 개인간 음성적 거래에 대한 단속이 쉽지 않다”며 “현행법상 금지된 사항이기 때문에 적발시 입주권을 취소하거나 계약체결 이후라도 공급계약을 취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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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씨는 여름휴가 때 가족과의 여행도 미루고 서울 강남에서 열린 한 부동산투자 설명회에 참석했다. 그는 자녀가 둘이지만 청약저축에 가입한지 5년도 안돼 서울시내 보금자리주택에 추첨될 가능성이 적다. 강씨는 설명회에서 ‘보금자리주택 입주’에 대해 질문했고, 그 자리에 참석한 남성 한명이 “좋은 물건이 나오면 연락을 주겠다”며 강씨의 연락처를 받아갔다. 그 남성은 이달 초 강씨에게 전화를 걸어와 ‘서초구 우면동과 강남구 세곡동에 ‘딱지’가 있다’며 매입을 권했다.
정부가 수도권 그린벨트 지역에 보금자리주택을 공급키로 한 가운데 일부 지역에서는 불법 전매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심지어 보상이 실시되지 않았는데도 원주민 보상용 입주권 매매상담도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런 방식의 입주권 거래는 불법이기 때문에 사기를 당하더라를 보상받을 길이 없다.
◆‘물딱지’마저 등장 = 보금자리주택 지구에는 실제 보상이 실시되지 않았는데도 ‘원주민을 위한 입주권’ 거래가 암암리에 이뤄지고 있다.
그동안 택지개발 등이 실시되면 해당사업자에 의해 가옥주를 비롯한 원주민과 철거민들에게 입주권이 제공돼 왔다. 하지만 보상절차가 시작되지 않은 상태에서 등장한 ‘딱지’는 입주권으로서 효력이 없다. 사업시행자가 보상절차를 정한 뒤 입주권 기준을 정하기 때문에 입주권 자체를 받지 못할 수도 있다. 그야말로 ‘물딱지’인 셈이다.
강남 ㅇ부동산의 A씨는 “입주권 보상이 확실시 되는 경우에 미리 웃돈을 주고 사전예약을 하는 방식”이라며 “3000만원만 먼저 주고 입주권 보상이 실시되면 추가로 5000만원 정도를 주면 된다”고 말했다. 만일 매도자가 입주권을 받지 못하면 이를 환불해 준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단속우려’에 대해서는 “각종 규제에도 틈은 있기 마련”이라며 “예상되는 조치는 이미 다 취해 놓았다”고 자신했다.
최근 한국토지공사가 송파구 위례신도시에 소비자 경보를 울린 입주권 거래도 이와 유사한 방식이다.
토공은 지난 7월 위례신도시에서 특별분양권을 싸게 판다는 사기광고가 기승을 부려 수요자들의 주의를 당부했다. 당시 토공은 특별 공급받을 대상을 결정하지 않은 상태였다. 또 이 같은 특별공급분 매매는 등기없이 이뤄지기 때문에 분양권을 받을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
주택공사 관계자는 “우면과 세곡지구에는 이주대책이 적용될 대상자가 없다”며 “이러한 매입 권유는 사기나 다름없다”고 경고했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보금자리주택지구의 보상이 시작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불법전매 거래는 시장을 교란시키는 행위”라 며 “철저한 입주권 심사를 통해 불법 전매 거래를 걸러낼 것”이라고 말했다.
◆철거민 대상 아파트, 입주권만 1억 = SH공사는 지난해 6월 우면2지구에 613가구, 세곡1지구에 438가구 입주자를 모집했다. 원주민과 서울지역 철거민들을 대상으로 지난해 모집을 완료됐다. 동호수 추첨 후 1회에 한해 분양권 전매가 가능하다. 하지만 아직 동호수를 추첨하지 않아 현재로서는 분양권이 아닌 입주권이다. 지금 입주권을 거래해도 소유권은 이전되지 않는다.
소유권이 이전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시중에서 거래되고 있는 입주권 시세는 59㎡는 1억~1억2000만원, 84㎡는 1억4000만~1억5000만원에 달한다.
이런 매물은 대개 입주권을 받은 사람이 경제적 여건을 갖추지 않아 매물로 내놓은 경우가 많다. 그러나 애초 택지개발 단계에 개발부지 투자를 목적으로 해당지역에 등기를 이전한 경우도 상당하다.
더욱이 이런 입주권 매매는 2중, 3중으로 중복거래를 할 수 있기 때문에 피해를 입는 경우도 다반사다. 과거 상암지구 개발 때는 한 가구에 2~3명이 등기를 한 경우도 상당수 드러났다. 입주권 거래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강 씨에게 전화를 걸어 온 ㅁ공인중개사 ㅇ부장은 해당지역의 최근 공사사진과 사업계획서 등을 펼쳐 놓은 뒤 “소유권 이전은 내년 동호수 추첨을 해야 가능하기 때문에 1년 정도 소요된다”며 “공증과 책임계약, 관련서류 작성 등으로 불이익이 없도록 해 주겠다”고 말했다.
A씨는 “정부의 보금자리주택지구 발표 이후 시세가 오르고 매물이 없어 못 파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뒤늦게 입소문을 타고 찾아온 사람은 웃돈을 더 제시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강남과 서초구 주변시세와 비교하면 입주권 웃돈거래를 해도 1억~2억은 남는 장사”라고 귀띔했다.
SH공사 관계자는 “입주자 모집이나 계약 안내시 계도를 하고 있지만 개인간 음성적 거래에 대한 단속이 쉽지 않다”며 “현행법상 금지된 사항이기 때문에 적발시 입주권을 취소하거나 계약체결 이후라도 공급계약을 취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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