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김광원)

지역내일 2009-09-16
공직 후보자에 대한 희망
김 광 원(참미디어연구소 대표)
노나라 군주 애공이 백성을 따르게 하는 방법을 공자에게 물었다. 공자는 이에 “곧은 사람을 들어 굽은 사람 위에 앉히면 백성이 따를 것이고, 굽은 사람을 들어 곧은 사람 위에 놓으면 백성이 따르지 않는다”고 답했다. 논어의 위정(爲政)편에 나오는 공자의 가르침이다. 공직 인사가 있을 때마다 거론되는 공자와 애공(노나라 군주)의 담론이다. 애공이 기원전 494년에 즉위했다고 기록돼 있으니 약 2500년 전의 일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고위 공직자의 금기사항으로 통하는 것들이 있었다. 이중 가장 기본적인 것 중의 하나가 위장전입이다. 그 외에도 음주운전 혹은 부동산투기 등이 이 기본항목 중에 포함돼 있다. 이들 중 하나라도 걸리면 아예 고위 공직자가 될 생각을 하지 말라는 경구였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이유들로 낙마한 사례들이 적지 않다. 김대중 정부 시절의 주양자 보건복지부 장관은 위장전입을 통한 부동산 투기의혹으로 58일 만에 사임했다. 2002년 헌정사상 최초 여성총리로 지명된 장상 씨는 위장전입 등의 이유로 인준동의안이 부결돼 총리서리에 그치고 말았다. 노무현 정부 시절에도 마찬가지다. 이헌재 경제부총리와 김병준 교육부총리 등이 위장전입을 통한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10여일 만에 사임했다.
미국의 인사검증이 철저하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미행정부의 출범 때마다 치르는 홍역 중의 하나도 인사검증이다. 미국민의 절대적 지지 속에 당선된 최초의 흑인 대통령 버락 오바마의 행정부가 구성되기도 전에 삐걱거린 이유도 마찬가지다. 대통령 취임 7개월을 넘기면서도 인선대상자의 반도 채우지 못했다. 상원의 인준과정이 있기도 전에 사임하는 사태가 속출했다.
그 대표적인 인물 중의 하나가 톰 대슐 보건장관 지명자다. 그의 목에 걸린 밧줄은 탈세의혹이었다.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를 지낸 거물이다. 오바마대통령의 ‘정치적 대부’로도 불렸다. 그런 그가 일찌감치 스스로 물러났다. ‘의회와 국민의 신뢰 없이는 의료개혁 등 공약을 추진할 수 없다’는 게 그 이유였다. 이어 오바마 대통령도 자신의 잘못된 선택을 국민에게 사과했다. 동서고금을 통해 ‘인사는 만사’인 셈이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에서 ‘위장전입은 고위 공직자의 공통필수 과목’이라는 얘기다 나오고 있다. 현재 진행중인 인사청문회의 풍경은 탈법과 범법의 특권박물관을 보는 것 같다. 총리후보자로부터 장관 후보자 그리고 대법관 후보자에 이르기까지 위장전입 등의 의혹이 즐비하다. 위장전입의 종류도 백화점 품목에 비견할 만하다. 일반적으로 자녀진학을 위한 것이 주류다. 그러나 부동산 매매를 위한 위장전입은 물론 장인 선거의 지원이나 부인의 사원 아파트 분양 등 다양한 사유들이 드러나고 있다.
민일영 대법관 후보자는 부인인 박선영 의원의 사원아파트 매입을 위해 주민등록법을 위반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법을 위반한 것에 대해 사과한다”고 말했다. 그의 설명을 듣고 보면 이해되는 측면이 있을 수 있겠지만 대법관의 범법행위를 어떻게 볼 것인지 당혹스럽다.
이명박정부 내각 후보자들의 경우는 점입가경이다. 위장전입에 이중국적, 탈세와 부동산 의혹 등 헤아리기도 힘들다. 어린 자녀 명의통장에 거액의 예금을 보유하고 있는 후보자들도 있다. 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는 위장전입 등의 의혹을 받고 있다. 임태희 노동부장관 후보자 역시 위장전입과 함께 두 딸 앞으로 각각 1억원에 가까운 예금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도됐다. 주호영 특임장관 후보자와 백희영 여성부장관 후보자도 수천만원씩의 자녀예금을 가진 것으로 밝혀졌다. 최경환 지식경제부장관 후보자의 자녀는 이중국적자고, 이귀남 법무장관 후보자는 자녀교육을 위한 위장전입 사례다.
이명박정부의 이러한 경향은 출범 초부터의 특징이라고 할 만하다. 1기 내각은 물론 청와대 참모진 중에도 비슷한 경우가 있다. 원세훈 국정원장은 위장전입 의혹, 이달곤 행정자치부 장관은 근로소득세 이중공제, 백용호 국세청장은 부동산거래의 다운(down)계약서 작성, 현인택 통일부장관은 두 자녀의 위장전입과 편법증여, 이만의 환경부 장관과 김준규 검찰총장은 위장전입 등의 명패를 찼다. 이대통령 자신이 자녀들의 위장전입을 시인했으니 결국 ‘위장전입’정부라는 비아냥을 들을 수밖에 없다.
위장전입은 주민등록법 37조 위반이다. 3년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도록 돼있다. 대다수 후보자들은 능력검증 이전에 입건돼야 할 대상이다. 과거지사라고 하지만 2007년에 위장전입으로 형사입건된 경우만 1500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잣대법이나 고무줄법으로 재단해온 검증의 정치학을 왜 모르겠는가. 그래서 단 한명이라도 진정으로 물러나겠다는 ‘의인’이 있다면 아직 희망을 걸겠다고 말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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