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법무장관·검찰총장 등 사법수장 모두 실정법 위반
부동산·학벌 위해 ‘위장전입’ 못하면 국무위원 자격 없나?대법관과 법무부장관, 검찰총장 등 법 질서를 수호하고 엄정한 법집행을 해야 할 사법부의 수장들이 모두 실정법 위반 의혹을 받고있다. 헌법에 따라 행정각부를 통할하고 국정을 심의해야하는 총리 후보자 역시 위장전입 의혹이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대한민국 선진화의 원년’(2008년 2월 25일 취임사)으로 선포했다. 주요 국경일 경축사를 통해 “선진일류국가가 되려면 기본부터 다시 돌아봐야 한다”, “법치를 통해 선진국의 기초를 다질 것”(2008년 광복절경축사), “기본을 바로 세우고 원칙을 지키려는 노력이 진행 중”(2009년 4·19경축사) 등을 강조해왔다. 용산참사 희생자 가족과 촛불시위 등에 대해 ‘엄정한 법집행’을 적용했다.
‘위법의혹내각’이 과연 선진화일까. 미국 등 전 전세계가 선진국으로 인정하는 G7 국가들에서 과연 실정법 위반자들이 사법의 수장으로서, 행정부의 통할자로서, 공직자들을 이끄는 행정부 장관 등 리더로서 역할을 할 수 있을까.
200년의 인사청문회 전통을 갖고 있는 미국에선 내정자들이 사소한 불법이나 도덕성에 상처받는 사안이 불거지면 자진해서 사퇴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인사청문회 대상 절반이 위장전입 의혹 = 이명박 대통령이 9·3 개각을 통해 발탁한 인사 7명 중 정운찬 총리 후보 등 3명이 위장전입 의혹을 받고 있다. 14일 인사청문회를 마친 민일영 대법관까지 합치면 인사청문회 대상 고위공직자 절반이 위장전입 의혹을 받고 있는 셈이다.
이들이 인사청문회를 무사히 통과할 경우 ‘법치의 정수’ 법무부 장관과 엄정한 법 집행자여야 하는 검찰총장, 법률의 판단자 대법관까지 위장전입이라는 ‘위법 경험’을 공유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다. “(위장전입) 사건을 맡게 된다면 법대로 처리하겠다”는 민일영 대법관 후보자의 답변이 무색할 지경이다.
더구나 위장전입 사실을 알고도 국무위원으로 발탁되고, 대법관 후보로 제청되는 현실은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의 낙마로 철저한 검증을 약속했던 청와대가 간단한 사실조회만으로도 알 수 있는 위장전입을 몰랐을 리 없고, 아예 이승련 법원행정처 인사심의관은 “제청 전 알고 있었으나 첫 집을 장만하기 위한 것이라는 소명을 참작했다”는 답변까지 내놨다. “위장전입에 대한 내성이 생기고 불감증이 생긴 형편”이라는 이강래 민주당 원내대표의 15일 발언이 설득력 있게 들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집단적 고해성사 필요” = ‘위장전입 내각’의 문제는 고위공직자의 도덕불감증에서만 그치지 않다는 측면에서 더 큰 문제다. 위장전입과 같은 ‘범법’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고 사회 지도층에 대한 불신도 커질 수 있다.
실제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 7월 전국 중·고생 132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한국 사회가 부패하다’는 응답은 76.8%에 달한 반면 ‘그렇지 않다’는 응답은 4.0%에 불과했다. 지난해 조사(75.8%)보다 부패하다는 인식이 오히려 1%포인트 상승했다. “선진화는 절대 부정부패와 함께 갈 수 없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역설을 보기좋게 뒤집는 결과다.
부패가 심해지는 요인 중 하나로 “법을 지키면 자신만 손해”라고 답한 청소년이 26%에 달했다는 점은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위장전입을 하고도 아무런 문제없이 국무총리와 장관, 대법관에 오르는 현실과 연상시키는 대목이다.
지난해 논란을 빚었던 충남 당진군의 경우도 좋은 사례다. 시 승격 요건인 인구를 맞추기 위해 공무원까지 나서 위장전입을 시켰다 52명이 입건됐고 행정안전부는 시 승격 건의안을 거부했다. 위장전입 전력을 갖고 있는 국무총리가 누구에게 돌을 던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치권의 이중잣대도 문제다. 참여정부 당시 혹독하게 청와대를 비판했던 한나라당이나 방어적 입장에서 공세로 전환한 민주당도 한마디 사과 없이 입장을 바꿨다.
김용태 한나라당 의원은 15일 “고위 공직에 오르는 기준이 들쭉날쭉하고 운에 따라서 달라진다는 점이 매우 황당하고 부끄럽다”며 “정말 집단적 고해성사가 필요한 게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허신열 기자 syhe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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