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견 칼럼]광역화의 ‘위험한’ 동인들(박태견)

지역내일 2009-09-17
광역화의 ‘위험한’ 동인들
박태견 (언론인 ‘뷰스 앤 뉴스’ 편집국장)

지자체들이 지금 한마디로 난리다. 정부가 전국 지자체를 60~70개로 통폐합하기로 하고, 자발적으로 통폐합하는 지자체에게 각종 인센티브를 주겠다고 당근을 내걸었기 때문이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가세해 현재 25개인 구를 10개로 합치도록 유도하겠다며 통폐합에 기름을 부었다. 그 후 매일같이 지자체 간 통합 추진 소식이 들리는 등, 전국이 통폐합 열기로 뜨겁다.
문제는 각 지자체 주민의 속내가 다르다는 데 있다. 한 예로 최대 통합 이벤트로 꼽히는 성남 광주 하남의 경우 지자체장들은 원칙적으로 통합한다는 쪽이나, 주민들 생각은 다르다. 하남이 지역구인 문학진 민주당 의원이 최근 지역주민들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해본 결과, 절반이 넘는 53.5%의 하남 주민이 성남, 광주와의 통합보다는 송파, 강동과의 통합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유는 간단하다. 강남권에 편입되기를 원하는 것이다. 그래야 집값도 오르고 브랜드 가치도 높아진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에 송파나 강동의 반응은 냉랭하다. 반대의 결과가 나타나지 않을까 우려해서다.

재개발·재건축권 이양 욕심
최근 한 신문의 조사결과를 보면, 서울의 경우도 속내가 복잡하기란 마찬가지다. 강남 서초 송파 등 강남 3구는 모두 통합에 찬성이다. 하지만 가능하면 강남 3구간 통합을 선호한다. 그래야 ‘강남권’이란 브랜드가 계속 유지되고 집값에도 마이너스 요인이 없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서초와 동작을 합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나, 서초구는 펄쩍 뛰고 있다. 강남 브랜드가 훼손된다는 판단에서다.
새로운 강북 개발지인 광진구의 경우도 원래 한몸이었던 성동구와의 재결합에 강력 반대하는 등, 모든 구는 예외 없이 집값 등이 오를 때에만 찬성한다는 분명한 입장들을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짝짓기’를 통한 광역화 움직임은 계속되고 있고 앞으로 더욱 가속이 붙을 전망이다. 왜 그럴까. 광역화를 하면 ‘엄청난 권한’이 이양될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이들이 원하는 것은 현재 광역시나 도가 갖고 있는 인허가권이다. 특히 ‘개발권’에 강한 눈독을 들이고 있다. 마음대로 재개발을 하고 재건축을 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자 하는 것이다. 여기에 바로 최근의 ‘광역화’가 내포하고 있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
서울의 한 여당 의원은 “요즘 국회의원은 옛날 국회의원이 아니다”라고 탄식했다. 그는 “지역행사에 가보면 구청장을 칙사 대접을 하면서 가장 먼저 거창하게 소개하고 박수 소리도 가장 뜨겁다. 그러다가 맨 마지막에 ‘의원 누구’도 참석했다고 소개하는 식”이라며 “한 구에 국회의원이 2,~3명씩 있다 보니 그런 점도 있지만, 구청장이 예산과 인허가권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마당에 구 몇개씩을 합해 ‘슈퍼 구’들이 탄생하고 지역 개발권까지 갖게 된다면 통합구청장의 위세는 하늘을 찌를 것”이라고 단언했다.
지방의 한 여당 의원은 “지자체 도입 후 나타난 가장 큰 문제는 지자체의 재정자립도가 나날이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자체장들은 모두 선거를 의식하고 있고 그러다보니 당장 눈에 보이는 가시적 성과를 내기 위해 지방재정이 망가지든 말든 일단 빚을 내서라도 길을 뚫고 공원을 만들고 지역축제를 벌이는 등 전시행정을 하는 데 급급하기 때문”이라며 “광역화를 한다고 이런 문제가 해소될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광역화’는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불필요한 행정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고 여러가지 통합 시너지도 기대되기 때문이다. 또한 광역화 과정의 저항 등을 최소화하기 위해선 ‘당근’으로 유도하는 것도 불가피하다. 하지만 이 과정에 가장 우려되는 것은 ‘난개발’이고 ‘거품’이며, 궁극적으론 ‘지방재정 파탄’이다.
지금 우리 경제는 가뜩이나 ‘거품’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또한 서울시 등이 한꺼번에 재건축 허가를 내주면서 전세대란이 발발하는 등, 각종 심각한 부작용이 잇따르고 있다. 이런 마당에 인허가권이 광역화의 대가로 대폭 이양될 경우, 거품은 더욱 무차별적으로 확대재생산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지배적 관측이자 우려다.

난개발과 지방재정파탄 우려
거듭 말하지만 광역화는 필요하다. 하지만 광역화가 거품 확산으로 이어진다면, 그건 재앙이다. 지금도 한국경제는 심각한 거품 파열 위기에 직면해 있다. 미국 등 세계경제를 파국으로 몰고 간 것도 다름 아닌 거품 파열이었다. 우리는 엄청난 재정투입과 환율절하로 일단 파국 위기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그 결과,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거품 파열 가능성이 높은 위험사회, 위험경제가 됐다. ‘거품 없는 지속가능한 성장’이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냉철하고도 합리적인 광역화 논의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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