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광장 개장 한달
‘국가상징가로’에 없는 것 … 소통 그늘 안전
221만명 방문 … 광장도 공원도 아닌 ‘교통섬’
세종로 중앙분리대를 없애 만든 광화문광장이 모습을 드러낸 지 한달이 지났다. 개장 직후부터 한달여동안 221만명에 달하는 시민들이 방문, 새로운 광장에 대한 호기심을 드러냈다. 서울시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오세훈의 청계천=광화문’으로 해석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그러나 광화문광장을 찾은 시민·전문가들은 이곳이 서울시에서 명명한 ‘국가 상징가로’가 되기에는, 453억원이라는 엄청난 예산을 들인 공간이라기에는 부족한 점이 너무 많은 한낱 교통섬에 불과할 뿐이라고 입을 모은다.
광화문광장은 눈으로만 즐겨라?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직시절 주요 ‘치적’으로 꼽는 것 중 하나가 청계천 복원이다. 때문에 서울시도 광화문광장의 의미를 그에 비견해 해석하려고 한다. 그러나 광화문광장은 그 정체성부터 문화 환경 등 모든 분야에서 청계천에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광장 개장 이전부터 가장 많이 지적돼왔던 문제는 ‘소통’이다. 광장에서 시위를 허용하느냐의 문제는 차지하고라도 공간 자체와 시민과의 소통이 없다는 얘기다. 청계천만 해도 시민들이 물길에 가까이 접근할 수 있는 여유가 있다. 실제 어린이들이 충무공탄신일을 맞아 거북선 띄우기를 하는 등 시민참여가 가능하다. 청계광장 역시 주말이면 각종 문화공연이 열리는 것을 비롯해 각 지역농특산물 판매장 등 시민들이 직접 참여·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반면 광화문광장은 그저 바라볼 수 있을 뿐이다. 전체 광장 1만8840㎡ 가운데 시민들이 빌려쓸 수 있는 공간은 1/10도 안되는 1751㎡에 불과하다. 나머지 공간은 서울시 해치마당 플라워카펫 역사물길 이순신동상 세종대왕동상(예정) 등이 차지하고 있다.
서울시는 당초 시민들 바람대로 문화공연 등을 열 계획이라고 했지만 이마저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서울시설공단과 서울시에 따르면 광화문광장은 여건상 공연이 어렵다. 도로를 주행하는 차량 소음이 주 원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광장에서 문화공연은 어렵고 전시만 가능하다”며 “집회도 차량으로 인한 소란 때문에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6일까지는 관광사진축제를, 14일까지는 서울드라마워즈 2009 세트장을, 19일부터는 2012 여수세계박람회 스파사진전시회를, 10월에는 세계지식포럼 10주년 사진전을 볼 수 있다.
광화문광장 새빛들이에 참여했다는 김 모(36·서울 금천구)씨는 “경복궁-북악산-북한산으로 이어지는 전경은 좋지만 공무원들이 친절하게 보여주는 광장만 즐겨야 한다는 사실이 유쾌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안전 건강 쉼터는 태부족
광장 이용자나 운전자 광장 내 쉼터 문제는 개장 초부터 줄기차게 지적돼왔다. 왕복 8차선 도로 한가운데 위치해있으면서 안전대책은 마련하지 않아 개장 이틀째인 2일 경복궁에서 시청 방향으로 달리던 차량이 광장 안으로 20여m나 돌진하는 사고가 나기도 했다. 시는 임시대책으로 폭 25㎝, 높이 25㎝, 길이 1m인 직육면체 석재 울타리 660개를 광장과 도로 경계지점에 설치한 상태다. 이 시설물은 이달 말까지 보다 큰 석재 안전방호 울타리로 대체된다. 시 관계자는 “방호 울타리는 개당 폭 55㎝, 높이 60㎝, 길이 1.8m 크기로 윗부분에는 꽃을 심어 화단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는 쉼터와 그늘막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따라 버섯구름 모양을 한 화단을 260여개 배치했다. 이또한 보다 앉기 편하고 해가림도 잘 되는 새로운 디자인으로 바꿀 계획이다.
그러나 시민들 불안은 줄어들지 않는다. 아이들과 함께 광화문광장을 찾았던 심정민(39·서울 도봉구)씨는 “물길 옆이 바로 도로라 아이들이 물길 곁에는 가지를 못하게 했다”며 “대충 둘러본 뒤 얼른 나와서 보다 안전한 청계천에서 아이들과 놀았다”고 말했다. 구로구에 사는 문영애(36)씨는 “아이들이 뛰어나오는 것은 순간인데 광장과 차도에 아무런 안전조치가 없어 광장을 지나쳐 운전할 때마다 두려웠다”고 지적했다.
도로에 갇힌 교통섬 형태이다 보니 자동차 매연 등으로 인한 건강문제도 제기된다. 염형철 서울환경연합 운영위원장은 “광장 안에서는 생태적으로 민감한 집단이 스트레스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양쪽으로 편도 4차선 도로에 쌓인 광장 내 대기질은 주변부보다 불량할 수밖에 없고 강한 햇볕은 오존과 이산화질소 농도를 가중시킨다는 것. 염 운영위원장은 “광장변에 키작은 나무로 테두리를 두르거나 키 큰 나무로 그늘을 만드는 등 방법을 고민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1년 넘게 불편 감수한 결과”
염형철 운영위원장 분석에 따르면 광화문광장은 85% 이상을 콘크리트로 포장, 녹색과 지속가능성을 강조해온 서울시 정책과 상반되는 공간이다. 시는 지침에 따라 주택재개발을 하더라도 자연지반율을 20% 이상, 생태면적율을 40% 이상 확보하도록 하고 있다. 30여개의 분수를 하루 13시간 가동하거나 260여개 화분에 주 2회 조경수를 공급하면서 사용하는 에너지를 감당할 신재생에너지 시설 등은 전무하다.
시간이 갈수록 부족함만 드러나는 광장에 시민들 원성도 높다. 광화문을 매일 지나다닌다는 박예슬(23·국민대)씨는 “미관상으로 그리 나빠보이지 않는다”면서도 “이만한 광장을 만들기 위해 무려 1년이 넘는 기간동안 지하철과 도로를 폐쇄하고 위험하기 짝이 없는 도로 한복판을 가로질러 다녀야 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광화문 근처 직장에 다니는 정 모(33·서울 중랑구)씨는 “광화문광장은 촛불집회때 시민들이 청와대쪽으로 진입하지 못하도록 구상한 것 아니냐”며 “기획의도가 그대로 드러나는 공간”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광화문광장에 대해 외국의 경우처럼 텅빈 광장을 원하는 경우와 공원 같은 광장을 원하는 두가지 요구가 있다”며 “초기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도록 볼거리 즐길거리를 많이 만들었지만 점차 광장의 기능을 가질 수 있도록 적절한 조화점을 찾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선일 김진명 기자 sikim@naeil.com
‘국가상징가로’에 없는 것 … 소통 그늘 안전
221만명 방문 … 광장도 공원도 아닌 ‘교통섬’
세종로 중앙분리대를 없애 만든 광화문광장이 모습을 드러낸 지 한달이 지났다. 개장 직후부터 한달여동안 221만명에 달하는 시민들이 방문, 새로운 광장에 대한 호기심을 드러냈다. 서울시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오세훈의 청계천=광화문’으로 해석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그러나 광화문광장을 찾은 시민·전문가들은 이곳이 서울시에서 명명한 ‘국가 상징가로’가 되기에는, 453억원이라는 엄청난 예산을 들인 공간이라기에는 부족한 점이 너무 많은 한낱 교통섬에 불과할 뿐이라고 입을 모은다.
광화문광장은 눈으로만 즐겨라?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직시절 주요 ‘치적’으로 꼽는 것 중 하나가 청계천 복원이다. 때문에 서울시도 광화문광장의 의미를 그에 비견해 해석하려고 한다. 그러나 광화문광장은 그 정체성부터 문화 환경 등 모든 분야에서 청계천에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광장 개장 이전부터 가장 많이 지적돼왔던 문제는 ‘소통’이다. 광장에서 시위를 허용하느냐의 문제는 차지하고라도 공간 자체와 시민과의 소통이 없다는 얘기다. 청계천만 해도 시민들이 물길에 가까이 접근할 수 있는 여유가 있다. 실제 어린이들이 충무공탄신일을 맞아 거북선 띄우기를 하는 등 시민참여가 가능하다. 청계광장 역시 주말이면 각종 문화공연이 열리는 것을 비롯해 각 지역농특산물 판매장 등 시민들이 직접 참여·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반면 광화문광장은 그저 바라볼 수 있을 뿐이다. 전체 광장 1만8840㎡ 가운데 시민들이 빌려쓸 수 있는 공간은 1/10도 안되는 1751㎡에 불과하다. 나머지 공간은 서울시 해치마당 플라워카펫 역사물길 이순신동상 세종대왕동상(예정) 등이 차지하고 있다.
서울시는 당초 시민들 바람대로 문화공연 등을 열 계획이라고 했지만 이마저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서울시설공단과 서울시에 따르면 광화문광장은 여건상 공연이 어렵다. 도로를 주행하는 차량 소음이 주 원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광장에서 문화공연은 어렵고 전시만 가능하다”며 “집회도 차량으로 인한 소란 때문에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6일까지는 관광사진축제를, 14일까지는 서울드라마워즈 2009 세트장을, 19일부터는 2012 여수세계박람회 스파사진전시회를, 10월에는 세계지식포럼 10주년 사진전을 볼 수 있다.
광화문광장 새빛들이에 참여했다는 김 모(36·서울 금천구)씨는 “경복궁-북악산-북한산으로 이어지는 전경은 좋지만 공무원들이 친절하게 보여주는 광장만 즐겨야 한다는 사실이 유쾌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안전 건강 쉼터는 태부족
광장 이용자나 운전자 광장 내 쉼터 문제는 개장 초부터 줄기차게 지적돼왔다. 왕복 8차선 도로 한가운데 위치해있으면서 안전대책은 마련하지 않아 개장 이틀째인 2일 경복궁에서 시청 방향으로 달리던 차량이 광장 안으로 20여m나 돌진하는 사고가 나기도 했다. 시는 임시대책으로 폭 25㎝, 높이 25㎝, 길이 1m인 직육면체 석재 울타리 660개를 광장과 도로 경계지점에 설치한 상태다. 이 시설물은 이달 말까지 보다 큰 석재 안전방호 울타리로 대체된다. 시 관계자는 “방호 울타리는 개당 폭 55㎝, 높이 60㎝, 길이 1.8m 크기로 윗부분에는 꽃을 심어 화단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는 쉼터와 그늘막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따라 버섯구름 모양을 한 화단을 260여개 배치했다. 이또한 보다 앉기 편하고 해가림도 잘 되는 새로운 디자인으로 바꿀 계획이다.
그러나 시민들 불안은 줄어들지 않는다. 아이들과 함께 광화문광장을 찾았던 심정민(39·서울 도봉구)씨는 “물길 옆이 바로 도로라 아이들이 물길 곁에는 가지를 못하게 했다”며 “대충 둘러본 뒤 얼른 나와서 보다 안전한 청계천에서 아이들과 놀았다”고 말했다. 구로구에 사는 문영애(36)씨는 “아이들이 뛰어나오는 것은 순간인데 광장과 차도에 아무런 안전조치가 없어 광장을 지나쳐 운전할 때마다 두려웠다”고 지적했다.
도로에 갇힌 교통섬 형태이다 보니 자동차 매연 등으로 인한 건강문제도 제기된다. 염형철 서울환경연합 운영위원장은 “광장 안에서는 생태적으로 민감한 집단이 스트레스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양쪽으로 편도 4차선 도로에 쌓인 광장 내 대기질은 주변부보다 불량할 수밖에 없고 강한 햇볕은 오존과 이산화질소 농도를 가중시킨다는 것. 염 운영위원장은 “광장변에 키작은 나무로 테두리를 두르거나 키 큰 나무로 그늘을 만드는 등 방법을 고민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1년 넘게 불편 감수한 결과”
염형철 운영위원장 분석에 따르면 광화문광장은 85% 이상을 콘크리트로 포장, 녹색과 지속가능성을 강조해온 서울시 정책과 상반되는 공간이다. 시는 지침에 따라 주택재개발을 하더라도 자연지반율을 20% 이상, 생태면적율을 40% 이상 확보하도록 하고 있다. 30여개의 분수를 하루 13시간 가동하거나 260여개 화분에 주 2회 조경수를 공급하면서 사용하는 에너지를 감당할 신재생에너지 시설 등은 전무하다.
시간이 갈수록 부족함만 드러나는 광장에 시민들 원성도 높다. 광화문을 매일 지나다닌다는 박예슬(23·국민대)씨는 “미관상으로 그리 나빠보이지 않는다”면서도 “이만한 광장을 만들기 위해 무려 1년이 넘는 기간동안 지하철과 도로를 폐쇄하고 위험하기 짝이 없는 도로 한복판을 가로질러 다녀야 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광화문 근처 직장에 다니는 정 모(33·서울 중랑구)씨는 “광화문광장은 촛불집회때 시민들이 청와대쪽으로 진입하지 못하도록 구상한 것 아니냐”며 “기획의도가 그대로 드러나는 공간”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광화문광장에 대해 외국의 경우처럼 텅빈 광장을 원하는 경우와 공원 같은 광장을 원하는 두가지 요구가 있다”며 “초기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도록 볼거리 즐길거리를 많이 만들었지만 점차 광장의 기능을 가질 수 있도록 적절한 조화점을 찾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선일 김진명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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